CULTURE

빈지노, 김한준, 신동민의 IAB STUDIO는 누구인가?

2016.08.24GQ

빈지노, 김한준, 신동민이 만든 아티스트 크루 IAB STUDIO는 꾸준히 자기 길을 걷는 중이다. 주변의 관심과 시선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충동적이지만 아주 진지하게.

이 스튜디오, 언제 계약했나? 김한준 2013년 11월에 계약을 하고, 2014년 2월에 이 주소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개업’했다.

굳이 스튜디오 공간을 빌린 이유는 뭔가? 빈지노 ‘Dali, Van, Picasso’ 앨범의 아트 작업을 할 때만 해도 따로 작업실이 없었다. 아마 우리 집 거실에서 했던가? 음악 작업을 주로 할 때는 필요 없었지만, 우리가 뭔갈 같이 해보자며 뭉치니 적당한 공간이 필요했다.

뭔가 의외의 장소다. 외딴 곳 같달까? 김한준 돌아다니다 우연히 찾은 곳이다. 천장이 높은 장소를 찾았는데, 여긴 딱 적당했다. 원래 타이어 창고로 쓰였다고 들었다. 빈지노 ‘젊은 층’이 많이 없고 조용해 방해 받지 않는 곳으로 하고 싶었다. 어릴 적 동민이와 함께 이 근처 화실을 다녀 익숙한 것도 좋았고.

빈지노는 창작자에 대한 ‘존중’ 덕분에 가장 즐거웠던 협업으로 던힐과 함께 만든 스페셜 보루 패키지를 꼽았다.

그러고 보니 셋은 어떻게 친구가 됐나? 빈지노 한준이와 나는 87년생 동갑이고, 동민이가 88년생으로 한 살 어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민이와 같은 반에서 처음 만났는데, 외국에서 돌아오면서 한 학년 늦게 학교를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한준 둘은 서울예고를 다니고, 난 바로 옆 경복고를 다녔다. 다들 미술을 전공했지만, 모두 힙합에 한참 빠져 있었다. 결국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만난 거다.

어떻게 ‘IAB STUDIO’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뭉치게 된 건가? 빈지노 2013년 여름. 그게 아마 처음일 거다. 김한준 그때 나는 학생이었고, 성빈이(빈지노의 본명, 임성빈)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다들 비주얼 작업과 재미있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서로 맞물렸던 것 같다. 빈지노 같이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한준이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민이한테 연락이 왔다. 홍대의 ‘노 네임’이라는 카페에서 만났는데, 비록 카페 이름처럼 우리가 지금은 ‘노 네임’이지만 같이 재미있는 일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아티스트의 비주얼 작업에도 관심이 많았고. 만나면 그냥 술 마시고 놀기만 했는데, 그날따라 약간 갑작스러운 ‘고백’이긴 했다.

모이고 보니, 셋이 취향은 맞는 것 같나? 빈지노 과함의 선상은 비슷하다. 셋이 최대로 보는 마지노선이 비슷하달까? 그 선 아래에서의 성향은 완전 다르다. 각자의 세계가 확실히 있다. 스튜디오 안에 자리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준이는 뭔가 정리되어 있는 의사 자리 같고, 여기 음악하는 공간이 내 자리. 동민이는 나머지 스튜디오 전체가 다 ‘지 자리’라고 보면 된다.

에디킴의 싱글 ‘팔당댐’의 커버는 은유적이고도 직설적인 그들의 표현 방식을 잘 잘린 작업이었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나? 빈지노 나름 잘 되어 있다고 본다. 김한준 전반적인 작업의 브레인 스토밍, 아이디어는 함께 제시하는 편이고, 동민이는 조소과 출신이라 무언가 만들고 작업하는 데 전문이다. 나는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게 디지털 방식의 디자인을 맡는 편이고. 빈지노 그럼 나는… 뭐하지? 김한준 이 친구는 뭔가 ‘총감독’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지켜보면서 노선이라든지, 굵직한 ‘디렉팅’을 맡는다. 빈지노 음반 작업과 스케줄을 병행하느라 스튜디오에 못 올 때가 많다. 나 빼고 이뤄지는 과정이 많은데, 가끔씩 스튜디오에 들려 진행 상황을 보며 수정사항을 얘기해준다.

셋이 크게 싸운 적은 없나? 빈지노 셋 다 싸우는 ‘DNA’가 없어서 대놓고 싸우진 않는다. 김한준 싸우면 좋은 에너지가 나오질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할말은 거침없이 다 한다. 좋은 컨디션이어야 좋은 ‘바이브’가 나오고 그래야 결과물도 좋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동업자의 입장에서 서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IAB STUDIO’가 무엇을 하는 집단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나? 김한준 어렵다. 그게 우리의 ‘스타일’인 것 같다. 우리는 앨범 커버 작업만 하는 팀이 아니고, 음악 관련 작업만 한 것이 아니듯이 하나에 국한되고 싶진 않다. 지금은 기업들과의 협업도 하고, 제품 디자인도 하는 것처럼. 단,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다. 앞으로 무엇이 될진 몰라도 항상 재미있는 걸 꾸며내는 팀으로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 빈지노 그래서, 우리는 굉장히 유연한 집단이다. 상상한대로 해내자는 게 ‘모토’인 것처럼. ‘IAB STUDIO는 OO다’라고 정의 내릴 수 없다. 하나로 풀어내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맞다.

빼빼로와의 협업은 ‘의외’였지만 썩 잘 어울렸고, 그들의 한계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신동민은 아까부터 말이 없는데, 긍정하지 않는 건가? 별 생각이 없는 건가? 빈지노 원래 동민이는 그런애다. 신동민 원래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하는 대답이 빨리 입 밖으로 나오질 못한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구체화시켜 80%정도 ‘빌드 업’ 했을 때 대답을 하게 되는데, 그 땐 이미 둘이 대답을 해 놓은 상태라 그저 귀만 만지고 있었다.

그동안 ‘빌드 업’한 그 답변을 좀 듣고 싶다. 신동민 진짜 거짓말 안하고, 이미 둘이 다 한 얘기다. 고등학교 때부터의 꿈은, 커서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사람들이 모르는 거였다. 누구는 미술하는 사람, 또 누구는 가구 만드는 사람으로 알 듯,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르게 생각하면 좋겠다. 그게 ‘IAB STUDIO’가 추구하는 것, 그 멤버로 활동하면서 가장 컸던 건 재미다. 추상적이지만 ‘재미있는 걸 하는 팀’이다. 빈지노 그럼 우린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재미있는 걸 하는 사람들? 신동민 재미있는 거를 하긴 하지만, 그걸로 약간은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

‘IAB STUDIO’는 그러니까, 사업을 하는 중이다. 사업적 목표가 있나? 신동민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기본적인 목표겠지만, 개인적인 목표 아닌 목표는,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니즈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를 100퍼센트 신뢰하고, 우리가 하는 것들을 너무 좋아해서 일단 우리와 함께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분명 같은 옷이어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처럼. 현상은 같아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중요한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빈지노의 새 앨범 ’12’의 커버. 빈지노, 김한준, 신동민. 이 세 ‘트리오’의 절묘한 삼박자,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여과없이 드러낸 결과물이었다.

빈지노가 유명해서 IAB STUDIO의 ‘셀링 포인트’가 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빈지노 거짓말도 아니고, 그렇게 ‘셀링 포인트’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인 것도 같다. 실제로 스튜디오와 일을 하면 나와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내가 우리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의 시작일지라도 거기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유명해서 하게 된 것들은 우리의 역사 중에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IAB STUDIO’는 이미 알려지는 중이다. 그 이후의 중요한 포인트가 필요할 거다. 김한준 최대한 작업에 집중을 해서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 다른 방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빈지노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그걸 토대로 또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 내고 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앞으로 진짜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아무런 제약을 두지 말고. 빈지노 (손 들며) 나! 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서 든 생각인데, 그런 거대한 스튜디오를 우리의 아트워크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막대한 힘과 자본, 그리고 그걸 벌일 공간이 있다면. 땅을 사서 꼭 만들어 볼 거다. 김한준 ‘테마파크’처럼? 빈지노 ‘어쩌라고’ 뮤직비디오 작업할 때 싱크 홀을 만들었는데, 그걸 실제 우리 공간에서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같이 뭔가 도모하고 싶은 브랜드는 없나? 신동민 사실 그런 건 없다. 지금까지도 훌륭한 브랜드와 계속 뭔갈 할 수 있었다. 김한준 지금까지 협업한 브랜드, 모두 우리도 좋아했던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빈지노 막 원하는 브랜드가 없는 건, 지금까지 브랜드와의 모든 협업이 다 좋았기 때문이다. 매장에 우리가 만든 제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신선하고 흥분되는 경험이다.

정진운의 싱글 ‘WILL’의 커버 아트로, ‘IAB다운’ 이미지를 대중에 확고히 각인시켰다.

가장 좋았던 협업은 뭐였나? 빈지노 모든 작업이 다 좋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업’은 우리를 이해하고 그걸 배려해주는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이다. 그런 면에서 ‘IAB STUDIO x DUNHILL Switch’는 최고였다. 새로운 담배 던힐 스위치의 보루 패키지를 디자인했는데, 모든 면에서 우리를 배려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물도 아주 잘 나온 것 같다. 신동민 맞다. 기분 좋게 작업할 수 있었다.

다음 작업은 누구와 하고 싶나? 빈지노 이제 신중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작업 시기나 기타 사항들을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김한준 스케줄이 엉켜 힘든 적이 많았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새로운 조형물을 만들어내리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인력을 보강해도 정신적으로 쉬는 ‘템포’가 없어 힘들었다. 계속 보완해야 할 점이다.

동물원은 어떤가? 빈지노, 김한준, 신동민 와, 동물원 좋다! 신동민 동물원을 특히 좋아한다. 서울대공원에 가면 우리 안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데, 그들이 가는 대로 사람도 따라 가다보면 마치 자연에 온 듯 기분이 좋아진다. 김한준 테마파크를 만드는 건 어때? 빈지노 그거 대박이다. 김한준 어쨌든,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정말 경계를 안 두고 일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노는 것도 일의 연장선 상에 있다 그랬는데, 대체 뭐 하고 노나? 빈지노 요즘 꽂힌 게임이 있다. 블리자드에서 나온 ‘오버워치’다. 옆집 아주머니가 미국으로 이사를 가는데, 갑자기 ‘오버워치’ CD를 주고 갔다. 그래서 아주 신이 났다. 신동민 주말에 농구 하는 걸 좋아한다. 성빈이와 자주 한다. 김한준 술을 즐겨 마신다. 원래 술의 맛을 몰랐다가 최근에 그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압구정의 어느 술집 디자인을 맡게 되면서 술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신동민 한준이는 항상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술로 고통을 깨고 있는 거다. 이정도면 좋게 포장했지?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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