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화의 작은 행복

개그우먼 홍윤화는 작은 일에도 크게 웃는다. 그런 자신을 사랑한다.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귀고리와 꼬임 무늬 뱅글은 인핑크, 미키마우스 무늬의 젤 네일은 홍윤화가 전날 한 것.

오늘 화장 예쁘게 했는데 왜 지웠어요? 이거 끝나고 드라마 미팅 갔다가 촬영 가야 해서요. 바쁘긴 바쁜데, 요즘 살짝 뜸해졌어요. < 스타킹 >도 끝났고, < 헌집 새집 >도 패널들이 다 빠지게 됐고,< 이웃 사이다 >도 이제 끝났고, 한창 바쁘다가 지금 좀….

불안해요? 아직은 불안하다거나 여유 있다거나,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올해 진짜 빵 터진 건 (김)숙 선배나 세호 오빠나 나래 언니나 그 정도지. 전 더 뭔가를 해야죠. 더 터뜨려야죠.

올해의 홍윤화는 운인가요, 아님 노력의 결실인가요? 노력으로 모아둔 게 기회를 만난 것 같아요. 작년 말 < 라디오스타 > 나가서 일본 어린이 따라한 개인기는 10년 전 개그 처음 시작할 때 했던 거예요. < 라디오스타 > 작가 언니한테 “저 이것저것 다 할게요” 그랬어요. 그중 5~6개가 방송에 나갔어요. 종종 “10년 동안 무명일 때 어땠어요?”라는 질문을 받아요. 근데 저는 무명이라 느낀 적 없어요. 나름 열심히 살고 정말 행복했어요.

말은 그렇게 해도 중간에 개그를 그만둔 적도 있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우울하진 않았어요. 그냥, 다른 걸 해봐야겠다, 이런 가볍고 경쾌한 마음?

어떤 일요? 연기요. 스타일리스트인 친구한테 옷 빌려서 프로필 사진 찍었어요. 그때 사진을 너무 많이 뽑아서 아직도 있어요, 그 사진이. ‘액터잡’이라는 사이트 있거든요? 열심히 댓글 달고 맨날 출석하면서 등급 올리고, 프로필 보내고….

방송국에 아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다른 방법을 몰랐어요. 다른 분야로 간다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한번은 촬영장에 갔는데 대기할 곳이 없어 돗자리를 펴주신 거예요. 단역이 10명 정도 앉아 있었는데 다 저보다 어렸어요. 그 친구들한테 비키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멀찍이 나무에 기대 서 있는데 카메라 감독님들이 “어, 너 개그맨 아니니? 너 요즘 뭐 하니?”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그럴 때 어디 앉아 있을 곳이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은 있어요.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신발은 할리샵.

얼마 전 < 정글의 법칙 >도 원해서 나가게 됐다고요. 또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 있어요? 아! < 우리 결혼했어요 >에 어필 많이 하고 있어요.

화제성이 좀 떨어지지 않았나요? 그것보단 프로그램 자체가 좋아요. 제가 < 웃찾사 >에서 만난 개그맨 김민기 씨와 사귄 지 7년이 됐는데요, 제 눈에만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좋은 사람이에요. 저한테 정말 자상하고 따뜻하게 대해줘요. 그래서 우리가 방송으로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김민기 씨 인터뷰를 보면 어떤 면에선 홍윤화의 개인 매니저이자 전략가처럼 느껴졌어요. “홍윤화는 앞으로 ‘선한 캐릭터’로, ‘착한 개그’ 쪽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도 봤고요. 제 인생의 매니저 느낌이죠. 전 웃음을 추구하기 위해서, 공연장에서 뭐 하나 개그가 터지면 더 웃음을 끌어내기 위해 수위를 넘으려고 해요. 제가 말을 독하게 치는 것도 잘해요. 그러면 오빠가 “윤화야, 웃음이 좀 부족하더라도 여기까지만 해. 이거는 하지 마. 네가 이거 하면, 멀리 봤을 때 너한테 아니다” 이래요.

그 전략에 동의해요? 오빠 말이 맞아요. 저도 그게 좋아요. 사람들이 나중에 꿈이 뭐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최종 꿈이 뭐냐 물으면 저는 항상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냥 유쾌하고 싶어요. 나로 인해 누가 불편해하지 않고 길에서 마주치면 “아이고 세상에. 쟤 좀 봐. 하하”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스튜디오 예능에선 못 느꼈지만, < 원나잇 푸드 트립 > 같은 리얼리티에선 그게 보였어요. 주변 스태프들도 같이 흥겨워지는 느낌! 원래 잘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어제도 후배 일곱 명 우리 집에 불러 뚱뚱이 순서대로 옷 나눠주고, 바자회 파티하고, 장기자랑했어요. 주는 게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줬을 때 상대가 “우와” 하는 반응이 너무 좋아요.

이런 성격에도 단점이 있나요? 싫은 소리를 못해서 그런, 맘에 걸리는 게 있으면 혼자 잠 못 자고 예민해지는 거 같아요. 이게 좀 아니다 싶을 때 한 열 번은 참고 생각해서 최대한 좋게 둘러서 얘기해요.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그 성격으로 연예계에서 어떻게 건뎌요? 전 이 세계를 아직 혹독하게 겪어보지 않았을뿐더러, 저 악플 같은 건 별로 상처를 안 받는 거 같아요. “뚱뚱하니 살 빼라, 죽는다”, “남자친구가 보살이다.” 근데 전 그런 거 보고 다 웃어요.

여전히 대중은 개그우먼을 볼 때 외모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거 같아요. 종종 이국주, 김민경과 함께 묶이는데 이것도 통통한 개그우먼이라는 잣대로 그냥 묶는…. 맞아요. 저희 셋 느낌이 다 다른데. 국주 언니는 섹시함, 민경 언니는 청순함, 저는 귀여움. 근데 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국주 언니 기사에 숟가락 하나 얹어서 이름 같이 나오잖아요.(웃음)

홍윤화도 여느 아이돌처럼 어린 나이에 데뷔해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했어요. 맞아요. 저 열아홉 살에 데뷔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일찍부터 시작했는데, 그게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벽에 엄청 부딪혔어요. 선배님들은 다들 잘나갔는데, 나도 언젠가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계속 좇아가도,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 안 드는 거예요.

뭘로 버텼어요? 무대에서 딱 터졌을 때 쫙 오는 게 있어요. 그 기운이 있어요. 예전엔 웃겨야 한다, 터뜨려야 한다, 이런 일시적인 스트레스가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알았어요.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푸는 나의 방법이었던 거예요. 최근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갔는데,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연을 하는 모습이 너무 행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관객도 홍윤화에게 받는 기운이 있어요. 왠지 모르게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하하. 그건 제가 다른 사람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그래서는 아니예요. 그냥 제가 정말 즐거우니까 그런 것 같아요. 억지스러운 건 안 통해요. 그냥 밝고 발랄한 제가 어디선가 묻어나서 대중들이 그렇게 느끼는 거겠죠.

요즘 행복해요? 그럼요. 요새 더 신났어요, 저. 곧 이사해요. 반지하에서 2층으로. 옥상까지 쓸 수 있어요! 고기 구워 먹을 수 있어요. 이런 소소한 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제 인생이 지금요.

행복이 계속 커지나요? 왔다 갔다 하는데 그래프는 계속 올라가는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작은 거 하나에도 행복해하는 것 같아요. 아, 또 신나는 일 있어요. 내일 엄마랑 방콕으로 여행가요. 처음으로 제 돈으로 가는 여행이에요. 오늘 화보 찍는 것도 벌써 카톡으로 사진 보내주고 자랑했어요. 내가 남자 잡지 화보를 찍게 됐다고, 이게 말이 되냐고.(웃음)

엄마랑 여행가서 무슨 얘기할 거예요? 어릴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스트레스 받는 거나 힘든 건 이야기를 안 해요. 엄마도 일부러 저한테 일 얘기 묻지 않아요. 엄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근데, 다 털어놔도 그 사람에게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힘이 되어준다고 처음으로 느낀 사람이 남자친구예요. 정말 솔메이트예요.

연애 비결이라도…. 오빠가 계속 예뻐해줘서 그래요. 외모적인 예쁨이 아니고, 사랑스러워해주는 거요. 저도 그걸 당연시 여기지 않고요. 예를 들어 오빠가 맨날 제 오른손을 잡고 다니다가 왼손을 잡더니 “왼손을 잡으니까 되게 설렌다” 이러는 거예요. 그럼 전 “그래? 우리 오늘은 왼손만 잡고 다니자” 그래요. 괜히 왼손 더 깨끗이 씻고 로션도 바르고.

남자친구 앞에서 홍윤화가 가장 빛날 땐 언제예요? 잘 웃을 때.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제가 “너무 재밌어요. 진짜 잘한다” 이랬어요. 오빠는 평소에 누구한테 칭찬을 많이 못 들었대요. 그래서 자꾸 나한테만 얘기하고 싶더래요. 나한테 뭐 하나 더 주고 싶고. 그러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전 “저 사람이 왜 날 좋아하지?”라는 생각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조언 좀 부탁드려요. 나는 나를 잘 몰라요. 근데 타인 입장에서 봤을 때, 나의 어떤 지점이 그 사람 인생에는 정말 새롭게 느껴진다거나, 그래서 만날수록 유쾌하다거나, 좀 더 다가가고 싶은 에너지가 되는 식이에요. 이럴 게 아니라 기자님, 녹음기를 일단 꺼보시겠어요?

SHARE
[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