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갤럭시 노트 7을 직접 써 봤더니

2016.08.25장우철

지구의 수도 맨해튼에서 ‘갤럭시 노트 7’이 처음 세상에 나오는 현장을 지켜봤다. 한편 얼마 전 문을 연 삼성 837센터에서는 근미래의 숫자들이 현실과 가상 현실을 넘나들고 있었다.

 

갤럭시 노트 7 “요즘엔 갤럭시 쓰는 게 쿨한 거라며?”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행사를 앞두고 관심을 좀 기울였더니 부쩍 그런 소리가 자주 들렸다. 트렌드란 돌고 도는 거니까 때가 되면 훌쩍 올라타기도 하고 슬쩍 미끌어지기도 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각자 알아서 제어할 일이라지만, 재미는 재미대로 따로니까, ‘갤럭시’ 모르고 살던 날들에 그건 꽤 흥미로운 변화였다. 말하자면 나는 갤럭시 노트가 대체 뭔지 모르고도 잘만 살았다. 물론 이미 쓰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상관없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하는 건 게으른 자의 시대착오가 아닐까?’ 지구의 수도인 맨해튼 한복판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공식 행사 하루 전날, 센트럴 파크가 내다보이는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나는 “내일까지 철저히 보안을 지킬 것입니다” 라는 서류에 펜으로 서명했다. 늘 갖고 다니는 빅 볼펜이었다. 그리고 펜을 놓자마자 바로 ‘갤럭시 노트 7’이라 불리는 물건이 손아귀로 들어왔다. “다르네요.”, “오 그립감이 완전 좋네요.”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게 좋은 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만.’ 나는 내내 쓰던 스마트폰과 번갈아 그것을 쥐어보면서 제법 멍청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이게 좋은 건가?’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좋은 걸 좋은 줄 모르는 나 사이에는 별반 시간차도 없는 것일까. 하지만 ‘갤럭시 노트 7’이 새롭게 이뤄낸 기술에 대한 설명이 차례로 이어지자, 나는 마침내 간단한 문장 하나를 떠올리고 말았다. ‘바꿔 탈까?’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 우선 로그인을 위해 지문이 아니라 홍채를 인식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지나치게 할리우드 식으로 멋을 부린 건 아닌가 했는데, 자는 사람 손가락을 끌어다 대면 스르르 풀리는 보안의 불완전함이란, 다소 우스개가 섞였을지언정 뼈가 또한 여실했다. 나는 질문부터 했다. “매번 안경을 벗어야 하나요? 콘택트 렌즈는요?” 그때 옆에서 시험 작동을 해보던 이가 “되는데요” 했다. 그의 안경은 렌즈에 엷은 색깔까지 넣은 것이었으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컨택트렌즈도 마찬가지.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바람에 인식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어떤 이미지로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뭔가 그럴싸한 비주얼에 그럴싸한 소리까지 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다. (모바일 뱅킹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홍채 인식이 거대한 서막이라면, 차례로 터지는 것은 숫제 신기술의 향연이었다. 재생되는 동영상 화면 위에 펜으로 구역을 설정해 편집하면 간단히 gif 파일을 만들 수 있는데, 온통 ‘디지털’로 짐을 싸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에디터라면 당장 숙지해야 하는 기본 능력처럼 보였다. 또한 개인의 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관리할 수 있는 ‘보안 폴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어디까지나 비밀은 비밀로 다뤄져야 하는 법. 책상도 서랍이 많은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폴더를 숫제 감춰버릴 수도 있는 이 기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Always On Display’라는 기능이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꺼진 화면에서 메모하기’인데, 길가다 말고, 자다 잠시 깼을 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바로 메모해두었다가 마치 포스트잇처럼 배경화면에 붙일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기능이다. 그런가 하면 방수와 방진은 그 말이 너무 흔한 나머지 무슨 신기술씩이나 될까 싶은 말이지만, 걸핏하면 세면대에 전화기를 빠뜨려 기겁을 하는 마당에 이보다 뜻깊은 기술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색깔을 섞어 유화처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능을 체험하면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색과 색이 만날 때, 한 가지 색이 다른 색을 덮어버리는 게 아니라, 서로 반발하며 섞이는 느낌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사실에 거의 짜릿함을 느꼈다. 나는 계속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옛날 언젠가 크레파스를 처음 손에 쥐던 날도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고 여길 만큼 재미가 있었다.

 

 

펜팁 0.7mm 여즉 ‘갤럭시 노트’ 모르고 살던 입장에서, 그것이 이왕 쓰던 스마트폰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바로 ‘S펜’이었다. 손가락이 아니라 펜을 쓴다는 것.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S펜’은 펜팁의 지름을 전작 1.6mm에서 0.7mm로 반 이상 대폭 줄였다. 스크린에 가해지는 펜의 압력 또한 기존 2,048 단계에서 4,096단계로 세분화해 거의 실제 펜과 같은 필기감을 여실히 전달한다. 0.7mm라면 늘 갖고 다니는 빅 볼펜과 똑같은 굵기다. 그렇게도 섬세하고 명료한 숫자라니. (손가락) ‘터치’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한 세상이라는 거대한 은유로부터, 다시 펜을 손에 쥔다는 것은 어떤 감각일까. ‘S펜’을 사용해 연신 그림을 그리며 깨달은 바, 그건 제법 낯설면서도 결국 편리한 방식이었다. 그림은 차치하고 메모를 하는 걸로는 가히 비교할 수가 없었다. 뭔가 미친 듯이 쓰다 보니 온갖 오타와 외계어가 난무하는 당황스러운 경험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일. 뭔가를 전환하는 버튼이 있다면 그건 화면이 아니라 머릿속에 설치할 일이었다. 전화기가 스마트한가, 내가 스마트한가, 새삼 유치하게 따져보려거든, 인간에게 펜이야말로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도구이자 감각이라는 확신만이 불쑥 뚜렷해지고 만다. 쓰고 그리는 일 외에, 지시하거나 거르는 일에도 펜은 맹활약을 펼친다. 웹이나 이미지에 들어 있는 외국어 단어에 S펜을 슬쩍 가져가기만 해도 바로 단어의 뜻을 알려주고, 원하는 언어로 번역해준다. 좀 너무한가? 어쨌든 그런 기능까지 경험하고 나면, 새삼 뭉툭한 손가락이 미련해 보일 지경이다. 펜을 쥐었을 때 더욱 ‘스마트’한 삶이 된다는 생각은 누구나의 책상 위에 놓인 필통이 증명하듯, 다만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마침내 언팩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공간에는 지금 지구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의 한 단면을 경험하는 장으로서 긴장과 흥분이 가득했다. 모든 자리에는 새롭게 출시되는 ‘기어 VR’이 놓여 있었다. 갤럭시 노트 7에 탑재된 ‘기어 360 카메라’를 활용해 쉽고 간편하게 360도 영상을 제작하고,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스트리트 뷰 등 다양한 SNS 채널에 공유하고, 기어 VR을 뒤집어쓰고 그걸 다시 보는 어떤 순환. 그 장면은 지금을 기록하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될 것 같았다. 처음 3D를 체험하고자 셀로판 안경을 쓰고 극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비로소 엠바고로부터 자유로워진 나는 어제 사용해본 그림 그리기 기능을 촬영한 동영상을 < GQ KOREA >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지금 막 세상에 나온 삼성 갤럭시 노트 7을 잠깐 써봤습니다.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구애받지 않는 홍채 인식, 속이 다 시원한 워터프루프, 동영상의 일부를 지정해 ‘움짤’로 만들어버리는 GIF 캡처, 문득 생각난 메모를 포스트잇처럼 배경에 붙여버리는 AOD, 모르는 문자에 펜을 갖다 대기만 하면 뜻과 발음을 알려주는 번역 기능, 통 크게 64GB…, ‘이래도냐!’ 싶을 만큼 밀어붙입니다. 무엇보다 획기적으로 얇아진 0.7mm S펜은 얄궂은 ‘터치’가 아니라 진짜 펜으로 쓰듯이 메모하고, 진짜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놀라운 감각을 선보입니다. 저는 특히 붓질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색과 색이 겹칠 때 나오는 자연스럽고 우연한 효과가 아주 재미있네요. 국내에는 8월 19일 출시.” 해시태그로는 도발적인 걸 달았다. ‘#갈아타나요’

 

 

삼성 837 센터 하이라인과 스탠더드 호텔, 새롭게 문을 연 휘트니 뮤지엄과 여전히 사람이 몰리는 첼시 마켓, 새 시즌 배트멍 의류가 잔뜩 걸린 멀티숍 제프리, 온통 울퉁불퉁한 도로, 한때 육류 가공업체 밀집 공간이었다가 대대적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패션과 IT와 예술과 기업 공간이 몰려 있는 ‘핫플레이스’가 된 미트패킹 지역에 삼성 837 센터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월이다. 관람객은 하루 평균 1천여 명. 삼성 837 센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대형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약 10 미터 높이의 스크린은 55인치 디스플레이 96개를 붙여 제작한 것인데, 카메라월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곧바로 그 사진이 스크린에 떠오르게 되어있다. 이런 직관적 체험은 삼성 837 센터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이다. 센터 1층에서는 날마다 이벤트가 열린다. 매일 저녁 열리는 콘서트는 무료.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리우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올림픽 주요 경기 생중계가 방영되기도 했다. 관람객들의 압도적인 인기를 얻는 공간 ‘소셜 갤럭시’는 일명 ‘소셜 셀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등록하면 그간 올린 게시물이 미디어 터널에 한바탕 장관을 이룬다. 이 터널은 갤럭시 S6와 갤럭시 노트 5, 태블릿, 삼성 디스플레이와 거울 등 300여 개의 장치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신의 사진들로 둘러싸인 터널은 마치 공상과학 영화 세트장 같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4D VR 체험장도 인기가 높다. 늘 아찔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입장했다가 한바탕 난리를 겪은 것처럼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성 837 센터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당일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객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아, 삼성 837 센터에선 제품을 체험할 수 있을 뿐 구매할 순 없다. 판매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제든 가벼운 맘으로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에디터
    장우철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