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 말하지 않는다, 김태춘 ‘악마의 연기’

“모든 방송국을 폭파시켜야 한다. 시끄러운 그 주둥이를 닥치게 하라.”, “썩은 코에 썩은 자지. 썩어버린 펑크가 싫어. 레이지보지 노부랄 크라잉볼트.” 이런 가사를 쓰는 김태춘은 돌아가는 법이 없다. 정확히 말하고,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창을 던진다. 그렇다고 거기에 위악적인 보컬이나 편곡을 덧대지 않는다. 일부러 엉망진창으로 악기를 다루는 법도 없다. 스스로의 높은 기준으로 갈고닦은 소리 안에서 그런 얘기를 과장법 없이 줄줄이 꺼내놓을 뿐이다. 그러니 폭발적으로 들끓다 짜게 식겠다는 우려보다, 이 온도를 끝내 유지하며 자기의 말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신뢰가 생긴다. 메시지의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잘 자라 뿌리를 내리는, 음반 이름 그대로 ‘악마의 씨앗’ 같은 악곡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