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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째, 메르세데스 벤츠 SL 400

2016.09.01장우철

이 달을 대표하는 붉은 심장. 9월의 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SL 400이다.

MERCEDES-BENZ SL 400

크기 4640×1880×1310밀리미터

엔진 2,996cc V6 트윈터보 가솔린

변속기 9단 자동

구동방식 뒷바퀴굴림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0.9kg.m

공인연비 리터당 9.3킬로미터

가격 1억 3천2백만원

곱게 단장하고 SL이 돌아왔다. 1952년에 탄생한 SL은 60년 넘도록 컨버터블 마니아의 심금을 울리는 차다. 부분 변경한 SL 400은 큰 범주에서 6세대 SL과 형태와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속속들이 달라진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전설의 레이싱카 300 SL 파나메리카나의 가파르게 경사진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영감을 받은 얼굴에는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함이 흐른다.

SL은 ‘Super Light’의 줄임말이다. 6세대부터 쓰기 시작한 알루미늄 차체는 스틸보다 약 110킬로그램 가볍다. 1952년 경량 튜블러 프레임으로 무장한 오리지널 SL의 명성을 잇고 ‘엄청나게 가볍다’는 이름을 충실히 따랐다. 3.0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367마력, 최대토크는 50.9kg.m로 더 강해졌다.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시간은 4.9초. 화끈해진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호흡하며 낭비 없이 출력을 몰아 쓴다.

먼저 크고 육중한 문을 열어 본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닫힘과 동시에 살짝 내려갔던 윈도를 절도 있게 올려 닫는다. 작지만 시트 뒤로 수납공간을 만들어 실리도 챙겼다. 등받이 위에 달린 앞뒤 조절 버튼을 꾹 한 번 눌렀다 떼면 시트가 자동으로 움직여 뒷공간으로 드나들 길을 터준다.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시트의 느린 움직임에 애간장이 타겠지만, 프리미엄에는 이따금 참을성도 필요하다.

이제는 SL이 각인된 조막손 같은 기어 노브를 D로 옮겨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한다. 섹시한 바리톤 배기음이 차체를 감싼다. 새로 적용한 엔진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이따금 팝콘 튀기는 소리를 내며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2000rpm부터 터지는 최대토크와 6000rpm까지 치솟는 최고출력이 언제든 원하는 만큼 속도를 높였다. 낮고 넓은 차체는 바닥에 착 달라붙어 부드럽고 우아하게 도로를 누볐다. 흡족한 하체는 물렁거리는 대신 탄력이 넘쳤다. 낭창낭창 도로를 움켜쥐고 달렸다. 뜨겁게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은 줄지 않았다. 낮은 차체는 절도 있게 코너를 잘라 돌며 통쾌하게 가속했다. 사무치는 폭염 속 어느 여름날. 저녁이 다 되어 톱을 열었다. 그렇게 시속 40킬로미터로 느리게 달리면서 여름 하늘을 맞았다. 바람은 딱 좋을 만큼만 실내로 들어왔다. 서울의 열대야를 에개해의 푸른 밤으로 바꿔놓는 마법 같은 SL 400에 취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 밤이 다 가도록.

CUTTING EDGE 컨버터블은 자유자제로 톱을 여닫을 수 있어야 마땅한 차. SL 400은 시속 40킬로미터에서도 ‘오픈’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구형 SL은 루프를 열려면 트렁크 세퍼레이터를 손으로 직접 여닫아야 했다. 바람의 노래를 즐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였다. 그랬던 SL이 일신해 돌아왔다. 버튼 하나로 착착 접고 단단히 동여매 자동으로 톱을 여닫게 된 것이다. 영하 10도에서도 오픈에어링이 기다려지는 에어스카프와 액티브 멀티컨투어 시트 패키지의 마사지는 기대보다 훨씬 요긴하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정우영
    이병진('car' 매거진 수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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