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들과 함께 바에 갔다

발베니 마스터 클래스는 발베니 증류소가 있는 더프타운에서 수업만 듣고 끝나는 게 아니다. 에딘버러와 런던의 크고 작은 바를 탐방하는 일정까지 포함돼 있다. 바텐더들과 먹고 마시고 떠드는 와중에 또 야금야금 배웠다.

HIGHLANDER INN, WHISKY BAR 스코틀랜드 크레이겔라키 지역에 있는 작은 숙소 겸 바다. 외관은 허름해 보이지만 바에 들어서면 위스키 셀렉션이 상당하다. 뭘 물어봐도 일본 출신의 바텐더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곳엔 바텐더가 직접 주문 제작한 ‘오이시이 위스키 36년’이라는 위스키가 있는데 일본풍 라벨이 귀엽다. Victoria St, Craigellachie AB38 9SR / whiskyinn.com

 

CRAIGELLACHIE HOTEL, THE QUAICH 이 호텔의 1층엔 ‘Copper Dog’라는 레스토랑이 있고 거기에 딸린 바도 훌륭하다. 하지만 꼭대기에 있는 ‘The Quaich’ 바가 압권. 저택 응접실을 연상케 하는(실제로 그랬을) 인테리어에 먼저 압도되고, 올드 빈티지 위스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놓여 있는 백바에 두 번째로 놀란다. Victoria St, Speyside AB38 9SR / craigellachiehotel.co.uk

 

WHISKY EXPERIENCE, AMBER 에딘버러 성 바로 앞에 있는 ‘위스키 익스피리언스’는 위스키 박물관이자 어드벤처 공간이다. 이곳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 겸 바인 ‘Amber’에선 위스키 체험 전 출출한 배를 채우며 한잔 할 수 있다. 위스키에 어울릴 법한 음식 메뉴가 풍성하고 친절한 설명이 붙은 위스키 메뉴판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354 Castlehill, Edinburgh EH1 2NE / scotchwhiskyexperience.co.uk

 

DEVIL’S ADVOCATE 어쩐지 시골 동네 같은 에딘버러에 이렇게 세련된 공간이 있다는 게 놀랍다. 나이대가 젊은 사람들이 그득그득 들어차 정신없이 바쁜데도 만들어내는 칵테일의 디테일이 완벽하다. 다양한 향을 과감하게 섞는, 도수가 좀 센 시그니처 칵테일이 함께 간 바텐더들의 코와 입을 사로잡았다. 9 Advocate’s Cl, Edinburgh EH1 1ND / devilsadvocateedinburgh.co.uk

 

USQUABAE 에딘버러에서 가장 풍성하게 위스키를 갖춘 바 중의 한 곳. 눈에 보이는 위스키를 마시고 싶을 만큼 마셔도 영수증이 가뿐하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설명이 강점인 오너 바텐더의 인도에 따라 마음 놓고 스코틀랜드 각 지역의 위스키를 한 잔씩 마시면 순식간에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 2-4 Hope St, Edinburgh EH2 4DB / usquabae.co.uk

 

THE BOW BAR 일부러 낡고 오래된 바처럼 인테리어를 꾸민 곳. 그래서인지 에딘버러 주민들 중 나이가 지긋한 분들도 자주 찾는다. 주변 바 대비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고 프로모션 가격에 파는 위스키도 많다. 칵테일보다는 에딘버러의 정취를 즐기며 위스키 한잔 마시기 좋다. 80 W Bow, Edinburgh EH1 2HH / thebowbar.co.uk

 

HAPPINESS FORGETS 허름한 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이 바는 ‘월드 50 베스트 바’ 8위에 올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다. 칵테일 콘셉트도, 백바도 유난할 건 없지만 내어주는 칵테일 맛만큼은 균형감이 빼어나다. 무지개 같은 바와 이런 담백한 바가 한 지역에 공존하는 곳이 런던이다. 8-9 Hoxton Square, London N1 6NU / happinessforgets.com

 

ORIOLE 스미스필드 시장 안 육가공 업체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이곳은 ‘나이트자’ 팀 멤버들이 만든 또 다른 바다. 화려한 칵테일 모양새는 나이트자와 비슷하지만 이국적인 향신료를 과감하게 사용한 메뉴가 신선하다. 바를 나가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포르치니 아이스크림도 재밌다. Smithfield Markets, E Poultry Ave, London EC1A 9LH / oriolebar.com

 

MR.FOGG’S GIN PARLOUR 괴짜들의 아지트 같은 진 전문 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 나올 법한 복장을 한 바텐더가 상큼하면서도 강렬한 진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진과 차를 접목시킨 메뉴, 6가지의 서로 다른 진과 토닉을 마실 수 있는 ‘진 사파리’ 체험이 눈에 띈다. PICK 월드클래스 세계대회에 출품했던 칵테일. 1 New Row, Covent Garden WC2N 4EA / www.happinessforgets.com

 

THE SAVOY HOTEL AMERICAN BAR 두말하면 입 아픈, 런던의 전설과도 같은 바. 소문만큼이나 웨이팅이 길지만, 바 안으로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하고 쾌적하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 한 입 마시면 어떤 재료를 썼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은 복합적인 칵테일이 많다. 정중한 바텐딩과 칼 같은 서비스도 볼거리. 100 Strand, London WC2R 0EZ / fairmont.com/promo/savoy/dining/american.html

 

NIGHT JAR 화려한 가니시와 기물로 런던을 평정한 바. 예전만큼의 창의적인 기백을 찾아볼 수 없다는 평도 많지만, 런던이 처음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바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자유자재로 모티브로 활용하고, 감탄을 자아낼 만한 서브 방식은 바텐더들이 참고하고 배울 부분이 여전히 많다. 129 City Rd, London EC1V 1JB / barnightjar.com

 


 

바텐더들이 변했다 발베니 마스터 클래스를 수료한 뒤, 그들은 안팎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현용수 역삼동 마릴린 발베니 증류소를 다녀온 뒤 본격적으로 발베니 컬렉션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워낙 발베니를 좋아했지만, 왜 다른 싱글 몰트위스키에 비해 가격이 더 나갔는지, 왜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지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 증류소에서 사온 ‘발베니 툰 1509’를 서울에서 마셨는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정성스레 서명해준 병을 보니 그 기억이 또 새록새록 났다.

 

 

김진환 한남동, 역삼동 커피바 K 커피바 K에서 근무하려면 위스키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커피바 K 바텐더인 나에게 아주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 손님들에게 발베니 증류소 투어 이야기를 해주면서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피트 덩어리나 오크통 샘플을 직접 보여줬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손님과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김대욱 청담동 스틸 발베니 마스터 클래스를 다녀온 뒤 바텐더 대회가 열렸는데, 그때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 미션이 나왔다. 증류소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손님들에게 위스키 제조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더 생생한 설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책에서만 보던 피트도 실제로 처음 만져보았으니 설명이 완전 달라질 수밖에….

 

홍태시 이태원 더 버뮤다 평소 럼을 즐겨 마시다 보니 위스키를 본의 아니게 소홀히 한 것 같은데, 이번 발베니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위스키 전반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추게 됐다. 또 반대로 위스키 숙성에 관해 자세하게 공부하게 되면서 럼이나 데킬라의 숙성도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특히 더 버뮤다 직원들에게 직접 가져온 오크통 샘플로 좀 더 현장감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임채호 청담동 앨리스 발베니 증류소를 둘러보면서 각 파트마다 장인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일한 장인들…. 그동안 책으로 위스키 증류소를 공부할 때는 제조 과정에 집중했는데, 이게 사실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위스키의 값어치를 매길 때 그 안에서 장인의 가치가 얼마나 크게 차지하는지 알게 됐다.

 

임재진 청담동 르 챔버, 한남동 소하 증류소도 좋았고, 에딘버러와 런던의 바 투어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해외 칵테일 트렌드와 새로운 맛을 많이 경험했는데, 이걸 반영해 한남동 소하에서 새로운 칵테일 열 가지를 개발했다. 셰리, 포트 와인을 활용한다든지, 딜이나 큐민 같은 이국적인 향을 더해 ‘아로마 세일링’이라는 큰 주제를 붙여봤다. 발베니 증류소에서 들은 페어링 클래스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배병준 더 플라자 호텔 더 라운지 발베니 증류소를 방문한 뒤 같은 회사인 글렌피딕 증류소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베니와 글렌피딕의 맛과 향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증류기 사이즈와 모양 그리고 시간의 차이에 따라 확연히 다른 향이 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차이를 몸소 익히고 나니 손님들에게도 한결 더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해졌다.

 

정은경 더 플라자 호텔 더 라운지 위스키를 추천받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발베니 증류소에 대해선 공부를 한 만큼 다른 증류소에 비해 더 길고 깊게 설명하게 된다. 그러면 손님들도 호기심을 느껴 “한번 마셔볼까?” 하는 반응을 자주 보인다. 증류소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줄 때도 있는데, 즐거워하는 손님만큼이나 나도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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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