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이름으로 – 태민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스커트는 미하라 야수히로 by 분더숍.

방금 테이블을 만지면서 손을 움직였는데, 안무 같았어요. 제가 그랬어요? 직업병인가 봐요.(웃음)

샤이니가 데뷔한 지 8년이라면서요? 직업병도 8년 차인가요? 이번 콘서트 때 느낀 게, 예전에는 무대에서 틀리지 말자, 실수 없이 하자, 한 동작 한 동작 정확하게 하자, 그게 우선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너무 힘을 주니까 나중엔 디테일이 좀 무너지더라고요. 그럴수록 더 노력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근데 무대만의 에너지에 대해 점점 알게 됐어요. 힘을 어떻게 쓰는지 느낄 수 있어요.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머리를 쓴다는 얘기로 들리진 않네요. 네, 막 능숙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무대에서는 무대만의 기운이 있는데, 그게 뭔지 느낄 수 있거든요. 그 힘으로 가는 걸 알게 된 거죠. 단순해요. 나는 정말 무대를 좋아하는구나, 느낄 수 있어요. 그걸로 가요.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빠져 있는 거죠. 네, 저한테 빠져 있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이 사라져요. 음악마다 분위기나 흐름이나 세계관이 있잖아요. 거기에 내가 일단 빠지면 사람들의 시선이나 반응은 함께 따라오는 것 같아요. 같이 가는 거죠. 나한테만 포커스를 맞춰요. 무대에서는 그렇게 돼요 이제.

어떤 계기나 기회가 있었나요? 안무가들과 얘기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그 자체가 정답이라고 말해줬어요. 스스로를 믿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모든 게 당연하다는 듯이 해라. 그런 말 들으면서 정말 실수하는 게 두렵지 않게 됐어요. 물론 집중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일단 집중이 되면 시간이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얘기를 듣는 것과 몸이 움직이는 건 전혀 다를 텐데, 준비가 돼있었나 봐요. 모르겠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근데 제겐 쉬는 게 정말 중요해요.

태민의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민호의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컬렉션.

“요즘 저는 가사가 없는 음악이 너무 좋아요. 감정을 극단적으로 데려가는 음악이요. 사람들은 그냥 편안한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는 막 이렇게 저를 몰고 가는 음악이 좋아요.”

방에서 누워 있는 시간 말인가요? 네, 혼자 쉬는 시간이 너무 필요해요. 이번에 콘서트 준비할 때도, 다 같이 연습하는 시간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방에서 잠만 잤어요. 영화 보다가 자는 게 제가 개인적으로 공연을 위해 했던 준비예요.

혼자서 잠만 자는 방과 모두가 지켜보는 무대 사이의 간극이 작지는 않을 텐데요. 저는 누구에게나 노출되어야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요.

그래 보여요. 네.(웃음) 근데 무대랑은 또 달라요. 제가 연기도 해봤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부끄럽거든요. 소극적으로 되고요. 근데 무대에 서면 뭔가 거리낌이 없다고 해야 하나? 다 보여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연예인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저를 보여주는 건 너무 힘들어요. 갇힌 것 같기도 하고요.

태민의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민호의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컬렉션.

그런 의미에서 무대는 열린 곳이군요. 맞아요. 막 이렇게 달려들어갈 수 있는 곳. 저는 뭔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을 원해요. 사실 저는 그렇게 와 닿는 게 꼭 있어야 해요. 얼마 전에 일본에서 발표한 ‘Good Bye’ 같은 경우, 일본어 가사에 혼자 길을 걸어간다는 얘기가 나와요. 저는 그걸 내 스스로의 내면을 향해 간다, 그렇게 느꼈어요. 그렇게 이입하고 나면 무대가 그려져요. 뭔가 일치하는 느낌. 가사를 발음하고, 동작을 하고, 어떤 연출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뭔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전성기라는 말이 있지요. 스스로를 대입하면 어떤가요? 네, 주변에서 그렇게 얘기해요. 제가 지금 스물넷인데, 가장 좋을 때다, 다들 그래요. 모르겠어요. 저는 막 쏟아내고 싶어요.

다 쏟고 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석탄은 다 캐면 고갈되는데. 다른 걸 찾겠죠.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영감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재킷은 생 로랑, 셔츠는 디올, 보타이는 바톤 권오수.

지금 그 말 하는데, 눈빛이 막 ‘이렇게’ 되네요. 욕심이 정말 많아요. 제 음악, 제 모습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거예요. 요즘 음악시장도 그렇고,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 같고요. 내 존재를 알리고, 많은 무대에 서고, 그런 욕심요. 일본에서도 제대로 하고 싶고, 한국에서도 제대로 하고 싶고, 남자라면 무라도 썰어라, 그런 얘기 하잖아요. 한 번 태어난 인생인데 제대로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는 거죠.

제대로 못했어요? 욕심이 많아서요.

기준이 계속 올라가죠? 정말 그래요.

운명적인 한 곡이 필요한 걸까요? 네, 메가 히트곡이라고들 하죠.

재킷은 생 로랑, 셔츠는 디올, 보타이는 바톤 권오수.

확실하군요. ‘태민’에게라면 누군들 최고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너무 갖춰진 시스템이 오히려 방해가 된달지, 그렇진 않나요? 제가 좀 뭐랄까, 털털하다고 해야 할까요, 불만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도전하는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샤이니라는 팀이 워낙 그렇지만, 저 개인에게도 뭔가 늘 실험적인 게 와요. 옷이나 머리 모양 같은 것도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사실 신경도 별로 안 쓰이고요.

갑자기 ‘셜록’ 첫 무대가 생각나네요. 그때 눈을 가리는 긴 머리를 했었죠. 역대 샤이니의 무대 중 가장 좋아하는 무대입니다만.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 무대에서는 ‘태민’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져버린 것 같았어요. 단순하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죠. 하필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세상 사람 다 아는 태민인데, ‘쟤가 누구지?’ 갑자기 궁금하더라고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군요. 저도 제가 궁금해요.

티셔츠는 앙팡 리치 드프림, 가죽 재킷은 배트멍 by 분더숍, 귀고리는 블랭크 에이.

요즘 빠져 있는 게 있나요? 저는 정말 꽂히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말도 안 되는 거에 꽂혀서 끝까지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방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영화에 나오는 어떤 의자에 꽂히면, 보면서도 그 의자만 생각해요. 요새는 제가 당구에 꽂혀가지고.

당구는 혼자 할 수 없잖아요. 네, 정말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같이 있어도 신경이 안 쓰이는 애들요. 한 공간에 있어도 정말 아무 얘기 안 해요. 집에 있으면 그냥 이렇게 쑥 들어와서, 각자 할 거 하다가, 밥 먹을 때 같이 먹다가, 갈 때 되면 가는. 사실 잘 가지도 않아요. 다들 자고 가니까. 10년 이상 된 친구들이에요. 연습생 때부터 만난 친구들요.

멤버들과는 어때요? 다섯 명의 목표가 다 비슷하다고 느껴요. 더 보여주고, 더 올라가고, 더 잘하고 싶은 에너지가 있어요. 사실 저희에겐 히트곡이라는 게, 샤이니 하면 딱 생각나는 메가 히트곡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멤버들이 아직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면도 있는 것 같고요.

새 앨범은 어때요? 새 앨범에 대해 태민의 코멘트를 들어볼까요? 샤이니 앨범에 대해서는 제가 말을 하기보다, 항상 듣는 쪽을 택해요. 사공이 될까 봐 조심하는 게 있어요. 대의를 따른달까요. 이번 앨범은 여전히 샤이니스럽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쉽다면 쉽다? 전 좀 쉽다고 느꼈어요.

티셔츠는 앙팡 리치 드프림, 가죽 재킷은 배트멍 by 분더숍, 귀고리는 블랭크 에이

지금 ‘쉽다’고 말하는 표정, 재미있네요. 나는 훨씬 더 어려운 것도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문제가 쉽게 나온 거죠?, 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요?(웃음) 이번에는 대중과의 호흡이나 에너지에 균형을 맞추려는 측면이 있어요. 그럴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근데 무대는 올라가봐야 알아요.

샤이니 노래 중 이상하게 애착을 느끼는 노래가 있다면요?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누난 너무 예뻐’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를 정말 자극했던 노래거든요. 데뷔곡인데, 녹음할 당시 제 파트가 좀 없어가지고.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나도 가수인데,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어요.

그랬던 태민이 지금은. 아니에요, 부족해요.

콘서트에서 샤이니 노래를 이어 듣는데, 새삼 동시대를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루시퍼’를 할 때 진한 느낌이 들었는데, 샤이니는 끝낸 적이 없구나, 계속했구나. 끝이 안 나는구나, 그런 말들이 떠올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미래는 뭘까요. 저는 해보고 안 되는 게 있으면, 안 되는구나 생각은 해요. 근데 절대 포기는 안 해요.

포기할 필요가 없어요. 제 생각도 그래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저는 하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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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