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이리나 샤크

2016.10.04GQ

남자와 다이아몬드와 축제를 좋아하는 여자, 이리나 샤크.

이리나 샤크는 인티미시미의 테스티모니얼 모델이다. 실크 페티코트는 인티미시미.

이리나 샤크는 누구인가? 남자를 미치게 하는, 국적과 출신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얼굴의 완벽한 여자.(그녀가 러시아, 아니 구소련 출신이란 걸 알고 있었나?)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그녀의 모습이다. 또한 모델로서, 이리나는 촬영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촬영장을 떠날 때까지 굉장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나는 그것을 다름 아닌 프로다움이란 말로 표현하고 싶다.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꼭 경험해봤을 그런 강렬한 면모 역시 이리나의 것이다.

그리고 나, 리카르도 티시가 아는 이리나가 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자를 ‘아름다움’이라 쓰인 박스 안에 가두고, 그 외 다른 것은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이리나는 아름답다. 만나면 말 그대로 눈을 깜박일 새조차 없다. 찰나도 놓치지 않고 계속 쳐다보고 싶어서. 그녀를 메두사 같다고 말해보면 어떨까. 혹은 깊은 곳에서부터 빛을 발산하는 태양처럼, 보면 반갑고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절대로 똑바로 응시할 수는 없는 그런 존재.

이리나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여자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살며 평생 들어본 수많은 소리 중 가장 기분 좋은 소리다. 그리고 그만큼 대화를 이끌며 남들을 즐겁게 하는 재주도 있다. 저녁 내내 얘기를 나누며,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은 적이 많다. 재잘재잘 그야말로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난 우리가 우정을 쌓아온 최근 몇 년간의 기억을 더듬었다.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가 처음 내 컬렉션의 런웨이를 걸은 뒤 서로 흥분을 했던 때, 그녀의 남자친구를 처음 봤을 때, 그녀가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자가 됐을 때, 저녁 식사를 싹 다 비운 후에도 몇 시간을 더 앉아 사적인 얘기를 나눴을 때. 일 덕분에 시작된 관계지만, 우리가 나눈 얘기와 그 순간에 대한 일화라면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소중하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기분을 선물한다. 마치 방과 후에 친구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보 같은 행동을 일삼으며 놀러 다니던, 열네 살 때나 느끼던 감정 같은 것. 성인이 되어 이렇게 완전히 잊었던 감정이 다시 깨어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아무나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리나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그녀는 삶이 순수한 기쁨으로만 꽉 찰 수도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

한편 이리나는 두려움이 없는 여자다.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의 관능을 숨기지 않는다. 난 그녀가 60년대쯤 태어났다면 대통령과 밀회를 즐기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뒤흔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탈리아 축구장의 판타지스타처럼, 그녀는 비현실적이다. 아마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이리나 샤크에 대해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대체 단점이 뭐라는 거야? 그런 건 없다. 정말로 하나도.

벨벳 빈티지 드레스는 앤드아카이브, 속옷은 인티미시미.

어렸을 때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뭔가요? 가족들과 버섯을 따기 위해 숲으로 놀러 갔을 때, 거기서 다 같이 먹은 저녁, 아버지가 차고에서 차 고치는 걸 구경하던 주말, 어머니와 언니랑 같이 정원에서 일한 날. 사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싫은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할머니 집에 가는 것도 참 좋아했어요. 할머니가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사셨거든요.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으니까요.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았어요.

모델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이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죠.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제가 특출하게 예쁘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꽤 늦은 나이까지 남자친구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몰랐고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엄마가 꽃무늬 원피스를 입히면 싫다고 도망 다니고 그랬어요. 어머니는 피아노 선생님이었고, 저는 그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음악 학교에 다녔어요. 그러다 열아홉 살 때 마케팅을 공부하고 싶어서 다른 도시로 떠났죠.

그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언니가 거기서 뷰티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언니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모델 에이전시 사무실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캐스팅이 된 거죠. 하지만 에이전시에서 처음 파리에 가자고 했을 땐 거절했어요. 그보다 먼저 학업을 마치고 싶었거든요. 그게 어머니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이후 어머니 혼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셨어요. 특히 제 학비 때문에 힘들게 일하셨고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2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 누구보다 절 응원해주신 분이죠. 강하고 독립적인, 제 영웅이었어요. 순탄치 않은 삶을 사셨어요. 열아홉 살 때 2차 대전이 일어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직접 뭔가 해야 하던 때였죠.

여행에 대한 기억도 있나요? 어릴 땐 여행을 갈 돈이 없었어요. 열일곱인가 열여덟 살 때 바다를 처음 봤죠. 열아홉 살이 돼서야 비행기를 타봤고요. 그래서 요즘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벌써 몇 군데 생각해뒀는데, 시간만 나면 바로 떠날 거예요.

스스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내가 러시아인이라는 사실, 작은 마을에서 자란 시간, 그리고 이렇게 모델이 된 것, 또 다행히 내 가족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일하지 않을 땐 뭘 하나요? 집에서 먹고 자고 해요.(웃음) 그렇게 특별한 건 없어요. 친한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어떻게 모델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저는 그냥 저, 이리나 샤크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좋아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아니에요. 어차피 그런 거라면, 결국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한 거죠. 저는 인기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인 척하고 싶진 않아요.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파리에 처음 갔을 때. 그때 제가 스무 살이었는데 입을 옷도 없었고, 가끔은 먹을 것도 부족했어요. 진짜로요. 다른 모델들이랑 같이 있으면 옷차림이 달라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몰라요.

자신이 몇 살이라고 느껴요? 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농담을 아주 즐기고, 어떤 일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열다섯 살 정도? 하지만 전 지금 실제로 서른이 넘었고, 그 사실을 제 자신에게 가끔 주지시켜줘야 해요.

빈티지 드레스는 앤드아카이브, 속옷은 인티미시미.

배우고 싶은 게 있나요? 운전이랑 자전거 타기.

지방시 진 광고 캠페인 촬영은 즐거웠나요? 20대 때는 이렇게 큰 광고 촬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리카르도,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카린 로이펠드의 < CR Fashion Book > 창간 행사였죠. 그리고 나를 쇼에 세웠고요. 이어서 제가 지방시 진의 얼굴과 몸이 될 거란 사실을 알았을 때 믿을 수가 없었어요. 서른인 내가? 정말? 촬영이 끝나고 나서 사진을 보는데, 완벽히 제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였어요.

어떤 남자를 좋아해요? 외모를 얘기하는 거라면, 특별한 취향이나 이상형은 없어요. 대신 여자를 아끼고 보호해주는 남자다운 남자. 그러면서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똑똑한.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 적은 없나요? 한 번도 없어요. 전 러시아인이고 남자와 다이아몬드, 축제를 좋아해요.

섹스할 때 꺼리는 게 있나요? 이제야 이탈리아 사람다운 질문이 나왔네요.(웃음) 있죠. 하지만 말하지 않을 거예요. 전 러시아 사람이니까, KGB 요원처럼 끝까지 비밀을 지킬 거예요.

    에디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하이코 카이나트(Heiko Keinath)
    포토그래퍼
    MARIO SORRENTI
    스타일리스트
    사라 리차드슨(Sarah Richardson)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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