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의 기준, 서강준

미남은 곧장 딜레마에 부딪힌다. 그에겐 언제나 자신을 증명할 새롭고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우 서강준에게 미남이란, 다음이란 무엇일까? 그는 미남의 외곽을 확장하는 개척자가 될 수 있을까. 잘생긴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은 꽤나 드문 세상에서.

크림색 셔츠는 르 메르 by 10 꼬르소 꼬모. 모자는 구찌.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거 알아요? 저는 요일에 대한 감흥이 없어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분명히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냥 휴대전화로 글자만 확인하는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은 어떤 날이었어요? 되게 빈둥대는 날. 뭔가 채워가고 있는 거 같아요. 쉬는 거라고 해야 되나? 내일도 마찬가지예요. 아, 내일은 시상식이 있구나. 빈둥거려요. 배우고 싶은 것도 알아보고.

뭘 배우고 싶은데요? 현대무용이나 발레를 알아보고 있어요.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연기할 때 그게 참 필요하다고 느끼거든요. 뭔가 땅에 뿌리를 딱 두고 있는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중심이 잡히면 훨씬 더 나를 롤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이렇게 느낌으로 하는 연기와 중심을 잡고 컨트롤하는 연기는 다르잖아요. 제가 부족해 보여서.

거울 자주 봐요? 자주는 아닌 거 같아요. 샤워하고 단장할 때 보고, 그 외에는 거의 안 봐요.

거울 볼 때 뭔가 특별한 표정을 지어본다거나. 저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한번 떠보는 거 같아요.

크림색 셔츠는 르 메르 by 10 꼬르소 꼬모. 모자는 구찌.

일부러 못생긴 얼굴을 만드는 건가요? (웃음) 아, 그런 건 아니에요.

서강준에게는 어디까지나 미남이라는 말이 앞서 나오죠. 잘생긴 분 많잖아요. 저는 사실 얼굴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아요. 신경을 쓰지도 않아요.

신경 쓸 게 없다? 쓰려고 들면 많죠.

자기 얼굴을 잘 아나요? 그래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요? 24년 동안 봐온 얼굴인데.

이 얼굴로 내가 뭔가 하겠지, 확신한 적이 있다면요? 주변에서 외모가 준수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저는 이게 뭔가 도움이 될 정도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그냥 그랬던 거 같아요. 내가 준수한가? 그 정도.

그렇다 칩시다(웃음) 어쨌거나 ‘미남 배우’는 시작과 동시에 불안을 상기시키기도 하죠. 꽃이 지듯이 어떤 ‘끝’을 생각하게 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런 걱정도 해보지는 않았어요. 나중에 제 연기가 아주 뛰어나게 됐는데 외모에 가려지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도 받아봤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예요. 걱정을 해본 적은 없어요. 신경이 안 쓰여요. 그냥 저는 연기를 하고 싶고,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외모는 부모님이 주신 거고, 스타일은 스태프들이 꾸며주시는 거죠. 저는 제가 할 일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미남이라는 말은 보시는 분이 그렇게 느끼는 거지, 제가 제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그 단어는 정말 의미가 없어요. 언젠가 이게 장애물이 될지,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있어요.

퍼 코트는 김서룡. 셔츠는 유밋 베넌 by 무이. 팬츠는 톰 브라운.

모르면서 어딘가로 달려가는 건가요? 저는 커다란 목표 같은 게 없어요. 지금 주어진 일을 가장 즐겁게, 집중해서 잘해야겠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야겠다, 그거예요. 몇 년 뒤, 10년 뒤, 언젠가는 말론 브란도 같은 배우, 무슨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이런 게 없어요.

필모그래피를 예쁘게 가꾸려는 배우도 있죠.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정말 그런 사람 같아서 이의를 제기하진 못하겠네요.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저한테는. 약간 즉흥적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 그때 느껴지는 의욕이나 집중도 같은 거요. 작업에 대해서도 그렇고, 인생에 대해서도 뭔가 즉흥적으로 집중하는 게 있어요. 일상이 좀 쓸쓸한 편이에요. 주변에서도 저한테 쓸쓸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집에서 그냥 고양이들이랑 있어요. 고양이들이랑 앉아서 얘기도 하고 TV를 보다가 껐다가, 창문 한번 내다봤는데 노을이 예쁘면 나가서 돌아다니다 들어오고.

미화하기에 꽤나 좋은 장면이네요. 그렇게 막 아름답지는 않아요. 머리는 이렇게 떡져 있고,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목이 쭉 늘어난 티셔츠에, 그런 일상을 되게 좋아하는 거 같아요. 쓸쓸하긴 한데 그걸 또 즐기는 거 같아요.

영화를 많이 본다면서요. 그런 일상과도 연결이 되네요. 오늘자 서강준의 베스트 필름 세 가지는 뭔가요? < 대니쉬 걸 >이랑 < 이터널 선샤인 >이랑 음,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요.

턱시도 수트와 셔츠는 모두 생 로랑.

“처음에 서강준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마음에 들었어요. 거울 한번 보고, 서강준, 어때, 어울려? 괜찮다, 그렇게 되더라고요. 새로운 걸 바로바로 받아들이는 편이 아닌데, 이 예명은 그냥 쑥 들어왔던 것 같아요.”

에디 레드메인을 좋아하나 봐요? 되게 좋아해요.

그의 무엇을 보나요? 연기가 되게 불친절해서 좋은 거 같아요. 상상하게 만들어요. 그런데 표현은 과감하다 해야 하나? 막 신선해요.

서강준과 에디 레디메인은 뜻밖이면서 흥미로운 조합이네요. 에디 레드메인은 몸이 굉장히 가녀리고, 어깨도 좁은데, 그게 뭔가 예뻐 보여요. 처음엔 그냥 평범해 보였는데 볼수록 그 몸과 선이 부러워요. 질투? 열등감? 이런 게 생기더라고요. 저한테는 너무 맞지 않는 느낌인데도 부러웠어요. 없던 사람 같잖아요. 나도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다 생각하죠.

서강준은 어떤 배우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터틀넥은 Z 제냐. 브이넥 니트는 김서룡.

대답을 피하려는 것으로 들리진 않네요.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안 드니까 어쩔 수 없어요. 여려 보이기도 하고 강해 보이기도 하고, 저를 잘 모르겠어요. 미남이라는 말도… 글쎄요, 미남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 말을 의식하고 신경 쓰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행여 미남이라는 이미지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나중의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미뤄놓고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해요. 정말 단순해요.

역시 작품을 만나야 할까요? 운명적이랄지 그런 순간요. 그건 좀 믿어요. 로망과 기대가 있어요. 어쩌면 그 기대 때문에 계속 작업을 하는 거죠. 어쩌다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진짜 행복할 거 같아요. 어떤 걸까요? 모르겠어요. 아직 몰라요. 근데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기대한다고 느껴요. 부모님이 오래전에 제 사주를 봤는데,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팔자라고 했대요. 저한테는 말을 안 해주셨어요. 헛바람 들까 봐. 그때 저는 연기니 뭐니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냥 저는 좀 독립적이었어요. 네가 알아서 해라, 실패도 네가 하고 성공도 네가 한다, 그런 거 있죠. 저도 자연스럽게 내 인생 내가 개척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 연기학원에 찾아갔을 땐 문 앞에서 그냥 돌아섰다면서요. 무서웠거든요. 한심하더라고요. 내가 용기가 부족하구나. 이러면 안돼. 다음날 또 가서 일단 시작은 했는데, 내내 창피했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이상해 보이진 않나? 포커스가 거기에만 있는 거예요. 준비한 걸 자유롭게 발표할 때도, 끝까지 손을 안 들었어요. 허송세월하는구나. 근데 제가 포기는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도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곧 방영되는 < 안투라지 >는 어떤 도전인가요? 굉장히 새로운 도전이에요. 조금 무섭기도 해요.

무서워요?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니까요. 사전 제작이라 촬영은 다 끝났어요. 몸이 힘든 건 없었는데 난관은 좀 많았던 거 같아요. 내가 하는 연기가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범위에서는 정답에 가까워야 하는데, 이래야 되는 건가 저래야 되는 건가 헷갈리더라구요. 현장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

스물네 살이죠? 스물세 살과는 다른가요? 스물 한두 살보다 성숙하고 스물세 살보다도 성숙해요. 스물다섯 살보다 성숙하지는 않아요.

근거가 뭐죠? 저만 믿고 있는 기준인 거 같아요.

경험이 쌓였나요? 겪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나면 그건 나를 떠난 게 되나요? 예전엔 그랬어요. 저를 버리려고 했어요. 캐릭터로만 다가가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인간이 아니더라구요. 쟤 연기하고 있구나, 내 연기지만 참 재미없다. 점점 저한테서 출발하고 집중하려고 해요.

산본에서 나고 자랐죠? 이제 11월인데 어때요? 축 가라앉는 시기예요. 우울해지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정신이 축 가라앉아요.

빈둥대기 좋은 때네요. 아까 저기 앉아 있을 때, 분위기랑 햇살이랑 음악이랑 그냥 집중이 됐어요. 근데 오늘이 토요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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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