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난 자레드 레토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의 레이언과 < 수어사이드 스쿼드 >의 조커는 그 얼굴만큼 선명하게 남았지만, 자레드 레토는 거기에 없다. 진한 분장 때문은 아니다.

재킷은 보테가 베네타, 목걸이는 데이비드 율만.

자레드 레토의 어시스턴트는 과연 그의 어시스턴트 같았다. 바싹 마른 체구에 탈색한 머리, 간신히 어깨를 덮는 낡은 빈티지 티셔츠와 검정색 부츠. “마실 것 좀 드릴까요?” 그녀는 느긋한 말투로 인사를 걸어왔다.

곧 자레드 레토가 오트밀 그릇을 갓난아기처럼 꼭 쥐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는 기사에 자신의 집의 위치나 생김새를 자세히 묘사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할리우드 최후의 미스터리. 적어도 자레드 레토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니 이런 요청 또한 자연스럽다. 월요일에 테리 리처드슨과 누드 촬영을 하고, 화요일에 아이티 자선 행사에 턱시도를 입고 나타나고, 수요일에 < 수어사이드 스쿼드 >에 함께 출연한 마고 로비에게 천연덕스럽게 살아있는 쥐를 보낸다 해도(실제로 그렇게 한 적이 있다!) 놀라지 않을 것이다.

괴상하고 수시로 변하고 예측할 수 없는 남자. 그는 암벽 등반을 정말 좋아한다. “왜 산을 오르나요? 거기엔 무슨 의미가 있죠?” 그렇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본능적 반응? 어릴 때 나무나 높은 벽을 보면 기어오르고 싶잖아요. 한계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욕구죠. 정상에 오르려고 등반을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올라가면 좋죠. 그보다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거예요. 공포는 종종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어요.”

하지만 그의 경력에서만큼은 두려움을 느낄 수 없다. 최근엔 꽤 벅찬 산에 도전했다. < 수어사이드 스쿼드 >에서 바로 고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 역을 넘겨받은 것이다. 자레드 레토는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의 트랜스젠더 역할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지만, 지금 조커로 분하는 것은 그 이상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단 할리우드가 재해석한 슈퍼히어로를 영 탐탁지 않아 하는 골수 코믹스 팬덤(벤 애플랙의 배트맨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본다면)이 있다. 또한 히스 레저처럼 배역에 완전히 빠져드는, 자레드 레토 스스로 느낄 정신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촬영을 모두 마친 그는 끄떡없는 듯 보인다. 심야 토크쇼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밴드 서티 세컨즈 투 마스의 일원으로 공연할 때를 제외하면, 그는 꽤 차가운 사람이다. 힙스터 유의 냉랭함과는 좀 다르다. 그보단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는 쪽에 가깝다. 프로페셔널하달까. 로큰롤 밴드의 프론트맨 같은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매 순간을 치밀하게 계산하며 움직인다. 어쩌면 그는 조커를 연기하면서도 원작이나 다른 배우를 참고하기보다는 그저 자기 안의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를 꺼낸 게 아닐까? 타고난 쇼맨으로서.

재킷은 발렌티노, 터틀넥 스웨터는 에르메스.

<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이 큰 규모의 영화는 처음 아닌가? 내 경력은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갑자기 삶이 바뀌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그래서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고,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 게 편한지 이미 잘 알고 있다.

의도대로 된 건가? 일부는 운명이었고, 일부는 의도였다. 나는 유명세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

어렸을 때도 그랬나?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다. 방에 동경하는 누군가의 사진을 붙여놓지도 않았고.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했는데, 그들의 얼굴도 몰랐다. < Dark Side of the Moon > 음반의 모든 곡 가사를 다 외울 정도였는데도 그랬다. 난 영웅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 경력도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 배우로서 카리스마를 내뿜기보다 일단 캐릭터에 몰입한다. 만약 내가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대성공을 거뒀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까지 했으니, 아무도 그 역할을 맡지 않고 싶어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완벽한 연기를 이어받기란…. 히스 레저는 완벽한 배우였다. 그 중에서도 조커는 최고의 연기였고. 그가 맡은 최고의 악역이 아닌,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연기. 잭 니콜슨의 조커도 빼놓을 수 없다. (60년대 TV 시리즈에서 조커 역을 맡은) 케서 로메로와 (애니메이션에서 놀라운 목소리를 더한) 마크 해밀도.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배우와 작가들이 구현하고 재해석한 조커 덕분에, 난 되레 부담에서 벗어났다. 자유롭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달까. 엄청난 존경심과 함께 딱 그만큼의 흥분이 생긴 거다.

조커 역이 히스 레저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도 있다. 그런 두려움은 없었나? 글쎄. 한때 폭력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던 시점이 있었다. 그러다 그런 것들이 내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난 이전에도 꽤 어두운 영화에 출연해온 배우다. 조커 역은 어쨌든 뛰어들어야만 하는 일이다. 큰 도전인 한편 재미있었다. 난 늘 조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애기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절대 우습게 여기지 않는 것들을 우습게 생각할 뿐이다. 이를테면 죽음. 또한 조커는 엔터테이너다. 사람들을 자극하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걸 즐긴다. 촬영장에도 그런 에너지가 있었을 거라 믿는다.

함께 출연한 윌 스미스는 “최근 자레드 레토를 본 적이 없다. 조커를 만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진짜 자레드 레토는 서티 세컨즈 투 마스의 공연장에 있나? 아마도. 나에 대해 아주 잘 알 수 있을 거다. 연기를 할 때는 주어진 상황과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내게 굉장히 중요하다. 항상 피터 셀러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조니 뎁, 숀 펜 같은 배우들을 좋아했다. 자기 역할에 완전히 빠져 강력한 캐릭터를 만드는 배우들.

의상은 구찌, 시계는 피아제.

음악과 연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음악. 평생 해온 어떤 것보다 무대 위의 내 모습에 자신이 있다.

(형이자 밴드 동료인) 샤논과의 관계는 어떤가? 얘기를 많이 한다. 요즘처럼 곡 작업 중일 때는 매일.

루이지애나 주 보시어 시티에서 태어났다. 이 기묘한 자레드 레토가 그렇게 작은 도시 출신일 줄이야. 이사를 많이 다녔다. 방랑자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달까. 그래도 그곳과 나 사이엔 분명히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

그게 뭔가? 음….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느낌? 당장 내일 루이지애나로 돌아간다 해도 생기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 물론 모든 게 낙관적이었던 건 아니다. 엄마는 아이 둘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나는 지금도 농담으로 보시어 시티는 떠나는 게 아니라 탈출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신을 믿나? 인류의 행동에 대해 의식적 판단을 내리는 신이라면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믿나? 무시하거나 일축하려는 건 아니다. 종교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좋은 일이다. 누구든 믿고 싶은 걸 믿을 수 있는 자유가 있고. 하지만 “오, 너는 이런 일을 했구나”라고 말하는 수염 난 남자가 저 위 어딘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난 지금 이 세상이 현실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지 않나? 요즘 나오는 VR 기기와 라이트 형제가 1903년인가 1904년에 처음 만든 유인 비행기를 비교해보면 어떤가? 1백 년 뒤의 VR은 정말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원한다면 꿈 속에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보시어 시티는 종교의 역할이 큰 도시 아닌가? 사촌과 이모와 삼촌들이 교회에 다녔다. 몇 번 갔는데 목사가 금목걸이와 금반지를 끼고 있는 걸 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생전의 아버지와는 가깝게 지냈나? 그렇지 않다. 내 가족은 형과 어머니와 나뿐이다. 어릴 땐 이게 문제라는 걸 몰랐다. 지금이야 어머니가 엄청 고생했다는 걸 알지만.

지금의 보헤미안 같은 자신을 그려보기도 했나? 물론이다. 어머니 친구들은 조각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같은 사람들이었다. 나와 형은 그런 환경의 영향을 받아 창의적인 아이가 됐고.

다른 아이들이 괴롭히진 않았나? 난 골칫덩어리였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그런 조짐이 있었는데, 절대로 참지 않았다. 얻어 터져도 맞서 싸웠다.

처음 여자친구를 사귄 건 언제였나? 기억이 안 난다.

누구나 처음은 기억하지 않나? 난 그렇게 전통적인 사람이 아니다. 20대였던 건 확실하다. 한동안 꽤 내성적이었고, 인기가 많은 남자애는 아니었다. 언제나 상상에 빠져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고.

지금은 어떤가? 아는 사람은 많지만 똑같은 것 같다. 제각각 따로 만날 뿐, 큰 무리에 속해 있진 않다.

그게 무엇이든 자기에 대한 소문이 떠도는 게 싫은가? 악의가 있거나 거짓인 루머들은 좀 그렇지만, 어떨 땐 전혀 신경 안 쓴다. 사실이 아니라도 그게 내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면 괜찮다. 오바마든 교황이든 카니예 웨스트든 테일러 스위프드든, 그를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코트와 셔츠는 프라다.

그 네 사람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면? 교황부터.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오바마. 지지하고 믿는다. 그가 미국 최악의 직업 중 하나를 맡았다고 생각한다.

조커 역보다 더 힘들지도. 그가 대통령을 맡기 시작한 시기엔 더 심했다. 엉망진창이었을 때니까. 출입기자 만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오바마만큼 재미있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카니예 웨스트. 오랜 친구. 늘 친절하고 너그러운 사람. 특히 자기 생각을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였을 때 따라오는 수많은 것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다른 사람의 그런 면은 좋아한다.

논란이 될 만한 생각을 많이 하나? 다 그렇지 않나? 최근 조커를 연기했다. 이상한 생각을 할 수밖에.

테일러 스위프트. 자극을 주는 사람. 테일러는 자기 스스로 성공을 쟁취한 여성이다. 균형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남성성을 어떻게 규정하나? 지금은 사람들이 남성성이나 여성성만이 아닌, 여러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흥미로운 시대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남성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냥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기본적으로 나를 어떻게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할리우드에서도?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남자 주연 배우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배우들이 있다. 그중 일부는 남성적 주연 배우라는 묶음으로 한 번 더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모든 종류의 배우를 위한 자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레드 레토는 남자 주연 배우인가? 그건 남들이 결정하는 일이다.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 덴젤 워싱턴, 맷 데이먼. 남자 주연 배우다. 그렇다면 조니 뎁은 어떤가? 할리우드가 남자 주연 배우라 부르는 인물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대단한 연기를 펼치고, 그가 어떻게 포장되든 난 그를 좋아한다.

미국이 게이인 남자 주연을 받아들일까?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것을 바라는 건가? 그렇게 되길 바란다. 게이 배우가 이성애자와 똑같은 기회를 얻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금 내 생각은 그렇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다른 소수 집단에 속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아, 소수라는 단어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 영화업계는 아직도 굉장히 보수적이다.

< 수어사이드 스쿼드 2 >도 나오나? 아직 조커가 할 말이 많이 남긴 했다. 지금은 새 조커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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