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김상중의 지금

2016.10.25손기은

김상중은 누구보다 긴 시간 배우로 일했지만, 그 어떤 순간보다 지금이 좋다. 또래도, 동료도, 다른 사람의 말도, 그를 조급하게 하게 만들 수 없다. 김상중에게 안부를 묻듯이 질문을 건넸다.

터틀넥은 Z 제냐, 수트는 꼬르넬리아니, 시계는 지라드 페리고.

스튜디오로 들어서는데, 유난히 옷에 눈이 갔습니다. 연보라색 워싱 셔츠부터 디아도라 스니커즈까지 모두요. 여기 온다고 대충 입고 나온 건데…. 나는 옷을 잘 입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나한테 맞게 잘 입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나를 알아야 되고, 나의 신체 구조를 알아야 된다는 거예요. 내 몸에 맞게 옷을 입고, 그 다음에 중요한 건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싶어요.

지난밤 TV 시상식에서도 옷이 예뻤습니다. 그 수트도 다 내 옷입니다. 옷을 많이 갈아입어야 하는 드라마를 빼고는 시상식이나 < 그것이 알고 싶다 > 녹화나 CF 촬영 때 내 의상으로 해요. 내 몸에 맞아서 자연스럽고 좋아 보이는 거겠지요.

옷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였나요? 90년대 초반 < 목욕탕집 남자들 > 할 때나 < 거짓말 > 할 때 보면 ‘야, 이런 옷을 내가 그때 이렇게 입었었어? 야, 정말 촌스럽다’ 이런 생각을 하죠. 2000년, 2002년 즈음부터 옷을 무성의하게 입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떤 작품부터더라….

2007년 < 내 남자의 여자 >요? 맞아요. 그때는 내가 찌질이 교수였지. 홍준표라는 인물이었죠. 그때 이후였던 것 같아요.

캐시미어 터틀넥은 Z 제냐.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이 김상중과 가장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나요? 감정 이입이 잘되고, 또 하면서 조금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 건 < 나쁜 녀석들 >이에요. < 그것이 알고 싶다 >가 늘 고구마 같은 얘기를 한다면, 이 드라마는 픽션이지만 사이다 같은 결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구탁 역할이 나는 굉장히 통쾌했어요. 대리만족도 얻고.

OCN 드라마 < 나쁜 녀석들 >은 2014년 작품이니까 굉장히 최근 작품입니다. 곧 웹으로 개봉되는 영화 < 특근 >과도 분위기가 비슷해요. 최근엔 버디무비, 느와르 같은 작품을 일부러 고르는 느낌입니다. 그런 작품이 많이 들어오진 않아요.(웃음) 이걸 고른 이유는, 그냥 재밌잖아요. 액티브한 걸 좋아하다 보니 끌리기도 하고요. 어떤 배우든 특화된 자기만의 캐릭터들이 있죠. 성룡은 액션 전문 배우야, 저 배우는 사극 전문이야…. 그런데 그런 배우라도 하나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기회가 생기면 다른 장르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 해요. 저도 뭔가를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요즘은 남자들끼리 ‘케미’가 있는 작품이 재미있어요. 이 영화는 < 맨인블랙 >처럼 차가 괴수가 되고, 괴수를 잡는 요원들이 등장해요. 새로운 기획물, 새로운 도전이에요. 저에겐. CG가 워낙 많아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반면 < 그것이 알고 싶다 >처럼 오랫동안 출연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만약 “김상중의 대표작은 < 그것이 알고 싶다 >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서운한가요? 아니요. 저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배우라는 걸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요즘도 가끔 팬카페에 들어가는데 초등학생 팬도 있어요. 깜짝 놀랐죠. 저는 < 그것이 알고 싶다 >를 보는 연령층이 한층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 그것이 알고싶다 >로 인해 생긴 팬들이 아닐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저한텐 굉장히 소중한 프로그램입니다. 아까도 얘기했듯, 새로운 작품을 고를 때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저의 일부, 그 일부의 모태는 < 그것이 알고 싶다 >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를 진행자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래서 1년에 한 편 정도는 드라마건 영화건 연기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실크 셔츠와 소가죽 트렌치 코트는 모두 김서룡 옴므.

작년부터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몇 번 나와 대중들과 부쩍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중들이 김상중에 대해 오해하는 점이 있나요? 어떤 부분을 오해할까? 흠….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나는 스마트하지 않다. 스위트하다”고요. 늘 단정하고, 넥타이도 칼 같이 매고, 빈틈이 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난 그렇진 않아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일 년 중에 어떤 달을 제일 좋아하나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를 제일 좋아해요. 활동하기 좋은 시기잖아요. 골프 하기도 좋고, 바이크 타기도 좋고.

그 좋은 날, 어디로 가고 싶나요? 바이크 타야죠? 겨울 내내 배터리가 방전돼서 시체처럼 된 바이크를 챙겨서요. 특히 저는 충주 쪽으로 난 길, 거기서 단양 팔경으로 갔다가 안동을 돌아 울진으로 넘어가는 길을 좋아해요. 진짜 환상적이에요. 많게는 하루 1천 킬로 정도까지도 타요.

어떨 때 바이크가 가장 간절히 생각나나요? ‘스포츠투어러’를 타요. 시속 300킬로까지 나와요. 그러면 ‘야, 내가 이 속도로 달리는구나!’ 이런 생각이 스쳐요. 영화에서 보면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옆에서 빛이 흐르는 느낌 있죠? 그 순간엔 또 이런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조금 더 달리면 잘못될 수도 있어. 자제하자. 자제하자. 더 달리면 안 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거기서 이제 자제를 하면서 속도를 줄여요. 그래서 가끔 뭔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자제력이 필요할 때 바이크를 탑니다. ‘이게 절제고, 자제고, 집중이지’를 느낍니다. 그리고 바이크는 내가 쉬는 날이면 누구하고 연락할 것도 없이 나 혼자 언제든지 나갈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모터스포츠에 본능적으로 관심이 많았어요. 그때도 자전거를 타도 그냥 타는 게 아니고 앞바퀴 들고 타고 높은 데서 이렇게 점핑하고… (웃음)

지금 행복한가요? 누구나 자기만의 자연스러움이 있는 거 같아요. 내 또래 친구들을 보면 형 같기도 하고, 나이가 비슷한데 나에게 말을 막 놓기도 하고…. 그 친구들에겐 내가 튀는 것처럼, 나이에 안 맞아 보이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자연스러움이 있는 거예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기는, 소위 얘기하는 연륜이라는 것이 이런 여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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