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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부츠, 왜 루이 비통인가?

2016.10.25강지영

점잖고 과묵한 첼시 부츠도 좀 다르게 신을 수 있다. 약간의 위트만 더하면.

상점 선반에는 포도 알처럼 많은 물건이 있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있고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있다. 그중 뭔가에 홀딱 반했어도 당장 못 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돈이 모자라거나 이미 비슷한 걸 가졌거나 혹시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뒤돌아서니 어느새 잊었다면 그건 안 사도 된다. 불현듯 다시 생각나고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상점을 괜히 또 찾는다면 그건 피할 수 없는 인연이다. 검은색 첼시 부츠, 그것도 루이 비통의 앵클부츠라면 포기해야 하는 이유들이 먼저 생각난다. 첼시 부츠 몇 켤레쯤은 이미 있고(낡고 뚱뚱해지고 굽이 닳긴 했지만), 녹은 눈때문에 잿빛 진창일 겨울 도로에는 좀 더 싸고 수수한 게 맞을 거란 현실적 논리도 작용한다. 그러나 몇 번이고 창 너머의 표표한 부츠를 바라본 후, 기어이 사야 할 명분을 찾는다. 물개처럼 반지르르 광택이 도는 검정 송아지 가죽, 순록처럼 날씬하고 우아한 형태, 검은 바다의 등대처럼 몹시 반짝이는 LV 시그니처 큐브 장식. 이 정도로 충분하지만 이 부츠를 갖고 싶은 이유는 또 있다. 웰트의 선명한 빨간색 선. 남자에게 빨강은 이 정도의 귀여운 함량이 좋다고 생각할 때쯤, 마침 안감의 빨간색도 눈에 들어온다. 첫눈에 차분하고 고급스럽지만 발랄한 생기가 있다고 느낀 건 약간의 고명처럼 쓰인 이 빨간색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레드 라인 첼시 부츠.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면 참으로 적절할 테니, 미리 점찍어두고 서둘러 신어보는 게 좋겠다.

    에디터
    강지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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