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퐁 라이터가 75주년이나 됐다고?

라이터 75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S.T.듀퐁의 CEO 알랑 크레베를 만났다.

올해는 듀퐁 라이터가 등장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다. 첫 라이터는 뭐였나? 1941년에 만든, 석유를 연료로 한 세계 최초의 휴대용 라이터다. 전쟁 때문에 쓸 수 있는 재료가 공장에 남아 있던 알루미늄뿐이었고, 그걸로 듀퐁 라이터의 원형이 된 라인1을 만들었다. 이후 연료를 가스로 바꾸고, 래커나 금속 세공 기술을 접목하고, 디자인과 소재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여러 모델을 추가했다.

듀퐁의 래커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브랜드와는 어떻게 다른가? 진짜 래커를 쓰는 브랜드는 별로 없다.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금속 위에 진짜 래커를 입힌다. 심지어 칠하고, 굽고, 폴리싱하는 과정을 여섯 번씩이나 거친다. 여섯 겹으로 래커를 쌓는 셈이다.

여섯 번이나 래커 작업을 하는 이유가 뭔가? 그래야 색이 선명하고,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펜과 라이터는 웬만해선 불에 타거나 깨지지 않는다. 또 흠집이 잘 생기지 않고, 생긴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사라진다. 재생하는 피부처럼.

라이터를 열 때 나는 클링 소리가 참 상쾌하다. 일부러 소리가 나도록 만든 건가? 초창기의 알루미늄 라이터에선 그런 소리가 안 났다. 그런데 어느 날 황금 라이터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었더니 맑은 클링 소리가 났다. 그때부터다. 그 이후 판매도 두세 배 뛰었다

클링 소리만 체크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녀를 ‘마담 클링’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클링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라이터를 돌려보내 다시 만들게 한다. 소재와 크기, 무게가 균형을 이룰 때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

라이터는 모두 손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케이스도 손으로 깎나? 150여 명의 장인이 금속 바를 하나하나 자르고 깎아 케이스를 만든다. 사람들은 왜 굳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냐고 묻는데 답은 간단하다. 기계로 찍어내는 것보다 더 정교하기 때문이다. 물론 래커 작업도, 폴리싱도 모두 손으로 한다. 그래서 라이터 하나를 만드는 데 80시간이 넘게 걸린다.

여러 라인 중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것은 뭔가? 라인2. 특히 파셋 세공을 하거나 래커를 칠한 제품이 인기가 좋다. 이런 라이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많이 산다. 그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건 슬림7이다. 크기가 작고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듀퐁은 남자를 위한 거의 모든 액세서리 라인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시계가 없다는 건 좀 의외다. 시계를 아예 안 만든 건 아니다. 지금까지 두 개의 시계를 만들었다. 몇 년 전 선보인 레드라는 시계는 스위스 무브먼트를 쓰고, 디자인과 조립, 케이싱은 모두 파베지 아틀리에에서 했다. 반응도 굉장히 좋았다. 딱 1천 개 만들었는데 세 달 만에 다 팔렸고, 아직까지도 그 시계를 구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시계 산업에 뛰어드는 일은 없을 거다. 듀퐁의 경쟁력은 완벽한 마감과 세공이지, 무브먼트를 만드는 게 아니다. 덩치를 불리는 건 쉽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듀퐁의 고객은 누구인가? 단순히 돈 많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아닐 거 같다. 듀퐁 라이터는 오랫동안 사회적 지위와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게 어떤 과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고객을 취향 좋은 애호가라고 말하고 싶다. 말하자면 좋은 와인을 즐기는 사람과 비슷하다. 와인을 진짜 즐기는 사람은 라벨이나 가격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저 맛과 향, 그것이 주는 특별한 의미와 시간을 즐길 뿐. 듀퐁의 라이터도 마찬가지 아닐까?

듀퐁 라이터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열여덟 살 때 아버지에게 처음 듀퐁 라이터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어딜 가든 부적처럼 들고 다닌다. 공들여 잘 만든 물건은 그런 힘이 있다. 시간을 뛰어 넘어 순간을 추억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