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즐거운 요즘 포스터

2016년의 음악 신을 대변하는 포스터와 그 창작자들.

정새우 “GIF를 미리 고려한 적은 없어요. 전후 관계가 역동적으로 보이는 장치가 있으면 아무래도 시선을 끌다 보니 결국 만들었죠. < Phantoms of Riddim >은 포스터를 떼었다 붙인 흔적에서 시작했어요. 게토/베이스 음악이 뒷골목 음악이잖아요.” < Party 4 >, < AMFAIR 4TH >, < Phantom of Riddims – Jun Yokoyama >, < Bichinda > shrimpjung.com

 

나이니스트 “영상 제작을 주로 하다가,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 무렵부터 포스터를 만들었어요. 직사각형 포스터는 프린트 해보기 전까지 알쏭달쏭한데, 정방형은 만든 뒤 휴대전화에 넣고 어떻게 보이나 확인하면서 바로 수정해요. <매거진> 파티는 일주일에 한 번 열렸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중요했어요. 단순한 구성으로 품을 줄이면서 인스타그램에서 한눈에 들어오게 정보를 최소화했죠.” < MAGAZINE > readymag.com/nineist


김기조 “정해진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미세한 조정을 반복했어요. ‘월’요일 ‘8시’ ‘광’흥창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이미 1회 때부터 화투패의 팔광을 응용한 포스터가 나와 있었고요. 6회부터 8회까지 디자인했는데, 인쇄물조차 고려하지 않은 소규모 공연이라 즉흥적인 분위기에 의존해 작업했어요.” <월팔광>, <장기하와 얼굴들 X 자이니치훵크> kijoside.com

 

모임별 기본 형상은 산과 구름, 돌과 계곡, 나무와 산짐승을 비롯한 자연 그리고 태양빛, 물, 소리의 파장이 바탕입니다. 모두 동일한 크기의 정사각형 모듈이죠. 행사의 규모는 방대한데, 작업 시간은 무척 짧았던 점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이 원천 개념과 그래픽이 다른 곳에서도 유연하게 적용되고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랐어요.” < Jisan Valley Rock Festival 2016 > byul.org

 

이도진 “음악 포스터는 자유도가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한 가지는 꼭 가져가려는 게 있죠. 한 번도 안 해본 것, 실험적인 걸 해보자는 거예요. 예컨대 <PDH가 소개하는 핑크 비즈니스>는 게임 애니메이터들이 캐릭터의 움직임을 조정할 때 쓰는 툴 ‘다즈 스튜디오’를 처음으로 활용해봤죠.” <서울 인기 페스티벌>, <PDH가 소개하는 핑크 비즈니스>, <미친다> leedozin.kr

 

 


박열 “시간이 없으므로 일단 대충 만들어 올리자! 아무렇게나 그려서 올렸는데 푸르내가 RT 하는 바람에 정식 포스터가 됐습니다. 원래 고양이로 작업했다가 사람으로 바꿨어요. 지금 보니 고양이로 할 걸 그랬네요.” <ㅍㅍㅍ – 푸르내 파블로프 피기비츠 쇼> pigibit5.net

 


신동혁 “노 뮤직의 일원으로 디자인을 도맡아 하고 있죠. < No Music 1 Year Anniversary >도 노 뮤직의 기본 디자인인 사선을 활용했어요. 제가 구획하는 특정 정보 영역마다 사선을 주는 거죠. 이때 제작한 스티커도 함께 겹쳐놓았고요.” < No Music 1 Year Anniversary > okhyeok.egloos.com

 

 

이재민 “가는 글씨로 쓴 레터링은 <실화를 바탕으로> 음반 아트워크의 연장선에 있어요. 멤버들은 똑바로 서 있는 척하지만 만취해 그것이 약간 어려워 보이는 듯한 인상을 주려 했고요. (지금은 해체한) 밤신사 멤버들 중엔 송시호 씨밖에 만난 적이 없어요. 모든 디자인에 대해 전적으로 내 판단을 믿어줬죠.” <밤신사 단독 콘서트>, < ORM Show > studiofnt.com

 

이병재 “<생존일기>를 패러디했죠. 붓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솜뭉치를 천으로 감싸서 스탬프 방식도 썼어요. 신도시에 리소 프린터가 있거든요. 이걸로 뽑았을 때 가장 예쁘게 만들 수 있는 스타일이죠. 신도시는 시작부터 DIY였어요.직접 손으로 하는 게 가장 우리다운 방식이죠.” <신도시 생존 365> seendosi.com

 

조아형 “포스터를 미술작품 감상하듯 하지는 않을 거예요. 10초 정도라고 봐요. 저는 10초에 충분한 작업만 해요.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건 30분 정도? 제가 운영하는 믹스처에서 진행하는 파티 포스터 두 개를 매주 완성해야 하니까요. 마우스질 많이 하지 말자가 제 신조예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적정 수준까지만 표현하겠다는 거죠.” < Changes >, < Find A Way >, < End of Summer >, < Phantom of Riddim – Bim One Production >, < High Life >, < Fear > instagram.com/joithedogfather

 

리타 “콜라주 작업을 완성한 뒤 글씨를 입혀요. 의뢰자가 홍보에 용이한 방향으로 글씨나 정보를 고치기도 하는데, 그건 제 영역 밖의 일이라 생각해요. 완성본은 가까이서 보면 턴테이블의 부속품과 그것을 작동시키는 손이 있지만, 멀리서 보면 눈 감은 사람 얼굴 형상이에요. 신비한 음악을 트는 파티인 만큼, 그것들이 내 안으로 다 녹아든다는 의미.” < CODEX > ritaart.creatorlink.net

 

임원우 “‘내일 해 걱정 까짓 거 다 내일 해’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글자를 위아래로 길게 늘였어요. 내일로 작업을 미룬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자의 바둑판 문양도 포토샵에서 아무 색도 안 채웠을 때의 무늬고요. 처음엔 태양 표면 그래픽을 썼는데, 멤버들이 노이즈 음악 공연 포스터 같대서 보컬 오도함의 사진으로 바꿨어요.” <파블로프 싱글 ‘내일해’ 발매 공연> facebook.com/wonulim

 


앙투안 “직접 기획한 공연들이에요. DIY죠. 종이에 손으로 그려요. 삐뚤빼뚤 두세 번 겹쳐 쓰고요. 90년대 말쯤부터 유리에 얇은 글씨로 그래피티를 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영향을 받았어요. 거기에 장마철 파티엔 번개를, 마이애미로 떠나는 디제이의 파티 포스터엔 야자수를 그려넣었죠.” < TMI >, < Marten Zero Farewell > cliquerec.com

 


남무현 “비단 포스터가 아니라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일이 많아요. 하지만 어떤 작업이든 색을 절제하고 형태도 단순화하려고 하죠. < 232 Pre Open Party >는 잔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잔이 부딪치는 모습을 구현한 거예요. 포스터, 로고, 티셔츠 등 여러 가지에 활용했죠.” < 232 Pre Open Party > < Hello 2016 > bit.ly/studiox_nammoo

 


김성구 “두 뮤지션이 뭉친 합동 공연이었어요. CMYK를 기본으로 김사월의 색과 트램폴린의 색을 부여했어요. 사진 촬영 현장에도 갔는데 세로가 긴 포스터 비율을 생각하면 여러 컷을 써야겠더라고요. 각각 다른 것이 합쳐져서 CMYK가 되는 그림을 떠올렸어요. 분판 필름 같은 포스터가 완성되었죠.” < Supreme – 김사월 x 트램폴린 합동공연 > sgkm.kr

 


레어버스 “애시드 마더스 템플의 음악, 외모, 기존 아트워크가 만만치 않았어요. 그 ‘빡센’ 일관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콜라주예요. 단, 재료를 짜깁기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도록. 아트워크를 완성하고 정보를 얹었어요.” <애시드 마더스 템플 라이브 인 서울>, < AOMG 우리가 빠지면 파티가 아니지 > rarebirth.com

 

2013년 9월 발표된 iOS7부터 정방형 사진 촬영 기능이 추가되었다. 인스타그램이 직사각형 사진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15년 8월이다. 사진을 정방형으로 찍고 보는 감각은 신선했다. 이전까지 정방형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폴라로이드가 전부였다. 정방형뿐만 아니라 직관성 측면에서도 폴라로이드와 유사했다. 다만 지금 세대는 폴라로이드보다 적나라하고 쓸모 있는 이미지를 바랐다.

인스타그램은 여타 소셜 네트워크와는 사뭇 다른 시도를 했다. 텍스트를 부적절한 형식으로 만들고, 하이퍼링크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미지의 힘을 환기했다. 2016년 6월 21일 기준 전 세계 5억 명이 사용하는, 전체 사용자의 68퍼센트가 여성인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적어도 ‘진정성’이란 말이 사라졌다. 뭔가를 설명하고 정의하는 진정성의 세계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예쁜 것은 그 내면을 검증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잘생긴 얼굴, 좋은 몸, 탐스러운 음식, 신기한 물건이 압도하는 정반대의 세계였지만 특이한 것, 새로운 것에 대한 관용이 있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른 신과의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사건과 현장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당대에 어울리는 언어는 이미지였다. 음악 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리한나의 새 앨범 분석보단 그녀가 VMA에서 선보인 ‘Work’ 무대 영상이 훨씬 화제를 모았다. 진정성을 말하는 록이 고루해진 것도, 이해하는 공연보단 참여하는 파티의 선호도 인스타그램으로 대변되는, 이 세대의 변화한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 창의적인 파티/공연 기획자, 아티스트, 디자이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스터가 열 마디 말과 폭발적인 홍보 활동을 아우르는 단일 언어로 기능할 수 있었다.

포스터에 아티스트 이름을 크게 새기거나, 민망한 콘셉트로 파격을 추구할 필요가 없었다. 큰 이벤트로서는 썩 다르지 않았지만, 작은 이벤트로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었다. 단지 예쁜 것과 예쁘지 않은 것에 대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다. 창작자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호기를 부릴 수 있었다. 호기를 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에 반응하는지 학습했다. ‘인디’ 같은 단어에 숨지 않고 포스터 제작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눈이 즐거운 음악 포스터의 증가는 자연스러웠다. 자본에서 다른 분야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작은 음악 신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변화였다. 2016년의 음악 포스터를, 비단 디자인에 한정되지 않는 이야기로서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