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EN OF THE YEAR #방탄소년단

올해 방탄소년단은 확실하게 조준했고, 그 이상을 꿰뚫었다.

촬영을 위해 무거운 철문을 열고 들어간 연습실에는 바닥이 닳은 운동화가 잔뜩 쌓여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멤버 뷔가 철문을 열어젖혔고, 정국이 사뿐하게 뒤를 이었다. 휘청이듯 들어서는 큰 키의 랩몬스터와 함께 나머지 멤버가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연습실에 이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촬영 시안을 약 5초간 응시했다. 약 2초간 머릿속을 정리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0.5초마다 터지는 카메라 셔터에 맞춰 춤을 추듯 포즈를 취했다. 장미꽃을 한송이씩 건넸을 땐 제각각의 스타일대로 꽃송이를 쥐고 놀았다.

숨 돌릴 틈 없는 촬영을 끝내고 멤버들은 ‘2016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드’ 레드 카펫을 밟으러 떠나야 했다. 마지막 셔터소리가 그치자마자 멤버들은 서둘러 인사를 했고 꼼꼼히 스태프들은 챙긴 뒤 훌쩍 떠났다. 뷔가 재촉하던 발걸음을 갑자기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장미꽃 예쁜데, 한 송이 가져가도 될까요?”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사람은 방탄소년단을 아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요? 해외에서는 왜 그렇게 반응이 좋아요?” 방탄소년단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말이 수백 가지다. 기획사의 소통 능력이 팬덤을 확장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나올 수 있는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다, 데뷔 초부터 해외 투어를 자주 했다, 멤버 한두 명을 먼저 띄우는 전략이 아니라 그룹으로 뭉쳐서 활동한 게 주효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방탄소년단이 지금처럼 우뚝 서기까지는 이런 모든 전략이 기저에 있었을 테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발표한 정규 앨범 < Wings >를 들으니 구구절절한 이유가 좀 부질없게 느껴졌다. 방탄소년단은 선명하다. 그들이 하고 싶은 좋은 음악과 무대를, 배배 꼬거나 덕지덕지 덧칠하지 않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달한다. 이건 힘이 세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지만 어렵지 않고, 멋있지만 조급하지 않다. 뭄바톤 장르를 들고 나온 타이틀곡 ‘피, 땀 눈물’에선 대중을 자신의 영역으로 가뿐하게 끌어올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묻어난다. 무대에선 일곱 멤버가 보란 듯이 꿈틀거린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에너지를 터뜨린다. 이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에서 한국 가수로선 가장 높은 순위인 26위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 발표한 정규 앨범 < 화양연화 Young Forever >의 수록곡 ‘Epilogue: : young forever’에서는 ‘꿈, 희망, 전진, 전진’이라는 가사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일면 좀 ‘나이브’할지라도 정확하고 쉽게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방탄소년단의 색깔이자 비밀이다. 그래서인지 방탄소년단은 나이가 어린 팬도 많다. 한 설문조사에서 시작된 ‘초통령’이라는 수식어는 여전히 그들을 따라다니지만, 방탄소년단이 연령에 한정된 그룹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방탄소년단의 명료한 메시지의 과녁이 뚜렷하게 넓을 뿐. 방탄소년단의 2016년은 넓고 깊고 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