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EN OF THE YEAR #김희천

김희천의 작품은 미술이기도 영화기도 하다. 영상 에세이라거나 유튜브 영상으로 여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당대 한국의 새롭고 정확한 거울이다.

미디어시티 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전에서 ‘썰매’를 봤다면 김희천의 얼굴을 알 것이다. 잘생겼다는 첫인상으로부터 보는 내내 키득거렸을 것이다. 만취 후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리고, 다음날부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얼굴로 보이는 경험이 ‘썰매’의 시작이다. 그는 자신과 이목구비가 같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으므로, “바깥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규정한다. 다른 사람을 보는 일이 곧 거울을 보는 일일 테니까. 그는 “작가가 직접 등장하지 않더라도 모든 작업에는 작가가 드러나기 마련”이며, “좋든 나쁘든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알고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 모습에 대해) 자주 되묻고 확인”한다고, “거울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김희천의 작품에는 거울이 숨겨져 있다. 관객이 ‘요람에서’에서 보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 외부 영상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니어처지만, 결국 자신의 크기와 위치를 감각하는 과정이다. ‘바벨’의 겉만 본뜬 우스꽝스러운 3D 모델링 이미지에서는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관객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 ‘랠리’에서는 유리를 통해 투명한 시선을 확보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안과 바깥이 중첩되면서 모호해지는 것, 그래서 그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걸 확인한다. 공히 거울을 마주한다.

김희천이 만들어내는 ‘거울’은 3D 변환 프로그램에 크게 의지한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조합하는 것으로, 영화나 게임에서 보던 3D 영상처럼 정교하지 않으며 이 영상을 촬영된 화면과 이어붙이면서 더욱 조잡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깨진 거울이 한 사람의 내면을 드러내는데 더욱 효과적이었던 영화 속 장면들을 기억한다. 김희천은 말했다. “조악한 것을 재밌다고 느끼면 생기는 에너지가 있어요. 조악한 것이 바탕이 되는 한국에서는 그 에너지가 더 특별하고요.” 김희천은 ‘로우파이’의 태도와 일치하기도 어긋나기도 하는데, 어긋나는 부분이 좀 더 그를 설명해주는 바가 있다. 역사도 근거도 희박한 당대 한국의 장식적 기초 위에서, 그의 작품은 한국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정확하게 묘사한 것이다.

글자를 배우면서 동시에 인터넷을 접했던 세대가 미술 신에 나타났고, 김희천도 그중 하나다. ‘썰매’는 유튜버, 얼굴 바꾸기 앱, 액션 어드벤처 게임 < GTA > 등 소위 인터넷 문화를 참조하고 활용한다. “서로를 짤방삼는다”는, “오프라인으로 출력된다”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은 시대, 김희천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인터넷을 탐색하는 중에 현실의 거울을, 현실을 배회하면서 인터넷의 거울을 만나는 것이다. 그는 신화만큼 비현실적인 현실, 현실보다 친밀한 가상을 탁월하게 반영하는 이야기이자 이미지를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선보여왔다. 아니 김희천의 작업 과정에서 단어를 빌린다면, 그건 “다이어그램”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가운데 오히려 명료해 보이는 하나의 시각 언어. 김희천은 말했다. “저는 제 작업이 어떤 것에 대한 튜토리얼이라고 느껴요.” 혹시 한국을 살아가기 위한 ‘지침서’가 아닐까. 뭔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우선 제대로 보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