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EN OF THE YEAR #에릭남

에릭남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을 두고 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 간극 사이에서 에릭남은 올해 꿋꿋이 살았다. 생각한 일들을 하나씩 해냈다.

데님 재킷은 리바이스 빈티지, 티셔츠는 세인트 제임스, 팬츠는 코스, 스니커즈는 컨버스, 모자는 베통 씨레 by 이티씨서울, 반지는 토코 by 유니페어.

에릭남의 2016은 어땠나요? 어떤 게 더 편해요? 아주 바쁘고, 조금 피곤했죠. 하지만 좀 신나기도 했고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기도 했어요.

‘Men of the year’ 선정 소식을 듣고 아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맞아요! 엄청 흥분했어요. 그때 마이애미인가 LA에 있을 땐데, 매니저 역할을 하는 친동생이 이야기해줬어요. 미국에 있을 때나 한국에 있을 때나 < GQ >를 봤는데, 연말에 ‘Men of the year’ 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오호, 이 리스트 쿨한데! 생각했었죠. 선정된 사람들은 정치, 미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가릴 것 없이 크고 작은 임팩트를 준 사람이잖아요. 보면서 나도 저런 거 받는 날이 올까 생각한 적 있어요. 작은 목표 같은 거였어요. 근데 연락이 와서, 제가 이거 실수로 연락온 거 아니냐고, 다시 뺏어가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웃음)

잡지를 많이 봐요? 잡지 좋아해서 많이 모아요. 어렸을 때는 비싸서 못 사는 잡지는 그냥 책방 가서 다 봤고…. 저 < GQ > 많이 봐요. 미국 < GQ >는 인스타그램 팔로잉도 하고요. <모노클>도 좋아하고요 <킨포크>도 봐요. 가끔씩은 스페셜티 커피 관련 잡지도 보고. 다양하게 보는 것 같아요.

지금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인터뷰하고 있는데, 언어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나요? 느낌은 똑같은 것 같은데, 어… 오히려 영어를 많이 안 쓰다 보니까 약간 어색한 게 있어요. 저번주에 보스턴에서 강연 같은 걸 했는데, 갑자기 영어를 막 버벅거리고…. 아 모르겠다, 질문으로 넘어갑시다, 했죠.(웃음)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 청바지는 디올 옴므, 모자는 아메리칸 어패럴.

전 영어로 이야기할 때 거만해지는 거 같아요. 표정부터. 한국어가 사람을 좀 눌러서 경직되게 하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같은 표현도 한국이 좀 더 보수적인 게 많고요. 그 틀 안에서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최근에 새롭게 알게된 표현은 뭐예요? 빠꼼이? 누가 빠꼼이라고 ‘카톡’ 보냈더라고요. 어떤 일이나 사정에 막힘 없이 훤하거나 눈치가 빠르고 약은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이런 말이래요.

뭘 했는데 빠꼼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우리 결혼했어요> 작가님인데, 프로그램 속에서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해도 제가 눈치가 빨라서 뭘 다 알아챈다고…. 제가 원래도 눈치가 빨랐던 것 같아요. 어릴 때 학교를 다니면서 어울리지를 못하니까 어떻게든 어울려보려고 몸에 그런 게 배었어요.

보통 눈치를 보면 주눅이 들지 않나요? 미국에 있을 땐 그렇지 않았는데, 한국에선 눈치를 보다가 주눅이 드는 것 같아요. 아,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라는 생각도 되게 많이 들었고요. 아마 활동하면서 자신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언어에 대한 자신도 없고, 방송 나가서 웃길 자신도 없고, 음악도 사실, 음악으로 아직 대박이 난 게 없잖아요. 한국 와서 처음 노래 시작했을 때 너무 지적을 많이 받으니까, 노래를 왜 이렇게 하냐, 발음이 구리다, 고음이 막 김범수처럼 되야 하는데 안 된다…. 이럴 땐 열심히 하는 거, 진짜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좋게 봐 주시고, 반응들이 나오고, 인지도나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올해 사람들이 좀 더 알아주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조금씩 없어졌어요.

재킷은 김서룡 옴므, 티셔츠는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청바지는 리바이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요? 그냥 대우하는 게 달라요. 말을 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패션쇼에 참석하면 예전엔 사진 찍든 안 찍든, 내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었어요. 그냥 앉았다 가세요, 이런 기분. 이제는 사진 찍어주세요, 인터뷰도 해주세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에 너무 감사한 거죠.

공부엔 자신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죠. 공부는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연예계는 노력하고, 투자를 많이 해도 완전히 망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공부는 제대로 준비하면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거죠. 저 천재 아니잖아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누가 뒤에서 막 밀었어요? 일단 부모님들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민 갔고, 성공하셨어요. 부모님이 언제나 “우리는 영어를 못해도 여기까지 왔는데, 너네들은 영어도 하고, 먹을 거 필요한 거 우리가 다 챙겨주니까 우리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무엇을 하든 리더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줘야 한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야망이 되게 컸어요, 제가.

지금의 직업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렇죠. 방송의 힘이 엄청난 것 같아요. 가수로서 사회에 주는 좋은 영향이란…. 음악으로 뭐 힐링 준다, 이런 것도 있겠지만, 연예인으로서 플랫폼을 좋게 써야 된다는 생각이 더 강해요. 아까 헤어 메이크업하는데 이메일이 하나 온 게 있어요. 백악관에서 12월 7일에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기부하는 오바마 주최의 행사가 열린대요. 거기에 와 달라는 내용이에요. 또 몇 달 전에는 ‘CJ-유네스코 소녀교육 캠페인’ 홍보대사도 맡고, 그 일로 두바이 가서 노래도 하고 토크도 하는, 이런 일들이 되게 중요한데,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더 유명해지고 싶어요? 네. 근데 내가 더 잘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제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으니까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키워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팀벌랜드와 작업도 하고 가수 갈란트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음악도 하고, 어쩌면 내년에 미국에서도 앨범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도 종종 들어와요. 아직 연기엔 관심이 없어 나중에 기회 되면 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요.

턱시도와 보타이 모두 디올 옴므.

에릭남을 너무 일찍 ‘올해의 남자’로 뽑은 건 아닌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게 다 망할 수도 있으니까….(웃음) 2016년이 적당한 것 같고요,. 내년은 정말 기대되는 해가 될 것 같긴 해요.

올 한 해, 방송 활동도 활동이지만, 그때마다 보여준 신사로서의 모습, 여혐이나 성 역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남자로서의 태도, 그런 것도 생각나요. 화제가 많이 된 걸 봤어요. 짤로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저는 그게 계속 이상했어요. 전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거 가지고 사람들이 좋은 말을 하니까, 이상해요. 당연한 건데. 사람들이 맨날 물어봐요. “에릭남 씨, 그렇게 살면 사생활 너무 피곤하지 않아요? 맨날 착한 척 해야 되고, 아름답게 살아야 되고….” 전혀요. 그냥 막 있는 대로 보여주는 거라서 편해요. 그걸 의심하는 자체도 어떻게 보면 되게 이상해요. 여성비하나 외모 지적이나, 그냥 하지 마요. 안 하면 되는 걸 왜 굳이 입에서 꺼내냐고요. 이상한 거예요. 사람들이 굳이 저를 콕 찍어 말을 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그로 인해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다행이에요.

방송가도 무신경할 때가 많죠? 대본이 먼저 나오면 최대한 확인하려고 해요. 완전히 뒤집어야 해서 저만 엄청 혼나고 끝난 적도 있어요. 그럴 땐 저의 센스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고민해요. < SNL > 촬영할 때도 간디를 희화화하는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게 있었는데 그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미국에서 백인들이 눈을 이렇게 찢고 나와서 “저 한국인이에요” 그러면 기분 나쁘잖아요. 결국 그 부분은 바뀌었어요. 사실 KBS 프로그램 <가싶남>도 이상했어요. 저 때문에 프로그램 이름이나 촬영 일정을 바꿀 순 없으니까 녹화에 들어갔는데, 여자 게스트 스무 명을 불러놓고 그 사람들 마음을 받겠다고 이상한 미션을 하고…. 남자도 여자도 이상해지는 거죠. 제가 이런 표현이라도 해야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가 뭐가 잘못됐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 선에서 필터링을 한 뒤 의견을 이야기해요. 물론 제 생각을 늘 지킬 순 없죠. 하기 싫은 것도 해야되고 동의도 안 되는 걸 해야되지만, 내 목소리를 높여서 “진짜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말하려고 해요. 제가 인지도가 높아져서 제일 좋은 점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속 시원해요.

이런 말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유명인이 많죠. 그저께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도 트윗을 하나 올렸는데 주변에서 엄청 말렸어요. 왜 연예인들이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얘기를 안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런 대화가 더 많아져야 사회가 더 발전하는 건데, 말을 아예 안 한다는 건 그냥 동의하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에릭남은 어떤 사람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좀 특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저에게 “팬이에요” 하는 건 뭐, 잘생겼어요, 이성적으로 좋아요, 이런 게 아니라 “I respect him that’s why I’m his fan.” 이런 느낌이에요. 형처럼 공부하고 싶고, 형 보고 봉사활동 다녀왔어요, 이런 말도 하고요. 저한텐 의미가 커요. 그래서 남자 팬이 많은 것 같아요. 이상하게 또래 남자 팬은 거의 없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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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