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2016 MEN OF THE YEAR #오승환

2016.11.25유지성

오승환은 경기를 끝낸다. 늘 변함없는 표정처럼, 리그가 달라져도 그 사실만큼은 똑같았다.

7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 중 탈삼진 4위, 평균자책점 3위. 자평한다면요? 도전하는 맘으로 시작한 해라 스스로 점수를 매기기엔…. 내년엔 더 욕심내야죠.

특별히 자랑스럽거나 아쉬운 기록이 있나요? 최다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한 것도 아닌데, 자기 기록을 자랑스럽다고 말하긴 좀 그래요.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옵션이 꽤 많이 걸린 계약으로 알려져 있어요. 대부분 달성했나요? 달성했죠.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도 그 중 하나고요.

왜 2년 전에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갔나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때는 한신이 저를 제일 필요로 하는 팀이었고, 지금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저를 제일 필요로 하는 팀이에요. 그게 최선이고요.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는 천하의 돌부처도 표정이 변하는구나, 싶었어요. 볼넷이 연달아 나오자 다소 긴장하는 듯 보였죠. 글쎄요. 제 표정까지 볼 수는 없으니까. 평소대로 하려고 했어요.

시즌 전 도박에 관한 마음의 짐이 있었을 테고, 결국 마운드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까요? 선수로서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마운드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뿐이라 생각했죠.

자신의 공이 통한다는 확신은 언제 생겼나요? 분기점이 된 경기라든지. 특별히 그런 순간이 있진 않았어요. 첫 등판도 투구 자체는 만족스러웠어요. 볼 끝도 좋았고, 원하는 곳으로 공이 들어갔고.

제일 자신 있는 건 여전히 직구, 포심 패스트볼인가요? 메이저리그의 파이어볼러들에 비하면 다소 느리지만, 그렇죠.

한국이나 일본에 있을 때처럼 직구 위주의 승부를 하는데, 평균 구속만 따져보면 타 투수들에 비해 많이 빠르지 않아요.(메이저리그 평균 93.04마일, 오승환 93.12마일). 장점으로 꼽히던 분당 회전수도 평균과 큰 차이가 없고요.(평균 2241rpm, 오승환 2292rpm). 그런데도 피안타율은 2할이 채 안 됐어요. 구종과 컨트롤 외에 타이밍도 중요해요.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 거죠.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일본 타자들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평균자책점이 작년에 비해 현격히 낮아졌고(작년 2.73, 1.92), 다른 지표들도 대체적으로 더 좋은 편이죠. 메이저리그는 실투 하나를 바로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가 많아요. 일본 타자들은 대체로 좀 더 잘 맞추고요. 하지만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직접 공을 받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는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이 장점이라고 했어요. 제구가 좋다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그걸 가장 먼저 꼽는 경우는 드물었죠. 다른 사람이 보는 제 장점이 제 생각이랑 다를 수 있죠. 그냥 원하는 곳 정도를 너머, 완전히 정확한 포인트에 던질 수 있게 가다듬어야죠.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진갑용과 배터리를 이뤘어요. 한신에서도 사실상 주전인 젊은 포수 우메노 류타로가 아닌 쓰루오카 가즈나리, 후지이 아키히토처럼 경험 많은 포수와 주로 호흡을 맞췄고요. 몰리나 또한 13년 차죠. 베테랑 포수를 선호하나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마나 오래 호흡을 맞춰왔는지도 중요해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포수라도 마운드에서 맘이 잘 맞는 포수가 더 편하고요.

올해 70경기 이상 등판은 데뷔 이후 처음이에요. 80이닝 가까이 던진 것도 2006년 이후 최초. 한국에선 올해 몇몇 투수의 혹사 논란이 불거졌죠. 투수로서, 한계 이닝은 어느 정도라 보나요? 올해 하루 더블헤더 경기에 두 번 다 나가 세이브를 올린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부담스러웠으면 감독님한테 찾아가서 얘기했겠죠. 동료들 중 내가 옛날에 4이닝 던진 적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선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계란 말 자체가 상대적이라, 정확한 이닝을 말하긴 어려워요. 현대 야구는 역할에 맞는 틀이 있고, 그것만 지킨다면 혹사라 할 건 아니라고 봐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18.1퍼센트의 헛스윙 비율이에요.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메이저리그 전체 1위. 달리 말하면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공이라 여기고 공격적으로 달려든다는 말이죠. 어떤가요? 타자가 제 공을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서 신경을 써요.

홈보다 어웨이 성적이 더 좋았어요. 어웨이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1.31, 홈은 1승 1패 평균자책점 2.58. 상대 관중으로 꽉 찬 원정경기의 9회는 꽤 압박이 심할 텐데요. 음… 마무리라는 제 자리에서는 어떤 순간도 달라질 게 없어요.

통산 선발 등판이 한 번도 없어요. 한 번쯤 선발로 마운드에 서보고 싶은 맘은 없나요? 저는 경기 후반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여기가 내 자리라고 믿어요.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월드시리즈 마운드에서 마지막 타자를 상대한다면 어떤 공을 던질까요? 풀카운트. 포수의 사인대로요. 믿을 만한 포수가 앉아 있다는 가정하에.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GETTYIMAGES/IMAZ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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