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MEN OF THE YEAR #오연준

소년은 노래를 불렀고 사람들은 꿈을 꾸었다. 무슨 기적과도 같이 올해 그런 일이 있었다.

오연준. 소년의 이름이다. “학교에서 세 번째로 키가 작아요.” 초등학교 4학년, 이제 열한 살. 바다 너머 제주에 산다. 식구는 네 식구. “저는 개띠예요. 형은 양띠인데 제가 형을 막 잡아요. 아빠는 호랑이띠고 엄마는 뱀띠인데, 뱀이 호랑이도 잡고 양도 잡고 개도 잡고 제일 높아요.” 그리고 동네에는 할머니와 삼촌과 사촌들이 모여 산다. “있잖아요, 우리 집에서 몇십 걸음 가면 엄마의 오빠 가족이 살고 있고, 엄마의 엄마가 살고 있고, 여기는 엄마의 언니, 여기는 엄마의 동생이 살고 있어요. 고기 파티를 하면 다 모여요. 거기서 닭도 삶아서 먹었어요. 닭곰탕요.” 리듬을 만든다고 해야 할지, 가락을 탄다고 해야 할 지, 덩달아 고갯짓을 하게 되었다. 연준은 올봄에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동요를 부르는 프로그램 <위키드>에 출연했다. 첫 무대. 홍시처럼 상기된 뺨과 첫눈보다 떨리는 마음. 이윽고 연준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순간 객석이 술렁였다. 다음 소절을 부를 때는 이미 모두의 머릿속에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노래란 무엇일까. 그걸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목소리란 무엇일까. 정말 무엇일까. “저는 그냥 맘대로 불러요. 어렸을 때는 옛날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아빠를 통해서. 김광석 노래. 그런데 어린이는 동요를 늘 부른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근데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어른이든 아이든 거의 비슷한 거 아니에요? 어른은 키가 더 커지는 거지.” 아이에게 어른이 건넬 수 있는 말이란 얼마나 적은지, 간신히 꿈을 묻는 것은 그저 작은 부탁 같은 게 아닐까. “꿈에는 건축가도 있고 화가도 있고 가수도 있고 요리사도 있고 마술사도 있어요. 근데 모든 꿈을 다 합쳐서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서 마술도 하고, 자기 집을 아빠들이 짓기도 하잖아요. 피아노도 학원에서 배우는 것처럼 안 하고, 치고 싶은 대로 치고요. 제가 크면 아빠 같은 목소리가 되지 않을까요?”

김녕에서 월정으로 넘어가는 제주의 북쪽 해안가. 검고 단단한 너럭바위 위에 소년이 서있다. 어두운 구름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비와 바람이 서로를 잡아챌 듯 무쌍한 활기를 띠는 날. 춥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원하다고 생각하려는 연준이 거기서 바람을 맞고 있다 “사진 속은 너무 평화로워 보이네요. 현실은 아아아악! 이랬는데, 사진 속은 하아아~ 이러는 것 같아요.” 잠시 손을 비비고 다시 바위 위로 간 연준이 이번엔 잠깐씩 노래를 부른다. 바람 속이라 잘 들리지는 않는다. 소년은 꿈을 꾸고, 우리는 바람의 노래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