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의 최전선, 리델을 만나다

와인잔 회사 ‘리델’의 11대손 막시밀리안 리델은 단언한다. 우리가 가장 최전선에 있다고.

샴페인을 세 가지 다른 잔에 마셔보는 흥미로운 테이스팅 세션을 소개하러 서울에 왔다. 우리는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을 깨뜨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준비했다. 샴페인은 늘 길쭉하고 볼이 좁은 플루트 잔에 마셔왔다. 그보다 더 전엔 쿠프 잔에 마셨다. 이제 새로운 샴페인 잔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최전선에 있는 와인 잔 회사니까.

볼이 넓은 리델의 베리타스 샴페인 잔을 써보니 맛과 향의 차이가 확실하다. 기존의 플루트 잔에서는 샴페인의 향이 피어나질 못했다. 열여덟 살 때, 태탱저 샴페인 하우스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처음 이 잔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일하면서보니 막상 샴페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플루트를 쓰지 않고 화이트 와인 글라스를 사용했다. 소비자들은 샴페인을 특별한 축하주로만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맞지만, 샴페인도 와인처럼 제대로 된 잔으로 맛과 향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무엇을 개발할 때는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샴페인 잔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생기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지금이 딱 좋은 시기다. 너무 일찍했다면,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테다.

좁은 프루트 잔이 아니라 넓은 와인 잔에 샴페인을 즐기는 트렌드가 해외에선 어느 정도 형성됐나? 이건 트렌드가 아니라 ‘트랜지션(전환)’이다. 트렌드는 왔다 가지만 트랜지션은 천천히 안정적으로흘러간다. 샴페인 잔도 앞으로 이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혁신은 신제품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깨는 것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인가? 항상 그렇게 나아간다. 리델 가문의 11대손으로서 아버지와 선조가 이룩한 것을 늘 존경하지만, 늘 의문을 던진다. 아버지도 그걸 인정해준다.

1957년에 처음 개발한 튤립 모양의 부르고뉴 글라스는 어떤가? 내년이면 이 혁신적인 와인 잔이출시된 지 60년째다. 1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드월드 피노누아는 립이 없고, 뉴월드 피노누아는 볼이 더 크다. 천천히 변화하는 중이다.

테이스팅 세션을 주관하는 것을 보며 느꼈는데, 발표력이 뛰어나다. 따로 훈련을 하나?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으면 말하기가 쉬워진다. 이 답변도 훈련받은 게 아니라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