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래 5곡

1 PNSB ‘천국행급행’ ‘스토리 텔링’이 아니라 ‘분위기 메이킹’이라 말해보면 어떨까. 잘 짜인 가사를 이해하는 희열과 다른, 태도나 말투에서 드러나는 정서에 동화되는 일 또한 힙합을 듣는 즐거움일 것이다. 사이렌, 총소리처럼 연타하는 드럼을 포함해 서늘하고 거친 비트와 함께, 한술 더 뜨는 PNSB가 주술을 걸 듯 반복해서 말한다. “니 돈 다 뺏을 거야.”

 

2 종현 ‘AURORA’ 노래하는 종현은 전주를 들으며 숨을 가다듬기보다, 첫 박이 떨어지기 무섭게 목소리를 밀어붙인다. 편곡을 한 디즈는 그렇게 빈틈없는 보컬 사이를 비집고 악기를 밀어 넣으며,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소리를 더욱 두껍게 쌓는다. 네오 솔이라는 팔레트 위에 충분한 자원을 양보 없이 쓴 ‘팝’을 듣는 즐거움.

 

3 원더걸스 ‘Why So Lonely’ ‘디스코 롤러걸’의 전형성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던 ‘I Feel Love’의 전례처럼, ‘Why So Lonely’ 또한 해변의 레게로 한정 짓지 않았다. 저음과 가사에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 “오, 아직도 넌 정신 못 차리면 뻥 차기 직전.”

 

4 실리카겔 ‘비경’ 80년대 일본 전자 음악가들의 실험이 떠오른다는 것을, 그만큼의 몰두와 연구의 증거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공들여 다듬은 타악기와 신시사이저 소리를 숨죽이며 듣는 도입부, “꿈속에”라 유혹하는 보컬이 등장하는 때, 마지막으로 밴드의 폭발력이 몰아치는 마무리. 그렇게 기어를 급격히 올리는 가운데, 처음과 끝 모두 균일하게 놀랍다.

 

5 임인건 ‘I’ll Remember 이판근’ 임인건은 1987년부터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다. 그는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음반 작업 중 이판근을 찾아가 두 마디가 그려진 악보를 받았다. 그리고 이 곡을 완성했다. 이판근과 코리안째즈퀸텟 ’78의 <째즈로 들어본 우리 민요, 가요, 팝송!>의 전무후무한 솔 재즈가 다시 이판근의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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