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나의 첫차를 다시 고른다면?

인생에 딱 한 번 허락되는 설렘. 바로 첫 차를 정하는 순간이다. 자동차 전문지 에디터에게 느닷없이 물었다. “당신의 첫 차는 뭐죠? 혹시 지금 다시 산다면 어떤 차를 고를 건가요?”

대학생 시절, 너무 내 차를 갖고 싶었다.부모님은 “운전이야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차는 네 돈으로 알아서 사라”고 하셨다. 과외해서 돈을 벌긴 했지만, 새 차를 살 만큼 모으자니 눈앞이 깜깜했다. 마침 이모부가 10년 가까이 타던 현대 포니 액셀을 한 달 과외비 정도에 넘기셨다. 1993년 일이다. 중고 포니 엑셀만 해도 대학생에게는 과분하던 시절. 소형차지만 나름 최상급 트림이라 화려한 편의장비를 자랑했고, 관리를 잘해서 잔고장 없이 잘 달렸다. 지금이라면 프라이드를 사겠다. 당시 자금이 충분하다면 사고 싶었던 차가 프라이드다. 임유신(<에보 코리아> 편집장)

면허를 딴 후 몇 대의 차를 몰았지만 대학생 때 구입해 지금까지 곁에 있는 제네시스 쿠페가 내 마음 속 첫 차다.7년전 골프와 미니를 놓고 저울질하다 TV 광고에 홀려 돌연 제네시스 쿠페를 샀다. 지지고 볶고 다했음에도 고장 한번 안 난 고마운 녀석이다. 고급유를 가득 넣고 300킬로미터도 못 가 기름통이 빈다는 것만 빼면 대체로 기특하다. 그래도 미니를 살 걸 그랬지, 후회하긴 한다. 운전 재미 때문은 아니다. 미니 동호회에는 예쁜 여자가 많다. 안진욱(<모터매거진> 에디터)

2015년에 첫 차를 구입했다. 2005년식 아우디 A4 2.0 S라인. 사람들이 독일차, 독일차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던 마음이 구매로 연결됐다. 신차를 사기에는 잔고가 모자라서 중고 매물을 찾고 찾다가 골랐다. 첫 차를 다시 산다면 현대 쏠라티를 사고 싶다. 준중형 세단을 몰다보니 큰 차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무엇보다 공간 활용성이 마음에 든다. 한 번 타봤는데 정말 광활했다. 최근 출시한 2017년형 부터는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어 더 끌린다. 문서우(<라이드매거진> 에디터)

직접 내 돈으로 구입한 첫 차는 2004년형 아반떼 XD다. 이미 결혼해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무난한 선택지였다. 대체로 만족했지만 서스펜션은 단점이었다. 승차감을 확보한답시고 지나치게 부드럽게 세팅해 안정감이 떨어졌고, 조금 과격하게 모는 나와의 궁합이 안 좋았다. 지금 다시 산다면 현대 i30를 고르겠다. 신형 i30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다듬은 덕분에 펀 투 드라이브가 가능해졌다. 가족을 태우기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도 갖췄다. 이수진(<자동차생활> 편집위원)

내 첫 차는 기아 비스토다. 차종은 평범한데, 구성은 남달랐다. 가령 차체 컬러는 당시 경차엔 흔치 않던 검정이었고, 여기에 ABS와 에어백, 3단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더했다. 남다른 선택의 대가는 기다림이었다. 경차 한 대 출고하는 데 꼬박 한달이 걸렸으니까.지금 다시 첫 차를 산다면, 비슷한 예산으로 중고 컨버터블 푸조 206CC를 고를 거다. 당시엔 마음은 굴뚝같은데 엄두를 못 냈다. 만약 그때 과감히 저질렀다면, 바람결로 두피 마사지 받으며 달리는 로망을 이루기까지 20년이나 걸리진 않았을 텐데.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2000년형 기아 리오는 언니가 타던 차였다. 배기량이 낮아 120km/h 정도로만 속도를 올려도 힘이 달렸다. 모자란 출력보다 아쉬운 건 첫 차를 고르는 짜릿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시 산다면 현대 벨로스터다. 스포티하고 독특한 외모가 청춘을 담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래 등급인 1.6 GDI의 경우 새 차는 2천만원, 2~3년 묵은 차는 1천5백만원에 구할 수 있다. 이지수(<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나의 첫 차는 혼다 CR-V다. 조용하고 고장없는 차를 원했고, 넉넉한 공간에 이것저것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겠다는 마음도 한몫했다. CR-V는 정직했다. 하지만 마냥 착한 차를 타자니 젊은 혈기가 하품을 해댔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아우디 TTS를 고르겠다. 욕심 같아선 R8을 고르고 싶지만 즐기기엔 TTS로도 충분하다. 시종일관 심각한 이소룡보다는 재미있는 성룡이 낫다. 이재현(<모터매거진> 에디터)

스무 살 되던 1996년 2월,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마련한 80만원으로 87년식 르망 레이서를 구입했다. 날렵한 디자인의 3도어 해치백을 고등학교 졸업식에 몰고 가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느 나라에선 오펠 카데트로 팔리고, 또 어디에선 폰티악 르망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월드카라는 별명이 근사해서 더 마음에 들었다.다시 첫 차를 고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치 망설임 없이 기아 카니발을 선택하겠다. 안락한 가솔린 엔진 모델로. 첫 차를 사려는 사람이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저 앞 모퉁이를 돌아서면 결혼과 출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최재형(<CAR 매거진> 에디터)

2003년 벚꽃 필 무렵, 스물일곱에 첫 차를 샀다. 현대 투스카니 2.0 GTS였다. 당시에는 군인이어서 갤로퍼나 코란도를 사려고 했는데, 투스카니의 아찔한 쿠페 라인에 마음을 빼앗겨 충동적으로 녀석을 업어왔다. 움찔거리는 보디라인은 나를 사로잡았고 달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순정 상태의 배기음이 듣기 좋았고, 17인치 엘리사 휠과 투스카니 엠블럼은 보고 또 봐도 멋졌다. 다시 첫 차를 고르라면 BMW 3시리즈를 택하겠다. 후륜구동인 데다 차체 밸런스도 훌륭해서 달리는 맛이 더없이 좋다. 잘 찾아보면 싱싱한 1천만원대 중고차(E90)도 많다. 김경수(<엔카매거진> 에디터)

열아홉 살에 온전한 내 차를 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용돈까지 모아 부모님 모르게 차를 샀다. 아래 위를 흰색과 금색으로 나눠 현란함을 강조한 스쿠프 터보. 중고차 시장에 혈혈단신 찾아가 겁도 없이 덥썩 물어버린 비운의 매물. 사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후회했다. 차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시세보다 비싸게 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려한 스포츠 쿠페(정확히는 스포츠 루킹 카)는 내 젊은 날의 황금날개였다. 다시 첫 차를 고른다면, 폭스바겐 골프 2.0 TDI를 사겠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기본기 출중하고 운전 매콤한 골프는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 이병진(<CAR 매거진> 수석 에디터)

2005년, 부모님이 타시던 소나타 2를 물려받아 3년 정도 끌었다. 오래된 차라 구석구석 더듬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만져졌다. 특히 고속도로를 달릴 때 내뱉던 밭은 숨소리. 지금 첫 차를 산다면 르노삼성 QM3을 고르겠다. 나는 세단보다 SUV, 큰 차보다 작은 차를 좋아한다. 매월 마감이 끝나면 강원도 부모님댁에서 며칠씩 쉬고 온다. 많은 짐을 싣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갈 때면 QM3의 귀여운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전상현(<오토카 코리아> 에디터)

내 첫 차는 지난 6월에 구입한 현대 아반떼 스포츠 수동이다. 갑갑한 출퇴근길에도 웃음을 주는 기특한 녀석.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와 유류비도 장점이다. 다시 첫 차를 고를 수 있다면 쉐보레 트랙스 디젤을 사고 싶다. SUV치고 운전이 꽤 재미있다. 클러치 밟느라 지친 왼발에게 이젠 자유를 주고 싶다. 강준기(<로드테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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