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로렌스의 사생활 탐구

제니퍼 로렌스가 할리우드의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는 채 6년이 걸리지 않았다. 기세를 몰아 이번에는 <패신저스>로 힘껏 새해를 열어젖힌다.

제니퍼 로렌스가 입은 가운은 아르마니 프리베.

제니퍼 로렌스가 바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후 2시,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플라자 아테네 호텔 바에는 프랑스인 노부부만이 보르도 와인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제니퍼 로렌스는 검은색 캐시미어 스웨터,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부츠 차림이었다. 머리는 보브 컷으로 잘라 경쾌해 보였다. 금색 목걸이와 반지를 착용했고,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뜸 차를 주문한 뒤 말했다. “다음 영화에서 발레리나를 연기해요. 그 첫 단계는 식사 때 술을 곁들이지 않는 거예요. 요즘 매일같이 술을 마시거든요.” 그저 매력적이었다. 첫 마디부터 듬뿍.

또래인 밀레니엄 세대들이 학자금 대출과 구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제니퍼 로렌스는 할리우드에서 전례 없이 승승장구했다. 오스카를 수상했고(2013년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세 번이나 더 후보에 올랐으며(<윈터스 본>, <아메리칸 허슬>, <조이>), 세 개의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또한 총 40억 달러를 번 <엑스맨> 시리즈에서 연기했고, 총 30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낸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다. 그리고 곧 개봉하는 SF로맨스영화 <패신저스>에 출연하며, 편당 2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게다가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영화 수익의 30퍼센트를 더 받는다. 줄리아 로버츠가 2천만 달러 배우가 된 것이 32세 때, <에린 브로코비치> 촬영 시점이었던 것에 비해, 제니퍼 로렌스는 무명에서 벗어난 지 겨우 6년 만에 그 지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는 이미 경력의 다음 장을 채울 배역을 준비 중이다. <헝거게임>의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의 <레드 스패로우>에서는 앞서 말한 러시아 발레리나(후에 스파이가 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잇츠 왓 아이 두>에서는 종군 기자 린지 아다리오, 아담 멕케이의 <배드 블러드>에서는 논란의 실리콘 밸리 기업 테라노스의 창립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연기한다. 또한 지난여름 몬트리올에서 촬영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호러 영화 <마더>에도 출연했다. “잠에서 깼는데 할 일이 없거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잠드는 게 싫어요. 그러면 정말 우울해지거든요.”

그녀는 아홉 살부터 연기했다. 고향인 켄터키주 루이빌의 교회 연극에서 매춘부 역을 맡은 것이 처음이었다. “엉덩이를 흔들면서 걸었죠.” 연극이 끝난 뒤 친구들은 제니퍼의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니퍼가 매춘부 역할을 엄청나게 잘했거든요.” 5년 후, 제니퍼 로렌스는 모델 에이전시의 눈에 띄어 학업 대신 검정고시를 택하며 뉴욕으로 떠난다.

드레스는 알베르타 페레티, 귀고리는 반 클리프 앤 에이펠.

그녀의 애완견 이름은 삐삐다. “삐삐를 뱃속에 넣어 다시 낳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런데 진짜 아이가 생기면 어떡하죠?”

그녀는 지난해만 4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지난 2년간 상업적으로 그만한 성공을 거둔 여자 배우는 없다. 제니퍼 로렌스는 어머니(어린이 캠프 매니저)와 아버지(도금업자), 두 오빠와 멀리 떨어져 산다. 어떤 면에서 전형적인 20대 여자인 한편, 매우 특별한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녀는 또래들처럼 비욘세의 음반 < Lemonade >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녀와 세 번 작업한 데이비드 오 러셀 감독으로부터 불쑥 ‘Sorry’의 가사에 대한 문자를 받기도한다. “그 음반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감독님은 이런 식으로 제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제니퍼 로렌스는,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하늘에서 바로 내려온 것 같은” 비욘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한편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리얼 하우스와이브스>를 보며 총괄 프로듀서 앤디 코헨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어떻게든 출연자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섀넌, 당신의 시어머니는 짜증나는 인간이에요. 메건, 사과 좀 그만해요.” 그녀가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준 메시지엔 진짜로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런데 파리 패션 위크 같은 데 가면 아직도 좀 불안해요. 호텔에서 옷을 다 입고 거울을 보면 ‘음, 좀 멋진데?’ 생각하다가도 밖에 나가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면 후회해요. 다시는 밖에 안 나올 거야, 라고.”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선천적으로 할리우드의 압박을 잘 이해하는 듯한 엠마스톤같은 친구를 사귀면서 점차 나아졌다. <헝거게임>에 함께 출연한 우디 해럴슨이 둘을 소개시켜줬고 둘은 곧 좋은 친구가 됐다. “그녀가 저한테 먼저 문자를 보냈어요. 저는 ‘꺼져!’라고 답했죠.(웃음)” 지금 제니퍼 로렌스와 엠마 스톤은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는다. “저는 제 일을 사랑해요. 그러니 저와 같은 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친해질 수밖에 없죠.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엠마는 소박하고 사랑스러워요.” 그런데 엠마스톤이 보낸 이메일엔 좀 다른 얘기가 쓰여 있었다. “저도 한때는 질투한 적이 있어요. 아니,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 나는 완전히 망했네, 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모두에겐 각자의 일이 있고, 우리는 연기를 떠나 서로를 정말 아껴요. 직업이 달랐다 해도 서로 좋은 친구가 됐을 거예요.”

제니퍼 로렌스에게 배우 친구만 있는 건 아니다. 그녀는 기꺼이 시간을 쪼개, 오랜 친구들을 만난다. “제 친구들은 다 결혼했어요. 아기도 있고요. 아, 다시는 신부 들러리는 안 할 거예요.” 그녀는 이미 네 번이나 신부 들러리를 섰다. “신부 들러리 노조를 만들어야 해요. 진짜 힘들다고요. 누가 또 부탁하면 거절할 거예요. 내 인생에서 그 일은 끝났어! 물어봐준 건 고맙지만. 제 결혼식도 들러리 없이 할 거예요.”

드레스는 알베르타 페레티, 귀고리는 반 클리프 앤 에이펠.

얼마 전에는 배역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남수단 난민을 취재하는 사진가 린지 아다리오와 함께 지냈다. 생경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UN 직원에게 자신을 소개하자 “아, 제니퍼 로페즈 같은 사람이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그녀를 괴롭힌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었다. “아무도 돕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어요.” 이미 자선 단체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지만, 그녀는 좀 더 활동적인 역할로 그곳을 다시 방문할 것을 다짐하며 위안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곧 개봉하는 <패신저스>는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던 영화다. “몇 년 더 독립영화를 찍으려고 했어요. 사람들과 제 자신에게, 제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되새기고 싶었죠.”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존 스페이츠가 쓴 <패신저스>의 각본을 지나치긴 어려웠다. 오스카 후보에 오른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튼 틸덤이 감독을 맡고, 지금 가장 뜨거운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가 합을 맞추는 이상적인 구성. 둘은 우주를 질주하는 가운데 몇몇 불꽃 튀는 섹스 신을 촬영했는데, 몰입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 프랫은요, 선인장과도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햇빛 같은 사람이죠. 새벽 네 시에 일어나도 기분이 좋아 보여요.” 이 말을 크리스 프랫에게 전하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제니퍼는 다 드러내요. 말할 때도 직설적이고요. 신선한 사람이에요. 누군가와 일하면서 상대방을 명확히 알 수있는 건 좋죠. 제니퍼는 보스예요. 아주 멋져요.”

하지만 그녀가 언제나 당찬 사람이었던 건 아니다. <아메리칸 허슬>의 성차별적 개런티가 폭로된 소니 해킹 사건 이후, 제니퍼 로렌스는 협상에서 확고하게 주장을 펼치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배우이자 감독인 레나 던햄과 만든 뉴스레터 <레니>의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고, 사랑 받고자 하는 것에 지쳤다. 엿 먹으라지!”

“스물다섯 살이 됐을 때, 뭔가 변한 느낌이었어요.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졌죠. 그 전엔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제는 반대예요.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걸!”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25년간 두려워한 끝에, 그녀는 달라졌다. <패신저스>의 출연료와 촬영 현장에서 얻은 자신감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는 새로운 할리우드 시대의 최전방에 있다. 티켓 수익이 감소하고, 유통 채널이 다각화되고, 도처에 파파라치가 있고, 팬들은 길거리와 SNS를 이용해 자기 우상을 스토킹하는 시대다. 제니퍼 로렌스가 가장 고역스러워하는 부분 역시 사생활이다. 팬들이 막무가내로 달려들면 일단은 점잖게 주의를 주는 쪽이다.“팬들은 저를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겁을 먹게 돼요. 제 공간에 민감하기도 하고요. 만약 저녁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면 저 역시 무례하게 굴 거예요. 그럼 식당의 다른 사람들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겠죠. 사생활을 지키는 일은 중요해요.”

드레스는 알베르타 페레티, 귀고리는 반 클리프 앤 에이펠.

비슷한 맥락으로, 그녀는 니콜라스 홀트와의 연애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2015년 여름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다. 최근엔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염문설이 떠도는 상황. 당연히 제니퍼 로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과도하게 공유되는 시대지만, 그녀는 개인적인 일을 신중하게 처리하던 옛날 방식을 택한다. 아주 놀라운 솜씨다. 종종 개인사를 밝히긴 하지만, 오로지 자신이 원할 때만 그렇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로 유명인을 평가하는 문화 속에서, 제니퍼 로렌스는 이만큼 거리를 두고 있다. 유일한 계정은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뿐. 그녀는 루머에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친지들은 그렇지 않다. 다른 많은 미국인처럼 타블로이드 가십을 쉽게 믿는다. “하루는 오빠가 ‘인터넷에서 모든 사람이 더 이상 너랑 에이미 슈머가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아 정말? 인터넷에 있는 모든 얘기는 사실이니까’라고 비아냥거렸죠.” 실제로 둘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으며, 같이 쓴 코미디극에 자매로 출연하는 것을 계획 중이다.

요즘 그녀는 의학에 관심이 많다. 종종 박테리아에 대해 검색하다 구글링의 블랙홀에 빠지기도 한다. 시작은 아이들을 위한 책인 < How My Body Works >였고, 작년 생일엔 부검에 관한 책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호기심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기엔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인간을 탐구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낸 것이 우연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호기심만이 제니퍼 로렌스를 초대형 스타로 만든 건 아니다. <헝거게임>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좀 소름 끼치긴 하지만, 사람을 재빠르게 파악해 그걸 스크린에서 재연하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능력이죠. 저라면 데이트하고 싶진 않을 거예요.어떤 일도 그냥 넘기지 않을 테니까. ”엠마 스톤도 비슷한 얘길 했다. “놀라울 정도로 명확해요.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마주했을 때, 순식간에 모든 걸 꿰뚫어봐요.” 이런 얘기에 제니퍼 로렌스는 손을 내저었다.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때 불현듯 웨이터가 나타나더니 테이블 위 팝콘 그릇을 바꿔놓고 갔다. “보세요, 저 사람이야말로 팝콘이 눅눅한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아니에요.”

이미 배우로서 할리우드를 정복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녀에겐 아직 꽁꽁 감춰둔 야망이 있다. “감독 병에 걸렸어요. 아직 시도해볼 시간이 없어서 앞으로 못 나가고 있지만요.” 제니퍼 로렌스는 지금까지 일한 영화 감독들과의 작업을 노트에 기록하며 그들을 탐구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수많은 감독 지망생 배우로 넘쳐나는 곳이지만 그녀가 다른 점이라면, 그 야망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이 젊은 배우의 이력이 보여주듯, 그녀의 다음 행보는 직접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저는 일단 행동으로 옮기는 걸 선호해요.” 제니퍼로렌스가 마지막 남은 팝콘을 입에 튕겨 넣으며 웃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