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도구를 갖추고 부엌을 청소해야 또 다시 그득하게 차려 먹을 수 있는 법.
부엌 청소는 도구로부터 시작한다 부엌 청소는 예쁘고 좋은 도구의 힘이 크다.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할 땐 제일 강력한 동력이 필요하니까. 물론 기능 때문에 갖추어야 할 도구도 많다. 한 가지 세척용 솔로는 제대로 된 설거지가 힘들다. 텀블러를 닦을 때, 병 속에 대충 세제와 물을 넣고 ‘셰이킹’만 해서는 제대로 닦일 리 없다. 스테인리스 냄비 바닥을 헝겊마냥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으면 눌러붙은 자국이 사라질 리 없다. 그러니 요리에 필요한 조리 도구만큼 청소에도 기능에 맞는 도구가 절실하다. 청소 도구를 청소하는 도구까지도….
부엌 청소는 세세한 욕망으로 완성된다 이렇게까지 세분화된 제품을 써야 할까 싶지만, 매일 완수해내야 하는 주방 일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진화된 청소 도구가 필요한 법이다. 수세미 하나를 쓰더라도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인지, 손잡이가 긴 것인지, 솔이 부드러운지, 솔에 힘이 빳빳하게 들어가는지에 따라 용도가 제각각 달라진다. 스테인리스를 닦는 세척 크림과 내열유리를 닦는 세척 크림은 낮과 밤의 공기만큼이나 다르다. 세분화된 도구를 갖추면 청소에 대한 세세한 욕망이 생겨나고, 그제야 비로소 일이 척척 돌아간다. 그러니 주방 청소는 자동차 부품이나 시계 부품을 다룰 때처럼 섬세함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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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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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