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스타 워즈’ 은하계의 창조주, 존 놀

2017.01.02GQ

ILM의 존 놀은 실로 놀라운 인물이다. 포토샵을 공동 개발했고 <스타 트렉>부터 <아바타>까지 특수 효과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엔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에 뛰어들었다.

<스타트렉>, <아바타>, <미션 임파서블>, <퍼시픽 림>…. 이번엔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 특수 효과를 책임지는 남자, 존 놀.

역사 루카스필름 내에 있는 존 놀의 사무실 한쪽 구석에는 검은색 컴퓨터 서버가 3층으로 우뚝 서 있다. 온갖 스위치와 팬이 달린, 이 멋진 180센티미터 높이의 서버에서는 연신 파란 LED가 깜빡인다. 서버마다 ‘스타 워즈’ 은하제국의 휘장이 달려 있고 제각각 이름도 있다. 데스 스타 748, 데스 스타 749, 과연 ‘제국의’ 컴퓨터답지 않은가. 그렇게, 보기에는 무시무시한데, 사실 이 기계들은 가짜다. 아두이노 컨트롤러에 연결해 실제 컴퓨터처럼 불이 들어오게 해놓았을 뿐, 그저 시각 효과인 셈이다. 이는 곧 존 놀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시각 효과 회사로 유명한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 ILM의 CCO로 올해 54세인 남자, 존 놀.

마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미로 같은 루카스필름의 복도에는 박물관을 차릴 수 있을 만큼의 영화 소품과 모형이 가득하다. <스타 워즈>, <스타 트렉>, < E.T. >…. 기라성 같은 이 영화들의 역사는 이미 반세기에 이른다. 그런데 놀의 (멋있는 가짜) 서버는 영화에 직접 나온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서버로 영화를 만들기는 했다. 놀이 특수 효과를 담당한 <스타 워즈> 프리퀄 세 편의 디지털 이펙트가 담긴 1만3천 시간 분량의 영상을 렌더링한 기계들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이 영화를 만든 후 이것들은 ‘고물’이 됐다.

“몇 주는 걸렸죠. 나는 여러 다양한 것들을 가지고 놀아요.” 놀이 어깨를 으쓱한다. 외모와 행동만 보면 영락없이 차고에 만들다 만 뭔가가 잔뜩 쌓였을 것 같은 괴짜 아저씨. 하지만 다른 아저씨와 달리, 놀의 취미는 업계 전체를 바꿀 수 있다.

놀이 컴퓨터로 사진 편집을 하는 데 관심을 가졌을 때가 그랬다. 그는 형과 함께 ‘포토샵’을 만들었다. 들어본 적은 있겠지? 우연히 유료 소프트웨어로 장난을 치다, 영화 제작자들이 이미지 만드는 법을 완전히 바꿔놓은 그 프로그램 말이다.

커다란 플랫스크린 모니터와 스피커가 있는 어두운 회의실에 특수 효과 전문 팀이 둘러앉아 있다. 그중 한 명이 키보드를 두드려 영화 장면을 띄운다. 첫 장면을 압도적으로 가득 메운 건, 타이 전투기들이 스타 디스트로이어 위로 날아가는 엑스윙을 추격하는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스타 워즈’ 우주선이라는 이미지로 익숙한 것들. 제국과 저항 연합의 대규모 전투는 <스타 워즈> 시리즈의 최신작인 <로그 원>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이다. 말하자면 또 한 번 프리퀄. 이번에도 놀이 특수 효과를 맡았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엑스윙이 배틀 크루저의 전망탑에 다가가며 속도를 낮춘다. CG 담당인 빅 슈츠가 다면체 하나를 가리키며 “이게 날아가다가 저 돔을 폭파하게 할까요?”라고 묻는다. 그 다면체가 왜 다른 스타 디스트로이어들보다 위에 있는지는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도 모른다.

<로그 원>은 <스타 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루크 스카이워커의 핏줄을 따라가지 않는 최초의 영화로 2016년 12월 28일 개봉한다. 놀은 1천6백 샷이 넘는 특수 효과를 담당할 뿐 아니라, 아예 이 영화의 플롯 자체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보통 테크니컬이나 크리에이티브 중 한쪽에 능하지, 양쪽 다 잘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존 놀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죠.” 개러스 에드워즈 감독이 말한다. 에드워즈는 감독이 되기 전에 여러 해 동안 특수 효과를 했던 사람이니, 뭘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스타 워즈> 시리즈에 참여한다고 하니 해리슨 포드를 만나는 거냐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내 경우엔 그 대상이 존 놀이었어요.”

행성을 파괴하는 힘은 ‘포스’의 힘에 비하면 시시할지 모른다. 하지만 <로그 원>의 데스 스타는 여전히 매우 인상적이다.

취미 놀은 어렸을 때 항상 프라모델을 만들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전투기과 우주선,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낸 각종 탈것들. 1970년대에 프라모델을 만든 아이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놀도 <스타 워즈>의 특수 효과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프라모델을 만들던 사람들은 영화를 만드는 영웅이 되었다. 놀은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와 ‘시네판타스티크’에 열광했다. 그렇지만 놀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지 않는 것을 했다.

놀의 아버지인 글렌 놀은 미시간 대학교의 핵 엔지니어였다. 1978년에 글렌 놀은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의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기로 했는데, 그는 존을 비롯한 아들 삼 형제를 그곳에 데려갔다. 할리우드 근처로 놀러간다는 사실에 신났던 존 놀은 호텔 전화번호부에서 ILM의 전화번호를 찾아보았다. 번호가 있었다. 잠시 후 그는 ILM의 모델 숍 책임자인 그랜트 맥쿤과 통화했다. 존은 최대한 프로페셔널 같은 목소리로, 자신이 모델 제작자라 말하고는 견학 약속을 받아냈다. 다음 날 아침 존의 아버지가 반 누이스의 ILM에 존을 데려다 주었을 때 비로소 맥쿤은 자신이 어젯밤 이야기를 나눈 상대가 열다섯 살짜리 소년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놀은 그날 하루 종일 ILM에 머물면서 ‘배틀스타 갤럭티카’ 모델을 만들고 카메라 워크 작업을 구경했다. 존은 자기 같은 평범한 사람이 특수 효과를 직업으로 삼은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놀은 USC의 영화 학교에 입학해 LA로 돌아왔다. 조지 루카스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USC 출신이다. 졸업 전에 그는 할리우드에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돌아다녔다. 그에게 처음으로 일을 맡긴 사람 중 하나는 <미지와의 조우>, <스타 트렉: 모션 픽처>에서 미니어처를 담당한 그렉 자인이었다. “나는 그가 선을 똑바로 긋고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자인이 회상한다. 놀은 자인에게서 계속 일감을 받았는데, TV 미니시리즈 < V >의 우주선 착륙 장치 같은 걸 만들었다.

놀이 학교를 졸업한 1984년 무렵까지 그에게는 꾸준히 일거리가 있었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놀은 이렇게 말한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면 더 이상 취미가 아니지요.” 하지만 <스타 워즈>에 대한 집착이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냈다. 놀은 ILM의 초기 영화에서 시각 효과의 선구자 존 딕스트라가 만든, 컴퓨터로 조종하는 카메라에 대해 읽은 것을 기억한다. ‘딕스트라플렉스’는 정확하고 반복 가능한 시퀀스를 촬영했다. 그러면 미니어처가 마치 진짜 같아 보인다. 그리고 시각 효과를 만드는 사람들이 여러 샷을 합성할 수도 있다. 그럴듯한 우주 전쟁을 만드는 데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놀은 그걸 스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3년 전에 나온 애플 II 컴퓨터를 스테퍼 모터 네 개로 돌릴 수 있는 밀링 머신 컨트롤러에 연결했다. 그리고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 스탠드를 다시 연결했다. 값이 쌌고 잘 돌아갔다. 놀은 급기야 이 카메라로 2분짜리 만화를 만들어 졸업 논문으로 삼았다.

그리고 꿈의 직장도 얻었다. 열다섯 살에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던 ILM의 카메라 부서에 입사한 것이다. ILM이 새로 얻은 샌프랜시스코 근처의 사무실이었다. “출근한 첫날, 원조 딕스트라플렉스 카메라를 가지고 일했어요.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었죠.” 또다시 놀의 취미는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유시간에 할 일이 필요했다. 마침내 놀은 코딩을 시작했다.

<로그 원>에서 제국은 또 다른 사막 행성에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보낸다.

전개 ‘파라다이스의 제니퍼’라고 불리는 사진이 있다. 보라보라 섬 해변에서 당시 놀의 여자친구(지금은 아내)가 한쪽 어깨 위로 머리를 늘어뜨리고 먼 곳의 섬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사진과 소프트웨어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초로 포토샵을 사용한 컬러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1986년 당시 놀은 카메라 오퍼레이터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걸음마단계였던 ILM의 컴퓨터 그래픽 그룹과 여기서 만든 기계인 픽사를 견학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픽사가 대형 이미지를 디지털로 처리하는 것에 감탄한 놀은 집에 가서 맥으로 자신의 그래픽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레이 트레이싱과 프로세싱 코드를 써봤어요.” 그냥, 재미로.

우연히 놀의 형인 톰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컴퓨터 비전 박사 과정 중이던 톰은 디지털 이미지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사진에서 피사체의 가장자리를 감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었다. 존은 톰을 만나러 갔다가 소프트웨어를 받아 와서 가지고 놀았다. 몇 주 후, 존은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감이 왔다.

“우리 이거 팔자.” 존이 말했다. “미쳤어? 유료 프로그램을 내는 절차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톰이 대답했다. 톰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젊고, 미혼이었던 놀은 ILM에서 오후 7시부터 오전 5시까지 일하는 ‘야간’ 직원이었다. 그래서 낮에는 취미로 만든 프로젝트를 소프트웨어 회사에 팔 시간이 있었다. 놀은 애플을 찾아가 평판 스캐너를 빌려 제니퍼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실리콘 밸리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 앞에서 놀은 화면상의 제니퍼를 복사했다. 그는 배경으로 안개에 싸인 섬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어도비가 이 프로그램을 구입하기로 했다. 몇 달 동안 이름을 붙이지 못하다가, 그냥 포토샵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무렵, 놀은 처음으로 영화 CG를 맡게 되었다. 제임스 캐머런의 <심연>이었다.

그때까지 ILM이 진행한 가장 큰 규모의 CG 프로젝트는 <피라미드의 공포>에서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든 기사였다. 약 6샷 정도. “<심연>에 필요한 건 16샷 정도였어요. 제임스는 잘될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유명한 특수 효과 담당자인 데니스 뮤렌의 말이다. 거기에 놀이 투입됐다. 놀은 문제 해결 능력으로 유명했으니까.

사물의 표면을 얼굴로 바꿀 수 있는, 액체 같고 촉수 같은 생물 CG를 만들어야 했다.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지만 존은 동요하지 않았어요.” 제임스 캐머런이 덧붙인다. 놀은 빛이 들어오는 모든 위치에 스틸 카메라를 놓고 촬영했다. “반사 때문에 모든 환경을 다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합성의 근본적 접근 방법을 만들어 낸 건 그렇게 우연에 가까웠다. “그렇게 스틸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이제 관행이 되었죠.” 놀은 포토샵으로 이 사진들을 합성했다.

“시간과 예산에 맞출 수 있었고 보기에도 아주 좋았어요.” 뮤렌이 당시를 떠올리며 말한다. 한편 포토샵이 대대적으로 히트하기 시작했다. 버전 3 무렵, 어도비는 포토샵 소유권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좋은 제안을 하고 포토샵을 사들였어요.” 톰은 어도비에서 일한다. 지금 포토샵 사용자는 1천만 명이 넘는다. 존은 ILM에 남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목표를 세웠어요. 혁신적인 대형 특수 효과 프로덕션에서 특수 효과 책임자를 맡겠다고요. <스타 워즈>급의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아카데미 특수 효과상을 타는 프로젝트요.”

1995년, 조지 루카스는 <스타 워즈> 3부작을 다시 만들겠자고 발표했다. 원래는 프린트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네거티브 필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것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다가, 루카스는 생각했다. ‘특수 효과를 새로 넣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스페셜 에디션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당시 놀의 취미였던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놀은 ILM의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맥으로 쉽게 여러 효과를 재생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놀의 엔지니어적 사고방식과 DIY 애티튜드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스타 워즈>보다 오히려 <스타 트렉>에 더 잘 맞았다. (놀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면 그는 그저 “음, 내가 과학자와 엔지니어 가문 출신이다 보니…”라고 말할 뿐이다.) <스타 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TV 시리즈를 만들 때 엔터프라이즈호를 워프시키는 방법도 놀이 생각해 냈다. 그는 슬릿-스캔이라는 고전적인 테크닉을 사용했다. 엔터프라이즈호 모델을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고, 일부분을 가린 렌즈로는 노출을 길게 잡았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조금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다가 붕! 하고 날아갔다.

1993년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스타 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영화로 만들기 시작한다. ILM이 특수 효과를 맡았고 놀이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CG 부서에 워프 효과를 개선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지 물었다. “그 대답으로 돌아온 금액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아예 파라마운트에 제시하지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좋아, 내가 직접 하자’ 했죠.” 놀은 집으로 돌아가 맥 앞에 앉았다. 그리고 5주 후 워프 장면이 완성되었다.

2년 뒤 ILM이 <스타 워즈> 스페셜 에디션을 작업할 때 놀은 특수 효과 프로듀서였던 톰 케네디에게 기존의 소프트웨어로 우주 전투를 다시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케네디는 회의적이었다. 케네디는 놀과 ILM CG 부서 전체를 대결시켰다. 비슷한 엑스윙 샷을 작업해 결과물을 비교하도록 한 것이다. 나흘 뒤, 존 놀은 작업을 마쳤다. “사실 그건 존의 직무 바깥의 일이었어요. 그가 집에서 CG 팀 전체와 경쟁할 작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그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곤 했죠.” 1999년에 ILM을 떠난, 케네디가 말한다. CG 부서는 한 달 뒤에도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케네디는 놀의 손을 들어주었다. “조지가 원하는 만큼의 전투 장면을 존이 맡았어요.”

 

스타 워즈 <스타 워즈> 팬들은 지금도 스페셜 에디션에 불만이 많다. 확실히 우주 전투 장면은 나아졌지만, 알데란과 데스 스타 폭파의 충격파는? 그러나 루카스는 스페셜 에디션을 좋아했다. 그래서 뮤렌과 놀에게 다시 연락했다. 1996년 마린 카운티에 있는 루카스의 스카이워커 랜치에서, 그들은 3천6백 개에 달하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의 스토리보드 패널을 봤다. “모든 보드에는 우리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이 있었어요.” 놀이 말한다. 한 번에 CG가 수백 개가 나오는 장면들이었다. (당시 ILM이 가장 많이 해본 것은 16개였다.) 거기에는 부드러운 천을 재현하는 장면부터 딱딱한 로봇들이 그럴싸하게 폭발하는 장면까지 실로 무궁무진했다.

놀은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만큼 만들어야 하는 특수 효과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당시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특수 효과가 3백60샷 정도 들어갔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위험’에는 2천 개가 넘게 들어갔다. 루카스는 프리퀄을 세 편 만들고 싶어 했다. “조지의 애티튜드는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해’였어요.”

오리지널 <스타 워즈>만큼이나 야심찬 프로젝트. “제가 그때까지 참여했던 최대 프로젝트보다 다섯 배는 더 컸어요.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죠. ‘오리지널 <스타 워즈>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이렇게요.” ILM의 직원들도 이 프로젝트의 규모에 기겁했다. 놀은 차분히 계획을 짰다. 보통은 2개월이 걸리는데, 이번 경우는 18개월을 잡았다. “내가 설명하면 사람들은 듣고 ‘오케이, 합리적인 것 같아’라고 했어요. 나는 그들이 가고 나면 ‘휴, 잘돼야 할 텐데!’했죠.”

놀은 늘 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 “나는 존이 ‘아니, 그것 못해’라고 말하는 걸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아바타>에서 놀과 함께 일한 프로듀서 존 랜도가 말한다. “놀은 그 무슨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내요.”

ILM 내부에서 <스타 워즈> 프리퀄은 영웅적인 업적이다. ILM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바꾼 영화였다. 또한 놀의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간 계기였다. ‘보이지 않는 위험’과 ‘클론의 습격’은 아카데미 특수 효과상 후보에 올랐다. 놀은 2년 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으로 마침내 아카데미상을 탔다.

제국 출신이었으나 반군이 된 드로이드 K-250이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와 마주 보고 있다.

다시 2012년 디즈니는 조지 루카스에게 40억 달러를 인수했다. 그리고 얼마 후 루카스필름에서 새 <스타 워즈> 영화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놀은 여러 해 동안 자신의 팬 픽션을 공상해왔는데, 새 영화의 플롯은 그가 보기에 별로였다. “처음 두 개는 배경 이야기였어요. 한 솔로와 츄바카가 ‘에피소드 4’에 나오는 캐릭터가 되는 과정 같은 거예요. 하지만 내가 정말 보고 싶은 건 보다 액션-어드벤처에 가까운 작품이었어요. <스타 워즈>의 테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주제를 건드리지만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오는 거죠.” 예를 들면? 놀은 자꾸 이 생각이 났다. “내전 시기다. 반란군 우주선이 숨겨진 기지에 공격을 가해 사악한 은하제국을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두었다. 전투 중 반란군 스파이들은 제국의 궁극적인 무기인 데스 스타의 비밀 계획을 훔쳐낸다. 데스 스타는 행성을 통째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무장 우주함이다.”

<스타 워즈: 새로운 희망> 앞부분에 나오는 자막이다. 놀은 이 스파이들이 누굴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들은 <스타 워즈>의 우주에서 <미션 임파서블>에 나오는 ‘SEAL 6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놀은 그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우주선과 괴물로 가득한 ILM 복도에서 친구들에게 몇 주 동안 “이런 생각을 해 봐…”라고 말문을 떼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가 다듬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다. “말할 때마다 점점 더 정교해졌어요. 매년 자선 모금을 하는 ‘트리비아’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에서 누군가가 ‘야, 네 <스타 워즈> 아이디어 얘기해 봐’라고 소리쳤죠. 그 자리에서 30분짜리 버전을 얘기했어요.” 캐시에게서도 그 얘기를 듣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캐슬린 케네디는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한 뒤 첫 번째로 임명된 사장이었다. 그녀는 놀을 수십 년 동안 알고 지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놀의 첫인상은 ‘포토샵을 만든 사람’이었지만, 회사 ‘트리비아’ 행사에서 놀과 같은 팀이 되었고, “자세하고 복잡한 정보를 천재적으로 아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놀이 영화를 제안했을 때 케네디는 두려움을 느꼈다. 처음엔 “이 회사 사람들은 전부 내게 <스타 워즈> 만 제안할 셈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놀의 설명을 들었고 이내 마음에 들었다. “아주 복잡한 제안이 많아요. 그저 단순한 아이디어를 듣는 일은 아주 드물죠.”

<로그 원>에서 반군을 추격하고 있는 스톰 트루퍼들.

최종 ILM 컨퍼런스 룸에서 놀의 특수 효과 팀은 말썽 많은 다면체들을 폭파시킬지 말지 고민 중이다. <로그 원>의 개봉을 9주 앞둔 채였다. 놀의 팀원들이 원하는 것은 ‘대장’에게 샷을 보여주고 마법의 단어, “최종”이라는 말을 듣는 것뿐이다.

“제다이 때는 거대한 파이어볼이라는 레퍼런스가 전부였어요.” 애니메이션 담당 할 히켈이 말한다. “가솔린으로 된 것처럼?” 놀이 묻는다. “실드를 만드는 제너레이터로 들어가는 게 아닐까.” 누군가 농담을 건넨다. 보통 시나리오에는 ‘우주선이 날아간다’ 정도로 나올 뿐 자세한 설명은 따로 없다. “이야기를 전하려면 전투를 일곱, 여덟 장면으로 나누는 게 좋아요.” 놀이 부연한다. 이 중 한 장면은 반군들이 스타 디스트로이어 두 개를 공격하는 장면이다. 그 방법은 오직 놀과 ILM이 새롭게 발명해내야 한다.

그래서, 다면체를 폭파시키나? “난 괜찮아.” 놀이 말하자 실내에 있던 사람 중 절반이 한숨을 쉰다. 이 샷은 완성되기 직전이었지만, 이젠 아니다.

놀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세한 일을 해야 한다. 스타 디스트로이어가 전투 중 두 조각난 것을 확인한다. 반사된 모습, 질감, 휘어진 금속의 현실성을 챙긴다. <스타 워즈>에 등장하는 탈것들의 단면을 담은 책 < Incredible Cross-Sections of Star Wars: The Ultimate Guide to Star Wars Vehicles and Spacecraft >를 봐가며 관객이 아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화면의 모습을 맞춘다. 전력 변환 장치를 잘못 넣은 걸 지적하는 게시물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우주 전투가 다가 아니다.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하는 반군 영웅 진 어소가 디에고 루나가 맡은 반군 대장 카시안 앤더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외계 행성에 있고, 놀은 문제를 지적한다. “얼굴에 적색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이런 것으로 세계의 모습은 덜 진짜 같고 덜 본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들은 모든 샷을 보고 또 본다. 놀은 대부분의 샷에 수정을 지시한다. 사소한 것도, 중요한 것도 있다. 모두 의자 속으로 푹 꺼지도록 앉아서 일한다. 그들 모두는 그저 ‘최종’을 원한다.

다음은 스타 디스트로이어 두 개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ILM이 해결해야 하는 샷이다. 압도적일 정도로 거대한 우주선이고, 어마어마한 장면이다. 놀은 미소를 짓는다. “최종.” 놀이 말하자 모두가 환호한다. 다음은 드로이드가 복도를 걷는 장면이다. “최종.” 또다시 환호. 자, 이제 다 되어간다. 마침내 <로그 원>의 완성이 눈앞이다. 이제 존 놀에겐 새로운 취미가 필요하다.

    에디터
    글 / 로버트 캡스(Robert Capps)
    포토그래퍼
    DAN WINTERS, INDUSTRIAL LIGHT & MAGIC C 2016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JONATHAN OLLEY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일러스트레이터
    MARCO GORAN ROMANO
    그루밍
    AMY LAWSON(TOKYO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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