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고 안 바르는 남자들의 속사정

물로만 세수하는 남자, 샴푸를 안 쓰는 남자, 로션을 안 바르는 남자가 있다. 왜 그런지, 괜찮은지 묻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 하나씩을 추천했다.

물로만 세수하는 남자 패션지에서 근무하는 에디터 M은 아침마다 오직 물로만 세안한다. 벌써 20년이나 된 습관. 여드름으로 고민하던 학창시절, 화학 선생님이 선사한 노하우다. 새하얀 우유를 많이 마시면 우유처럼 피부가 하얘질 거라 믿던 사춘기, 산성과 염기성, 원소 기호를 들먹이며 설명한 물세안의 장점은 절대적인 가르침처럼 들렸을 테다. 물론 지금도 물 세안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안제와 비누의 거품이 피부에 꼭 필요한 각질과 보호막까지 거둬낸다는 게 근거. 물세안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도 있었다. “선생님의 말은 거의 기억 안 나지만 당시에는 정말 이거다, 싶을 만큼 확실한 처방으로 들렸어요. 실제로 효과가 좀 있었던 것도 같고요. 피부에 독소가 빠지는 기분이랄까? 지금은 습관이 돼 버렸고요.” 최근 계면활성화제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물 세안을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물로만 세수’를 검색하면 제법 많은 물 세안 노하우가 등장한다. 따뜻한 물과 차가운물을 번갈아 쓰며 모공을 마사지 해주는 것이 공통적인 방법. 기분 때문이건, 실제로 해를 입었건, 세안제의 화학 성분이 어떤 이유로든 꺼려지는 이들에게 물 세안은 탁월한 대안이겠다. 안타깝게도 M의 현재 피부는 물 세안의 장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RECOMMEND!
세안제 ‘유리아주 제모스’

>> 피부과 전문의를 비롯한 많은 피부 전문가들은 물 세안을 만류하는 추세다. 밤사이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인한 노폐물은 물만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대신, 자극이 적은 세안제를 추천한다.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 대번 ‘저자극’이 느껴지는 무취에 가까운 향기. 동전 하나 크기만큼 덜어 얼굴에 쓱쓱 문지르면 불필요한 노폐물과 각질이 싹 걷어진다. 물론 피부가 뻑뻑하게 당기지도 않는다. 잘 씻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혹은 물로만 세안해야 한다는 남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샴푸를 쓰지 않는 남자 대학원생 J의 고민은 만성적인 두피 트러블. 조금만 기온이 바뀌어도, 샴푸만 바꿔도 금세 빨간 염증과 함께 각질이 일어난다. 급기야 탈모로까지 이어지는 두피 트러블에 그가 내린 처방은 샴푸 없이 머리를 감는 일명 ‘노푸’. 환경보다는 자신의 피부를 위한 선택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아무도 안 만났어요. 떡지는 머리, 냄새는 냄새대로, 기분은 기분대로 최악이었죠. 그런데 한 달 쯤 되니 머리가 다시 윤기를 되찾았고 두피 트러블도 점차 줄었어요.” ‘노푸’는 샴푸의 계면활성제가 걱정인 사람들 사이에서 두루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적응 기간, 한 달을 채우지 못해 포기했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인내를 갖고 꾸준히 실천에 옮긴이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이틀에 한 번씩 식초를 엷게 풀어 머리카락을 헹궈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냄새도 덜 나요. 면역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확실히 냄새는 안 나는 기분이에요.” 아무렴 어깨 위 수북한 비듬보다는 약간의 시큼한 냄새가 더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RECOMMEND!
드라이 샴푸 ‘클로란 네틀 드라이’

>> 매번 물로만 씻어낼 수 없는 일. 일과 사랑이 두피트러블 따위로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신경을 좀 써야 하는 날에는 드라이 샴푸를 쓴다. 칙칙 뿌려 빗어 넘기기만 하면 샴푸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로션 없이 사는 남자 악지성 피부의 A는 그 건조하다는 한파에도 번들거리는 피지로 고민했다. 그가 오래전 내린 극단적인 처방은 모든 유분을 막는 것. 번들거리는 로션부터 끊었다. 남자의 경우, 모공이 여자보다 넓기 때문에 모공을 열어두어도 괜찮다는 여자친구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 A가 로션을 안 쓰기 시작한 건 채 1년 남짓이다. “로션을 빼니 확실히 덜 번들거리는 것 같아요. 달고 다니던 기름종이도 덜 찾게 되고요.” 물론 아무것도 안 바르는 건 아니다. “스킨이라고 하죠? 토너 정도는 간단하게 두드리며 바릅니다. 면도는 하니까요.” 놀라운 사실은 로션 대신 토너(스킨)만 바르는 남자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피지 조절이나 바르고 난 후의 답답함을 문제 삼았지만, 아무것도 안 바르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귀찮아서’. 남자 화장품 브랜드에서 빼먹지 않고 ‘올 인 원’ 모델을 출시하는 이유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버지들 역시 토너 하나만 바르고도 평생을 문제없이 잘 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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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션 ‘존슨즈 베이비 울트라 케어 로션’

>> 수분 크림을 넉넉히 바르는 게, 거꾸로 피지 억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피부 관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분을 없애려고 수분까지 없앤다면 피부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겨 트러블이 더 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답답한 게 싫은 이들에게는 자극이 적은 시중의 ‘베이비 로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릴적 한 번쯤은 다들 써 본 경험이 있는 바로 그 로션을 추천한다. 단, 색을 잘 기억해야 한다. 하얀색도 분홍색도 아닌 노란색이다. 시리즈 중 가장 부드럽고 가볍다.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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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디지털 에디터] 최근 바이크에 심취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