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 ‘Intelligentsia’ 씨피카

〈 Intelligentsia 〉 EP라는 멋들어진 출사표와 함께, 씨피카는 마음 가득 하고 싶은 게 많다.

재킷은 이세 서울, 브라톱은 스투시, 팬츠는 요지 아마모토 by 마이 분.

며칠 후 첫 EP가 나와요. 어때요?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지 궁금한 거?

어떤 사람들이요? 친분이 있는 분들이나 뮤지션들은 제 음악을 대충은 알겠지만, 대중들은 모르잖아요. 지금까지 제 노래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있었다면 이번에는 멜론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에도 퍼지니까 많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엄청 궁금해요.

예측은 해봤어요? 아니요. 이상하다고 할 것 같기도 하고, 거부할 것 같기도 한데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도 특별히 이런 사람들은 내 음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싶은 바람이 있다면요? 과학자들요. 제 노래에 과학 용어가 많아요. 특히 평행우주나 초끈이론 같은 데서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론을 노래로 푼 느낌으로 재미있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한 인터뷰에서는 인류의 기원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그 호기심이 과학까지 뻗친 건가요? 원래부터 첨단 기술이나 과학이 발전하는 속도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LA에서 한국에 온 이후론 일단 제가 한국 사람이고 주변에도 한국 친구들만 있다 보니까, 미래 말고 과거로 가고 싶어서 인류의 기원을 막 찾아보게 된 거죠.

LA에 있을 땐 앞으로만 가다가, 모국에 온 뒤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 건가요? 맞아요. 다시 뒤로 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가운데에 있는 것 같아요.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에.

그럼 편안하겠네요? 그렇죠. 그동안 상상을 너무 많이 했다면 지금은 현실을 사는 느낌?

LA에서는 왜 상상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욕구가 너무 많았어요. 한국에서는 그게 좀 풀리는 기분이고요.

거기서도 음악을 만들었잖아요. 제한이 많았어요. 음악을 시작한 지도 1년밖에 안 됐고, 어떻게 만드는 건지 막막했죠. 상상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풀었어요. 나는 이 무대에선 어떻게 하고, 여기선 어떤 옷을 입고…. 지금은 그게 하나씩 실현되고 있고요. 신기해요. 물론 100퍼센트로는 안 돼요. 제가 원하는 것들이 과학이랑 연관돼 있다 보니까. 제가 흰 옷을 입고 저한테 프로젝터를 쏜다든가, 노래에 아카시아라는 단어가 나오면 아카시아 향을 날린다든가. 예산이 부족해서 쉽지 않죠.

슈퍼스타가 돼야겠는데요? 슈퍼스타까진 아니라도 제 음악이 대중적으로 노출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저 그대로 있으면서.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리면서 씨피카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지구상의 수많은 뮤지션이 그렇게 첫발을 딛는 시대고요. 그중에서도 나는 특별하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발견할 거야, 라는 믿음이 있었나요? 모든 음악가가 똑같이 하는 말이지만, 곡을 다 쓰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 나는 신이 내린 탤런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뽑혔구나.(웃음) 그런데 한 달쯤 지나 그 노래를 다시 들으면 완전 쓰레기거든요. 저는 그렇게 느끼기 전에 일단 올렸어요. 좀 정제되지 않았어도 한 만큼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변에 다듬느라 끝까지 곡을 공개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재킷은 배트멍 by 마이 분, 티셔츠는 Anna K by 톰 그레이하운드.

하지만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사운드클라우드에 계속 남겨두는 거죠? 그냥 놔둬요. 그것도 다 과정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 느낌이 안 나와요. 너무 무지하고 순수하고 무서운 마음으로 쓴 곡들이니까.

사진 촬영 중에 “LA에 있으면 천사 같은 사람이 되고, 한국에 오면 검은색이 된다”고 했죠? LA에는 모든 게 갖춰져 있었어요. 가족들이랑 지내고 음식도 건강하고 사랑하는 강아지도 있고 날씨도 좋고 학교에선 원하는 걸 배우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러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로 결심하고 한국에 왔어요. 그런데 너무 어두운 거예요. 나무에는 나뭇잎이 없고 진짜 춥고 사람들도 표정이 없고 옷 색깔도 대부분 검은색, 흰색, 회색이고. 주변을 보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게 드물었어요.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해 저의 어두운 부분을 스스로 꺼내보게 되는 것? 두려움이나 상실감 같은 거요. 그래서 이번 EP가 어두워요.

일부로라도 그렇게 해야겠네요. 여기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노래 다 만들고 들어보니까 평소에 저한테 없다고 생각했던 진짜 검정색들이 막 묻어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 누구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얼마 전에 뮤직비디오 작업하면서 스태프들한테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어요. 비요크같이 약간 혁명을 일으키는, 종합 예술을 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은데 조금만 도와달라고. 그냥 사랑 얘길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재와 미래와 과거를 다루고 내 모든 걸 담은 진지한 프로젝트니까,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잘 끝내자고. 데드라인 다가와서 마지막까지 다 같이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사진, 의상까지 모든 걸 통제하고 싶은 건가요? 네. 지금도 할 수 있는 선 안에서는 하나하나 참여해요. 뮤직비디오 스크립트도 쓰는 중이고, 같이 작업하고 싶은 스태프도 다 리스트 작성해놓고 있어요.

가사에는 똑같은 단어나 문장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요? 프로파간다와 세뇌요. 대화할 때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 번 말해서는 안 되잖아요. 노래도 똑같아요. 꼭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메시지를 반복하는 거죠.

작업 방식도, 가사도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맘이 크네요. 전부 다 제 뜻대로 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겠죠. 이번 EP도 100퍼센트 만족하는 음반은 아니에요. 제가 다 컨트롤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당연히 못하죠. 해본 적이 없잖아요. 빨리 습득하고 싶어서 계속 배우고 있어요.

2017년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독한 사람이요. 성격 자체가 이것저것 기억도 잘 못하고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놓치는 게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 그래야 제가 편할 것 같고요.

 

뉴페이스 – 연세대 허훈

뉴페이스 – ‘꿈의 제인’ 조현훈

뉴페이스 – ‘구경거리’

뉴페이스 – ‘프리홈’ 김동희

뉴페이스 – 두산 베어스 신인 최동현

뉴페이스 – ‘스틸플라워’ 정하담

뉴페이스 – ‘화랑’ 도지한

SHARE
[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