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 – ‘구경거리’

‘New Arrival’이라는 이름으로, 열두 권의 사진집이 느닷없이 나왔다. 네 명으로 이루어진 사진가 그룹 ‘구경거리’의 기획이었다. 새롭다는 말에서 무게를 덜어낸 뭔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황예지

‘구경거리’는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이잖아요. 그 뉘앙스로 팀명을 정하셨나요? 황예지 네, 별 것 아닌 일이고 싶었어요. 멋져 보이는 이름이 부질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재밌는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책에서 손으로 아무 글자나 찍어가며 찾았어요.

그렇게 가볍게 가고 싶은 이유는요? 황예지 모두 사진 전공자로서, 거창한 작업에 신물이 났어요. 신에서 누가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학습 받았죠. 사진에도 ‘웰메이드 신화’가 있잖아요. 그래서 책 표지에 일부러 이름을 안 넣었어요. 누구누구의 사진집, 무슨무슨 시리즈보다는 누구나 들고 갈 수 있는 리플렛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함슬기 <포토닷> 폐간호에 “더 가벼워져서 만나자”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저희는 구경거리가 되는 게 별거인 애들이지만, 진중하고 무거울수록 더 대단한 작업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가벼운 상태로도 사진이 산업이자 예술이자 기술이자 과학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놀이를 해보자고 한 거예요.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건 사진가인가요, 작품인가요? 황예지 ‘New Arrival’을 통해 열두 명의 사진가를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그들에게 그리 친절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어떤 사진가도 이런 모조지를 환영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사진가를 더 쉽고 편하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언리미티드 에디션’ 때 보니까 다들 쉽게 쉽게 책을 열어보더라고요. 저희의 취지에는 걸맞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부암동에서 열린 < Growing That > 전시에서는 작가명과 작품명을 걸지 않고 전시했죠. ‘New Arrival’ 역시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작가명이 나오고요. 그때 ‘기류’라는 단어를 들어 설명했는데, 마치 사진에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겠다는 태도처럼 보였어요. 황예지 누가 한 단어로 묶는 것보다는 개개인이 느끼는 게 훨씬 재밌더라고요. 누구는 우울한 면을 읽고, 누구는 요즘 스냅 이런 식으로 읽는 거요. 누군가 저희를 어떻게 묶더라도, 스스로 명명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함슬기 그렇다고 우리는 다 흩날려요, 절대 묶이지 않아요, 어필하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네 명 다 여자고, 1990년대생이고, 사진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죠. 하지만 굳이 묶기 위해 뭔가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수안

각각 추구하는 사진적 주제가 있나요? 열두 권 중에 그게 보이는 책도 있고, 아닌 책도 있지만 네 분 사진집의 제목은 다 구체적이지 않더라고요. 어떤 사진이 들어가도 괜찮은 제목이랄까. 함슬기 저는사진 찍는 양에 비해 정리가 안 되고 두서가 없었는데, 이 책을 준비하면서 좀 더 정교해졌어요. 제 관심은 한국이에요. 다 무너져 있고, 어긋나 있는 느낌이요. 이수안 ‘다방구’라는 놀이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책을 만들면서 내 걸 정리하고 남의 걸 정리하다 보니 이게 놀이에서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저는 여성을 찍는데요, 제가 왜 여성을 찍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거든요. 그게 좀 환기가 됐어요.

하혜리 씨는 사진가라기보다 편집자 같은 입장이 재밌더라고요. 하혜리 사진을 깨뜨리고 뭉개고 조각내는것도 사진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하나의 주제를 잡고 찍지 않아요. 지금까지 써왔던 글이나 메모를 조합해보면 꿈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어요. 당장 그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카테고리가 ‘단편’이라고 생각했죠. 황예지 저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주 구체적인 것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하고 있어요. 졸업전으로 했던 게 <절기>였는데, 언니랑 엄마가 등장하죠. 그땐 구체적인 게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것만 계속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주제라기보다 숙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자전적인 얘기를 하는데, 뭔가가 들이닥쳐야 시작하거든요. 이젠 제 절망감을 좀 기분 좋게 풀어내는 방법도 알아요. 처음엔 서로 들이받으면서 밑바닥까지 갔죠. 가족들 본연의 표정이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괴롭혔어요, 무슨 짐승처럼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진가’라는 자의식이 있어요? 황예지 백수라는 자의식이 강렬해요. 하혜리 사진가로 묶이는 게 좀 싫어요. 지금까지 해온 게 사진일 뿐이지, 글이든 영상이든 앞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해요. 함슬기 “사진가세요?” 라는 질문 정말 많이 받는데, 명함에 사진가라고 써 있으면 사진가고, 내가 사진가의 정의를 내려서 거기에 부합하면 오케이 나 사진가야, 이런 걸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진가의 기준은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분명히 사진가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젊은 사진가’ 아닌가요? 함슬기 ‘세대론’은 정말 노탱큐예요. 저희에 대해서 어떤 분이 구경거리라는 그룹에서 열두 권의 사진집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차후에 젊은 작가들의 지형도를 꾸려볼 수 있다고 쓰셨던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관심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에요. 예컨대 우리 세대에 사진가가 8천 명이 있다면, 표본으로 유효한 숫자의 사진가는 다 찾아보고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젊은 작가’라는 말에 동원된 느낌이에요. 황예지 다들 사진 읽기에 취해 있달까? 솔직히 90년대생 중 이렇게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요. 세대라고 말하면 ‘구라’죠.

하혜리

그럼 ‘프로 사진가’, ‘아마추어 사진가’ 이런 분류는요? 황예지 재밌는 게 ‘New Arrival’ 프로젝트에 참여한 열두 명 중에 사진한지 6개월 된 친구도 있어요. 정말 부질없는 분류 아닌가요? 아마추어는 일종의 자기 방패 같아요. 좀 못 찍어도 봐 달라는.

곧 2017년입니다만, ‘여자 사진가 집단’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황예지 ‘언리미티드 에디션’ 부스에서 정말 많이 들은 질문이에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그룹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여자 사진가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감성적이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도 있어요. 이수안 적어도 우리가 ‘여자 사진가’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황예지 학교에서 네가 여자이기 때문에 가족의 마음을 더 부드럽게 이해해서 이런 사진이 나온다는 말도 들었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저 가족들한테 되게 재수없게 군다고.

여자를 많이 찍는 이수안 씨는 어때요? 이수안 제가 찍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상대를 찍는 것뿐이에요. 10대 때부터 여자를 찍었는데 대화하고 촬영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느꼈어요. 남자를 찍을 때는 그런 감정적인 교류를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걸 자각한 뒤로는 점점 남자를 안 찍게 되더라고요. 황예지 하지만 여자가 여자를 찍을 때 행하는 폭력도 있어요. 함슬기 햇빛이 들어오는 자취방에 여자가 드러누워 있거나 누드로 있으면서 완전 우중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진들이요. 하지만 수안 씨 사진에는 지시적이고 권위적인 시선이 전혀 없죠.

무엇보다 친구처럼 보이죠. 이수안 몇몇 여자 사진가의 여자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우울한 걸 찍는다면 난 더 즐거운 걸 찍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함슬기 엄마 찍는 사진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방 안에서 걸레질하고 혼자 밥 먹고. 황예지 사진은 직설적인 매체니까, 이런 폭력적인 부분을 깊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함슬기

‘직설적’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멀리 있는 하혜리 씨는, 사진을 편집하는 기준이 있나요? 하혜리 색채와 조형을 많이 봐요. 황예지 재밌는 게 저랑 수안이랑 혜리랑 사진 찍으면 수안이랑 저는 너무 많이 찍어서 막 넘쳐나고, 혜리는 겨우 4롤 정도예요. 적게 찍고 그 안에서 사진을 끌어내요. 사진을 대하는 방식이 저희와 완전히 달라요. 하혜리 대상을 주의 깊게 보면 재밌는 부분이 많아요.

피사체와의 교감, 영감을 말하는 전통적인 사진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하혜리 그렇게 안 찍어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저 부질없고 재미가 없었어요.

함슬기 씨가 주제로 삼은 ‘한국’은 사실 찍는 사람이 정말 많잖아요. 그들과 다른 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함슬기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화려해졌다고 하는데, 제게는 그렇게 안 보여요. 사람들이 발전했다고 믿는 한국과 제가 바라보는 한국의 교차점에서 사진을 찍고 있죠.

‘크리티컬’한 작업이네요. 함슬기 안 그러고 싶은데, 이게 제 성격 같아요. 황예지 언니 사진 보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진짜 한국은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할수록 못생겨지는구나. 함슬기 기본적으로 한국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막 고발하겠어, 이런 태도는 아니에요. 이면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황예지 씨는 사진을 찍히는 경우도 많죠? 황예지 네, 어쩌다 보니. 찍히는 것도 즐거워요. 사진가가 피사체를 대하는 게 공부가 돼요. 내가 다른 사람을 찍을 때나, 내가 나를 찍을 때나. 이수안 찍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예지는 정말 많이 찍어야 돼요. 이미 정해진 예지의 틀이 있어서, 찍으면서 그걸 무너뜨리기가 꽤 힘들어요. 황예지 다른 사람들이 카메라로 저를 보는 것과 제가 보는 위치가 너무 달라요. 정말 친한 친구가 찍어줘도요. 사진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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