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L? 더블알엘? 랄프 로렌?

‘더블알엘’에 똑같은 건 없다. 이름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다른 게 RRL이다.

니트에 소가죽을 덧댄 페코스 더플백 1백70만원대, RRL.

RRL이라 쓰고, ‘더블알엘’이라고 읽는다. 이미 아메리칸 캐주얼에 능통한 남자라면 이 알파벳의 조합이 익숙하다. RRL은 랄프 로렌의 젊고 건강하고 무척 지적인 여러 남성복 라인 중에서도 단연 ‘쿨’한 아메리칸 스타일로, 실제로 랄프 로렌이 가장 많이 입는 옷이기도 하다. 미국 동부보다는 서부, 수트보다는 청바지, 타이보다는 반다나, 사무실보다는 목장과 어울린다. RRL의 모든 제품은 특유의 세련되고 분방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낡고 희귀한 재료로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다. 그래서 RRL 매장에서는 똑같은 옷과 액세서리를 찾기 힘들다. 청바지 워싱, 가죽 색깔, 니트의 구조가 같은 듯해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페코스 더플백만 해도 그렇다. 흡사 인디언 족장의 사냥옷 같기도 한 저 니트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누군가가 손으로 직접 짰다. 니트 몸통을 뺀 나머지를 두르고 있는 소가죽도 염색을 안 한 천연색이어서 사람 피부색처럼 모든 제품의 색깔이 다 다르다. 그러니 페코스 더플백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졌어도 똑같은 건 하나도 없을 수밖에. RRL은 가끔 진짜로 희귀한 재료로 만드는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특별한 걸 모으는 남자들은 늘 RRL을 예의 주시한다. 기가 막히게 옷을 잘 입는 화가이자 시곗줄 장인인 줄리안 란다 Julien Landa 할아버지는 옷장 대부분을 RRL로 채웠다. 그런데 그게 꼭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내 입어왔던 옷처럼 그의 몸에 피부처럼 덮여 있다. 새 옷이지만 어제 샀다는 걸 아무도 눈치 못 채는 것. RRL만 속해 있는 마법의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