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예술가, 제임스 프랭코

배우, 작가, 감독, 대학교수, 화가…. 제임스 프랭코는 지치지 않는다. 불순한 비평가 같은 태도로.

재킷과 셔츠와 타이 모두 디올 옴므.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이 그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의 주인공으로 제임스 프랭코를 캐스팅했다면, 제목을 <특성 많은 남자>로 바꿔야 했을지도 모른다. 제임스 프랭코는 배우라는 직업을 넘어 수많은 분야를 넘나든다. 그가 태어난 1978년은 오직 정치적 신념만을 위해 살아온 세대와 이른바 ‘레이건식 쾌락주의자’들이 공존하는 변화의 시대였다. 그렇게 제임스 프랭코는 정치적 변화의 욕구가 있지만 과하게 이념적이진 않고, 쾌락주의자지만 구체적인 사상은 없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는 HBO의 새로운 시리즈를 위해 뉴욕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를 만났을 때는 충격적인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였다.

지금 촬영 중인 TV 시리즈 <더 듀스>는 무슨 내용인가요? 70년대 뉴욕이 배경이에요. 42번가의 포르노 산업과 성매매를 다루고 있죠. 저는 극 중에서 포르노를 만드는 쌍둥이 형제를 연기해요.

쌍둥이를 연기하면 출연료를 두 배 받나요? 그렇진 않아요.(웃음) 하지만 총 제작자 역할도 맡고 있으니, 그건 별개죠.

포르노 산업에 관심이 많나요? 제작과 출연을 겸한 <킹 코브라>도 게이 포르노에 대해 다루고 있죠. 포르노 산업은 절 매료시켜요. 사람들 대부분이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건 꺼려도, 습관적으로 포르노를 보잖아요. 어떤 본능을 건드린다 말할 수 있죠.

이번 미국 대선 결과가 포르노에 가깝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문화에 포르노 같은 요소가 있죠. SNS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도 포르노 같고요. 하지만 정치적 상황은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왜 도널드 트럼프가 이겼을까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죠. 기존에 알던 모든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어요. 예전 같았다면, 그가 선거 기간 내내 보여준 말과 행동이 트럼프를 침몰시켰겠지만, 이번엔 그를 승리로 이끌었죠. 그런데 정치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싶네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영화 관련 프로젝트가 21개나 된다면서요? 한꺼번에 전부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많은 분이 도와주고 있고요.

어떤 식으로든 21개 전부 만족스럽나요? 만족은 이 일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단어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주어진 것들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에요. 일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을 싫어해요.

요즘은 강의도 나가죠? 맞아요. 그래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고 있죠. UCLA와 칼아츠에서 각본과 감독에 관한 강의를 해요.

비주얼 아티스트이기도 하고요. 뉴욕에 스튜디오가 하나 있어요.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제임스 프랭코와 예술가 제임스 프랭코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신적으로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요? 영화를 찍을 땐 수많은 사람과 얽혀 있고,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땐 혼자예요. 섬처럼 고립돼 있는 거죠. 되레 그런 시간이 생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돼요.

어머니는 아동 도서 작가죠? 네. 한 달에 한 번 고향인 팔로 알토에 가서 어머니랑 애들을 가르쳐요. 학생들에게 영화를 만들어보도록 권유하죠. 거기 다녀오면 좋은 에너지가 생겨요.

배우로 연기하는 것과 누구를 가르치는 것을 비교한다면요? 연기할 때는 제 자신에게만 집중하지만, 학생들과 있을 때는 끊임없이 대화해야 해요. 그렇게 영감의 샘을 자극하는 거죠. 저는 학생들이 자기 프로젝트와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놀랍도록 순수하죠.

제임스 프랭코는 영화계에 투신하면서 그런 순수함을 잃었나요? 확실히 경력이 쌓이면서 차츰 변하는 것 같아요. 금전적으로 계산하게 되고 계획을 짜죠. 경험은 늘어나지만, 아이디어는 줄어들어요.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죠.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빼앗아본 적도 있나요? 의도적으로 그런 적은 없어요. 물론 서로 얘기를 나누면서 무의식 중에 영향을 받은 적은 있겠죠. 그게 제 일에까지 이어졌을 수도 있고.

코트와 셔츠와 바지와 타이 모두 디올 옴므, 구두는 구찌.

수염을 기르니 버트 레이놀즈 같아요. 엄청난 팬은 아니지만, 그가 활동했던 70년대야말로 제가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시기예요.

그 시기의 어떤 점이 좋아요? 거의 모든 게 다 좋아요.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알 파치노가 출연했던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 진 핵크만이 나온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 등등. 하나씩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HBO를 비롯한 방송사의 새로운 TV 시리즈들이 꾸준히 성공하는 이유는 뭘까요? HBO는 성인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어요. 영화와 흡사한 기술을 사용하는 동시에, 별다른 검열 과정 없는 거침없는 스토리를 보여주죠. 그리고 TV 시리즈 속 인물은 영화의 캐릭터보다 더 많은 얘길 할 수 있고, 독립적이에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영화처럼 다른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다같이 주인공의 연기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각자의 거실에서 방송을 즐길 수 있으니 가깝고 친밀한 기분이 들겠죠.

새 시리즈 <더 듀스> 속 쌍둥이 캐릭터는 성격이 비슷한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 명은 책임감 있고 철두철미해요. 흔히 마피아가 조직을 대변하기 위해 내세우는 남자의 유형에 가깝죠. 다른 한 명은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쪽이에요.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의 등장인물들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영화 속 하비 케이틀과 로버트 드 니로를 한꺼번에 연기한다고 보면 돼요.

동시에 다른 작품은 뭘 하고 있나요? <더 마스터피스>라는 영화예요. 제 남동생도 출연해요. 영화 제작 과정을 다룬 블랙 코미디죠.

재킷과 셔츠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바지와 구두는 구찌.

소더비에서 열린 르네상스의 거장 델라 로비아의 전시에서 비디오로 그의 작품을 재해석했죠.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학교 다닐 때부터 르네상스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델라 로비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요. 소더비 측으로부터 제안이 들어왔어요.

사실 그 비디오도 어느 정도는 포르노 같았어요. 아, 그럴 수 있어요. 인물 위로 떨어지는 액체가 정액처럼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에요.

가장 바보 같다고 생각한 평판은 뭔가요? 언젠가부터 저에 대해 쓴 글을 읽지 않아요. 공식적인 발언이 아니라 누군가와 개인적으로 나눈 얘기도 밖으로 새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죠.

제임스 프랭코는 재미있는 사람인가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남을 웃기는 재능이 있죠.

진지한 사람이기도 하죠? 확실히 그런 편이기도 한데, 남들이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이 되긴 싫어요.

이탈리아 영화를 좋아하나요?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이탈리아 영화 전체를 따지자면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도 빼놓을 수 없고요. <살로 소돔의 120일> 같은 영화는 대단하죠. 비토리아 데 시카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봐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나요? 그럼요. 구찌와 작업한 적도 있고, 지금은 코치와 일을 해요.

지난해 방영된 TV 시리즈 <11.22.63>로 큰 성공을 거뒀어요. 주인공이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내용을 다뤘죠. 원작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가 스티븐 킹의 소설 중에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었어요. 몇 편의 에피소드를 감독한다는 조건으로 출연을 승낙했어요.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만약 <11.22.63>의 주인공처럼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며칠 전 힐러리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건가요? 아주 오래 전으로 돌아가서 그녀를 찾아간 뒤 이렇게 말할 거예요.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절대로 개인 메일 계정은 쓰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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