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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보이는 시계 Part 1

2017.01.29김창규

투명 인간을 닮은 투명 케이스 시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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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치의 투명 케이스 시계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가격이 저렴하다.

 

아마도 투명한 케이스를 가진 시계의 원조는 스와치일 거다. 다만 스와치의 투명 시계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제작 난이도가 낮았다. 예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지녔다. 하지만 무르고 변질되는 플라스틱의 물성 덕분에 고급스러움은 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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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시계인 리차드 밀 RM 056 펠리페 마사 사파이어.

 

 

변질의 우려가 거의 없고, 딱딱한 고급 소재로 만든 최초의 투명 시계는 리차드 밀이 2012년에 발표한 RM 056 펠리페 마사 사파이어 모델이다. 이 시계는 보통 시계의 앞뒤 유리로 사용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소재를 케이스 전체에 사용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많은 시계에 사용해 온 소재이기 때문에 ‘이게 뭐 그리 대단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RM 056과 같은 시계를 만드는 것은 그 어떤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만드는 것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앞 유리처럼 평평하고 단순한 형태로 가공하긴 쉽지만, 곡면으로 깎거나 구멍을 뚫어 나사를 박을 수 있게끔 가공하기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덕분에 케이스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만 1000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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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트렌드를 가져 온 리차드 밀의 RM 056-02.

 

 

리차드 밀은 2014년 RM 056-02라는 전설적인 시계를 선보였다. 이 시계가 전설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까지 투명한 케이스를 지닌 그 어떤 시계보다 완성도가 높으며,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워치 트렌드(아직까지 이러한 시계를 선보이는 브랜드는 소수에 불과하지만)를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투명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브먼트 베이스 플레이트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들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출시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중 곡면의 범위가 가장 넓고, 복잡하다. 게다가 완성에 400시간이 걸리는 인하우스 칼리버는 케이블에 지지대를 거는 방식으로 고정했다.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만큼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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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세라미스트 소재로 진공 케이스를 만든 까르띠에 ID 2 콘셉트 워치.

 

 

2012년은 리차드 밀의 RM 056 펠리페 마사 사파이어가 탄생한 해이지만, 까르띠에의 ID 2 콘셉트 워치가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이 시계는 리차드 밀의 시계처럼 투명하긴 하지만 미학적인 측면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아닌, 무브먼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ID 2 콘셉트 워치의 케이스 소재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아니라 세라미스트라는 이름을 지닌 세라믹 계열 물질이다. 이것을 나사로 연결하지 않고 일체형으로 제작해 케이스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때문에 밸런스 휠이 회전할 때 공기의 저항을 받지 않는다. 이것으로 에너지 효율을 37%나 증가시켰다. ID 2 콘셉트 워치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비매품 콘셉트 모델이다. 덕분에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워치 메이킹의 미래를 제시한 기념비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에디터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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