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워치 Part 1.

비행사를 위한 파일럿 워치. 그 개념과 대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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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브랜드 중 유일하게 자사의 제트 팀을 운영하는 브라이틀링.

파일럿 워치는 문자 그대로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시계를 말한다. 기술적 장비인 ‘툴 워치’에 속하며, 성능 면에서는 뛰어난 정확성, 시인성, 항자성, 내구성을 필요로 한다. 비행기는 우주선을 제외하고 인류가 발명한 것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멀리 이동하는 기계다. 음속은 평균 1초에 340m를 이동한다. 초음속 전투기를 모는 파일럿은 시계 한 번 보는 사이에 축구장 3개를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셈이다. 때문에 파일럿 워치는 1초의 오차가 큰 차이를 유발하며, 시인성이 높지 않았을 때 인명사고까지 낼 수 있다. 또 덜컹이는 전투기 기체 내에서 웬만한 충격을 받아도 고장 나지 않아야 하며, 맹렬히 회전하는 항공 엔진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부터 시계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파일럿 워치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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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을 위해 개발한 시계이자,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인 까르띠에 산토스.

처음 파일럿을 위해 제작된 시계는 까르띠에의 산토스다. 1904년 브라질 출신의 비행사 산토스 뒤몽을 위해 개발한 산토스는 현대적 개념에서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다. 산토스 개발 이전에는 회중시계가 일반적이었고, 군용으로 개발된 최초의 손목시계라는 것도 회중시계에 조악한 러그를 용접해 스트랩을 연결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완벽한 형태의 러그를 가진 손목시계는 산토스가 최초다. 산토스를 현재의 기준에서 파일럿 워치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손목에 밀착해 착용할 수 있기 때문에 회중 시계에 비해서 매우 편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고, 편리함은 곧 빨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동반했다. 이것이 산토스가 회중시계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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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정확도, 뛰어난 시인성, 항자기성, 내구성을 두루 갖춘 B-우렌의 대표적 명기 IWC 52 T.S.C. 현재 IWC가 선보이는 빅 파일럿 헤리티지 워치의 시초다.

본격적으로 파일럿 워치의 시기가 꽃피운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다. 제1차 세계대전과 달리 항공 기술의 발전으로 공군의 역량이 승패를 갈랐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공군에 시계를 납품한 랑에 운트 죄네, IWC, 벰페, 스토바, 라코의 파일럿 워치는 B-우렌(B-Uhren)으로 불리며 밀리터리 스펙을 충족시켰다. 이것은 스위스 크로노미터 기관인 COSC가 현재 ‘정확도가 우수한 시계의 기준’으로 삼는 오차 범위를 상회하는 것이었다. 중립국인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IWC는 론진, 제니스, 오메가, 해밀턴 등과 함께 연합군에 파일럿 워치를 납품하기도 했다.

1952년에 선보인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민항 파일럿 워치의 상징이다.
1952년에 선보인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민항 파일럿 워치의 상징이다.

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부터 민간 항공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브랜드는 브라이틀링이다. 브라이틀링이 1952년에 첫 선을 보인 내비타이머는 A.O.P.A(항공기 소유자와 파일럿 협회: Aircraft Owners and Pilot Association)의 공식 시계로 선정됐을 만큼 민항 파일럿 워치를 상징한다. 여기에는 전투기 파일럿 워치와 상반된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시인성을 포기하고 복잡한 연산 기능을 더했다는 것이다. 다이얼이 복잡할수록 시인성이 떨어지기에 전투기 파일럿용 워치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능을 제외해 극도로 단순한 다이얼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는 곱셈, 나눗셈, 평균값 계산, 연료 소모량 계산, 평균 고도 계산, 단위 변환 등을 할 수 있는 슬라이드 룰을 적용해 매우 복잡한 디자인이지만, 항공 여행에 편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