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워치 Part 2

비행사를 위한 파일럿 워치. 그 개념과 대표 모델.

 

Baukuster_B_800_Fliegerstory
B-우렌 메이커인 스토바의 현행 시계. 다이얼에 로고가 없는 B-우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무브먼트를 아름답게 장식해 드러낸 대신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적용해 항자기 기능은 없다.

 

앞서 1편에서 독일 B-우렌(B-Uhren)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전 투입됐던 랑에 운트 죄네, IWC, 벰페, 스토바, 라코의 밀리터리 스펙 파일럿 워치 말이다. 2편에서는 이것과 그 후예들에 관해 살펴본다.

 

 

1940년대 랑에 운트 죄네의 B-우렌 모습.
1940년대 랑에 운트 죄네의 B-우렌 모습.

 

결론부터 말하자면 랑에 운트 죄네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브랜드는 모두 B-우렌의 역사를 착실히 이어나가고 있다. IWC는 파일럿 워치 컬렉션을 매우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골드 케이스나 인하우스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탑재한 최고급형 버전까지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벰페는 독일의 가장 유명한 워치 딜러 업체인데, 상당히 오래 역사를 지닌 시계 브랜드이기도 하다. 스토바는 현재까지도 다이얼에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져 있지 않은 B-우렌을 출시하고 있으며, 라코는 타 메이커에 비해 고급스럽지 않은(전쟁을 하던 당시에는 당연히 장식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므로) B-우렌을 꾸준히 선보인다. 다만 랑에 운트 죄네는 더 이상 B-우렌을 생산하지 않는다. 이것은 랑에 운트 죄네가 전쟁으로 매뉴팩처가 전소되는 사건을 겪어 1990년대 브랜드를 재건하기 전까지 40여 년의 공백기를 보낸 것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군용 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연합군의 폭격 대상이 되었고, 폭격으로 매뉴팩처가 송두리째 불타 없어진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브랜드의 유산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좌) 1939년에 제작된 한하르트의 군용 파일럿 워치. 붉게 칠한 크로노그래프 리셋 버튼이 특징이다. (우) B-우렌에서 영향받은 디자인을 보여주는 포티스 에비에티스 콕피트 원.
(좌) 1939년에 제작된 한하르트의 군용 파일럿 워치. 붉게 칠한 크로노그래프 리셋 버튼이 특징이다.
(우) B-우렌에서 영향받은 디자인을 보여주는 포티스 에비에티스 콕피트 원.

 

B-우렌은 아니지만, 독일 군에 꾸준히 시계를 공급해 온 브랜드로 한하르트가 있다. 한하르트는 1882년 스위스에서 창립하고, 1902년 독일로 거처를 옮겨 현재까지 회사를 지속시키고 있다. 한하르트의 항공용 크로노그래프 워치 리셋 푸시 버튼은 1939년부터 붉은색으로 칠해져 나오는데, 이는 리셋 버튼을 잘못 누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포티스는 1912년 창립한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다. 파일럿 워치 컬렉션으로는 에비에티스가 대표적인데, 다이얼 12시 방향에 역삼각형 인덱스가 있는 것만 봐도 B-우렌의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콕피트 원은 전투기 계기판에서 떼어낸 듯한 다이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포티스는 파일럿 워치뿐 아니라 코스모노티스 컬렉션이라는 우주비행사용 시계도 공식 납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