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길거리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위해 기다려줘야 할까?

2017.01.31GQ

모든 사람들이 미친 듯이 사진을 찍는 시대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며 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린 어느 정도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까? 그들이 셀카봉을 들고 있을 때 멈춰서 기다려줘야 할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며 그들 사진 속에 등장해야 할까?

뒤에 아무도 없는 행복한 커플의 사진에는, 고맙단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지나가다가 서성거린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공원 분수 앞에서 친구들과 찍은 단체 사진을 위해서는 열댓 명의 사람이 발을 구르며 가야 할 길을 잠시 늦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사진 속에 우리가 찍히길 원하지 않는 만큼 우리도 그렇다. 그들과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같은 공간을 매일매일 공유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찍힌 나의 사진은 세상에 몇개나 될까? 계산해보려고 해봤자 ‘보잉 747에는 탁구공이 몇 개가 들어갈까?’ 같은 질문에 답하는 꼴이 되고 만다. 내가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거나, 단추를 매만지고 있거나,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어떤 할머니 집의 액자 안에 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냉장고에 붙여 놓은 친구들의 단체 사진 속에도 낯선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도 내가 거기에 없길 바랬을 거다.

사실, 여행객들이 지나가는 길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진을 위해 타인이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8명이 20초씩만 기다려도 약 3분의 시간이다. 왜 사진에 우리만 있어야 하는 걸까? 기념물 앞에서 왜 꼭 포즈를 취해야만 할까? 왜 사진을 찍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하며 왜 어깨동무를 해야 하며 왜 작은 사람들은 항상 앞에 서야 하는 걸까?

배경 속 낯선 사람들을 희미하게 해주는 사진 필터 앱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없으니 (괜찮은 창업 아이디어 아닌가?) 우리는 억지로 미소를 짓는 이들의 주변을 둘러싼 미지의 장력에 갇혀 옴싹달싹 못 할 수 밖에 없다. 술을 마시러 들어간 바(Bar)에서도 누군가의 어깨 위에 우리의 얼굴이 덩그러니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요즘 세대의 트렌드인 사진에서 빠져나가려고 줄기차게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붐비는 길거리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기다려주는 인내심에 미학 같은 건 없다. 피하는 건 좋지만, 넘어질 정도로 지나치게 허리를 꺾어서까지 피해줄 필요는 없다. 지나가야 한다면, 그냥 지나가라. 그들이 당신이 지나가자마자 곧바로 삭제할지도 모르는 사진을 위해 가드레일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에디터
    글 / 매기 레인지(MAGGIE LANGE)
    일러스트레이터
    리사 코실로(LIZA CORS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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