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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휠은 어떻게 다른가?

2017.02.02GQ

손 대면 데일 것 같은 슈퍼카 6대의 차디찬 휠.

FERRARI 페라리 캘리포니아 T, 포지드 다이아몬드 림, 20인치 지붕 열고 달리는 게 무슨 대수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창문도 제대로 못 여는데 ‘뚜껑’이 웬말이냐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있을 때 안하는 것과, 그저 못하는 것은 다르다. 캘리포니아 T의 가장 큰 매력은 하드톱이다. 덕분에 평상시에는 쿠페처럼 타다가, 단 14초 만에 지붕을 열 수 있다. 더불어 GT카를 지향해 마냥 빠르게만 달리지 않고 컴포트 모드에서 안락하게 달릴 수 있으며, 뒷좌석은 (페라리의) 스포츠카 치고 넉넉한 공간을 확보해 준다. 휠은 19인치와 20인치 두 가지가 있다. 둘 모두 별을 떠올리게 하지만, 1인치 차이로 제법 차이도 있다. 19인치가 면으로 붙인 별이라면 20인치는 선으로 그은 별이다. 아름다움이 용서와 인정의 기준인 사람이라면 19인치 휠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섬세한 차이로 아예 인상이 달라지는 캘리포니아 T를 보건대 휠은 부속품이 아니라 얼굴이다.

 

LAMBORGHINI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610-4, 미마스 포지드 하이 글로스 블랙 휠 20인치. 람보르기니 우라칸 운전석에 앉으면 ‘전진’보다는 ‘이륙’을 떠올리게 된다. 각종 버튼 디자인이 꼭 비행기 조종석과 닮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비행기는 여객기가 아니라 전투기다. 차체의 옆모습은 더욱 전투기를 닮았는데, 날렵한한 선이 스텔스 B-2 스프리트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옵션으로 장착된 휠, 미마스 포지드 하이 글로스 블랙은 마치 날개 같다. 빛을 근사하게도 반사시키지만, 깜깜한 곳에선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사라질 것 같다. ‘미들 네임’이 ‘포지드 forged’라는 건 휠을 주조가 아닌 단조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녹인 쇠붙이를 거푸집에 부어 만드는 주조 휠은 쉽게 금이 가거나 깨져버릴 수 있지만, 해머로 두드리거나 눌러서 만드는 단조 휠은 충격을 가해도 구부러지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다. ‘퍼스트 네임’은 ‘미마스 Mimas’로 토성의 위성 이름이다. 과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전투기를 넘어 우주선과 어울리는 것 같다.

 

MERCEDES-BENZ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E 63 S 4MATIC 쿠페, AMG 크로스- 스포크 라이트 알로이 휠 22인치. AMG를 운전하다 보면 소리에 먼저 흥분하게 된다. 새롭게 출시한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E 63 S 4MATIC 쿠페도 조금 달리면 곧장 묵직한 배기음을 만끽할 수 있는데, 다른 AMG보다 더욱 진하다. 스포츠카와 달리 무게중심이 높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는 기분을 준다. 혹시 휠 때문일까? 휠은 디자인에 따라 스포크, 핀, 매시, 디시, 에어로 휠로 나뉘는데, 이 차에는 ‘크로스-스포크’라는 휠을 사용했다. 스포크 휠은 5~6개의 굵은 바퀴살이 붙어있는 모양으로 내구성도 좋고 무게도 가벼워 경량화를 목적으로 할 때 많이 사용한다. 보통 살이 12개까지일 때 스포크 휠이라고 하는데, 크로스-스포크 라이트 알로이 휠의 경우 휠 허브(중앙)에서는 7개로 시작하지만 끝에선 14개의 살로 변하는 변칙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기존 스포크 휠의 장점인 경량화와 통풍성을 지닌 채 좀 더 견고한 주행을 도와준다.

 

PORSCHE 포르쉐 카이엔 디젤 플래티넘 에디션, 911 터보 디자인 휠 위드 휠 아치 익스텐션스 21인치 새삼스럽지만 카이엔은 포르쉐의 많은 것을 바꿨다. 덕분에 카이엔에 대한 기대는 가혹하리만치 크다. 밖으로는 전통적인 SUV의 강자들과 오프로드에서 비교하고, 안으로는 달리기 성능만으로 911 카레라와 겨루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카이엔에 대한 기대는 오프로드에서는 아스팔트를 달리듯이 빠르게 질주하고 아스팔트에서는 오프로드를 돌파하는 박진감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카이엔 디젤 플래티넘 에디션은 그동안의 카이엔과 마찬가지로 이런 기대를 잘 충족시킨다. 만약 충족이 아니라 그 이상을 바란다면 911 터보 디자인 휠로 옵션을 바꾸는 건 어떨는지. 911 터보에서 이름을 빌려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포르쉐의 모든 것을 이어 받은 것 같다. 다른 어떤 휠보다도 림(휠에 타이어가 결합되는 원통형 테두리 부분)에 꽂히듯이 박혀 있는데 마치 작살을 연상시킨다. 이 휠을 장착하고 달리면 도로에 차가 박혔다가 튕겨나가는 느낌이다.

 

BENTLEY 벤틀리 컨티넨탈 쿠페 GT 스피드. 알로이 휠 21인치. 벤틀리 컨티넨탈 쿠페 GT는 꼭 우아하다는 말로만 수식하고 싶은 차다. 컨티넨탈 GT에는 V8과 W12, 스피드라는 이름의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 그중 가장 빠른 차는 (당연히) 스피드다. 그래서 제일 우아할까? 휠도 ‘스피드’한 성능을 위해 기존의 컨티넨탈 쿠페 GT의 다른 시리즈 휠과는 다르게 텐 트윈 스포크 알로 휠을 장착했다. 열 개의 쌍둥이 살이 높낮이 다르게 뻗어 있는 모습이 특징적이다.(물론 V8, W12와도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우아한 휠답게 따로 복잡한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알로이’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알로이는 합금이라는 뜻이다. 보통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하고, 여러 재료를 첨가해 합금을 만들기 때문에 알로이 휠을 보통 알루미늄 휠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 고성능 스포츠카에는 마그네슘이나 티타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알로이 휠은 일반 도로를 빠르게 달리 수 있으면서 관리도 손쉽다.

 

MASERATI 마세라티 기블리 디젤 럭셔리, GTS 앤트러사이트 알로이 휠 20인치. 기블리가 출시되기 전 마세라티는 ‘슈퍼카’와 고급 세단 사이 모호한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독특한 외관과 배기음으로 인식되는 마니아 브랜드였달까? 하지만 기블리가 출시된 이후 그간 독일 차나 일본 차와 달리 많이 낯설었던 이탈리아 차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블리를 통해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이탈리아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탈리아 차도 독일 차만큼 단단하고, 일본 차만큼 실용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특히 옵션 사항인 GTS 앤트러사이트Antracite 알로이 휠을 장착하면 더욱 스포츠 세단에 정석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앤트러사이트가 무연탄이란 뜻인 것처럼 부드럽게 빛을 머금은 얇은 스포크가 견고하게 뻗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탈리아 차도 이렇게 정중할 수 있을까?” 싶다. 말하자면 딱 맞는 이탈리아 핏 수트에 날렵한 라스트의 플레인 토 구두를 신은 신사가 떠오른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양승철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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