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주방의 왕, 스테인리스

2017.02.02손기은

주방을 지키는 가장 힘센 원소, 스테인리스 스틸. 차갑고 까다롭지만 변함이 없고 강하다. 게다가 스테인리스 제품이 주방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풍경은 꽤 아름답다.

통7중 스테인리스 팬 스테인리스는 잘 부식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며 도깨비보다도 더 수명이 길다. 열전도율이 낮고 무겁다는 건 단점인데, 스테인리스 사이에 다른 금속을 넣는 클래드(통3~7중) 접합 제품으로 이를 보완한다. 음식이 닿는 면은 ‘STS304’로, 단면의 가운데는 열전도가 잘 되는 알루미늄으로, 바닥 면은 자성이 있어 인덕션 사용이 가능한 ‘STS430’를 배치하는 식이다. 이건 ‘코팅’이 아니라서 벗겨지지도 않는다. 행여 그 걱정을 한다면 스테인리스를 너무 유약하게 보고 하는 소리. 주방 한쪽에 빛나는 스테인리스를 모셔놓고 뿌듯해하려면 자전거를 배우듯 사용법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네이버 카페 ‘스텐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입해 파악한 결과, 스텐팬을 오븐처럼 여기고 꺼질 듯 약한 불에 10여분 간 예열하는 습관을 들이면 음식이 눌어붙는 걸 피할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센 열만 가하지 않으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VG10 스테인리스 칼 전문가용 칼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두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고탄소강 (하이카본스틸)이다. 탄소강은 셰프가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녹이 슬 정도로 다루기 힘든 재질이지만 예리하게 잘리는 느낌이 좋아 일식 셰프들이 즐겨 쓴다. 그 ‘손맛’에 중독된 게 아니라면, 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칼이 사용하기엔 훨씬 편하다. 같은 스테인리스라도 가공법이나 탄소, 크롬, 몰리브덴 등의 구성 비율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데, 사진 속 칼의 소재인 VG10은 일본에서 생산하는 고경도 스테인리스의 한 종류다. ‘420J2’라 불리는 대중적인 스테인리스보다 훨씬 경도가 좋고 절삭력도 뛰어나다. 스테인리스 칼의 경도가 높으면 칼날의 지속력이 좋지만, 절삭력까지 비례하는 건 아니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끌어 올리는 것이 장인의 기술이다. 경도는 HRC로 표기하는데 고심 끝에 사야하는 비싼 일본제 칼이 HRC 60 정도다.

 

강판은 마이크로플레인 프로파인 by 칼이쓰마

포토 에칭 스테인리스 강판 치즈를 갈거나 오렌지 제스트를 만들 때 쓰는 강판은 칼보다 훨씬 복잡한 형상으로 날을 가공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강판은 포토 에칭으로 스테인리스를 미세하게 절단한다. 작지만 힘 있는 날로 음식을 잘게 갈면, 엄한 곳에 맛과 향을 뺏기지 않고 온전히 요리에 다 녹여낼 수 있다.

 

컵은 써모스.

진공 단열 스테인리스 컵 스테인리스 외벽과 내벽 사이를 천만 분의 일 기압의 진공 상태로 만들면 보온병이 된다. 이 진공이 전도나 대류에 의해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1978년 써모스에서 스테인리스 보온병을 개발하기 전까진 보온병은 무겁고 충격에 약한 유리 재질로 만들었다.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개발된 이후, 유리 보온병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테이블 위를 지키는 중이다.


주전자는 ELM, 숟가락과 포크는 사토 금속흥업, 쟁반은 라 바제, 모두 마페씽.

18-8 일본산 스테인리스 주방도구 스테인리스 스틸은 최소 10.5퍼센트 혹은 11퍼센트의 크롬을 넣어 녹(Stain)이 잘 나지 않도록(less) 만든 함급이다. 스테인리스도 구체적인 구성 비율에 따라 강종이 다양한데, 보통 크롬 18퍼센트에 니켈 8퍼센트를 섞은 18-8과 니켈의 함유량을 10퍼센트로 올린 18-10을 주로 쓴다. 이 두 가지는 SUS304 혹은 STS304라고 부르기도 한다.(SUS는 한국 규격, STS는 일본 규격으로, 결국 같은 것을 지칭한다.) SUS304보다 니켈 함유량이 낮아지면 부식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방용품과 식기에는 잘 쓰지 않는다. 일본 니가타 현의 츠바메 시는 스테인리스 제조 기술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지역이다. 내로라 하는 브랜드들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마페씽의 이정희 대표는 “물때가 생기지 않고 마감 처리가 견고하다”는 점을 일본 스테인리스의 매력으로 꼽았다. 과연, 하나 사면 열 개를 더 사고 싶은 품질이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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