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관종은 아무나 하나

2017.02.17GQ

비웃지 마라. ‘관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BERLIN, GERMANY - FEBRUARY 09:  Shia LaBeouf attends the 'Nymphomaniac Volume I (long version)' premiere during 64th Berlinale International Film Festival at Berlinale Palast on February 9, 2014 in Berlin, Germany.  (Photo by Clemens Bilan/Getty Images)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관종(관심종자=관심에 목매는 사람)의 전성기’라고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1인 1미디어 시대가 열린 덕이다. 관심 끌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왕국을 차렸다. 품위 없는 노출증 환자 따위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라. 일례로 킴 카다시안은 관종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업마다 대박 행진을 터트리는 중이다. 관종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논란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충격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성공하는 희한한 게임이 시작된 건 사실이다. 관종이 혹시 시대 정신인가?

 


1. 킴 카다시안, “나는 헐벗은 나를 사랑한다.”
벗을 수 있는 만큼 벗어라. 구설수에 오를 것이니. 킴 카다시안은 틈만 나면 벗는다. 예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타고난 몸매를 의학의 힘으로 변경하고 자신이 세운 미의 기준대로 몸을 새로 디자인했다. 이보다 더 자신의 몸을 제멋대로 다루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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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일리 제너, “나는 주목 받는 나를 사랑한다.”
남들보다 주목을 못 받으면 지는 거다. 카일리 제너에게는 스타일리스트의 인정보다 백만 개의 ‘좋아요’가 더 낫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강박적으로 머리 색을 바꾸는 그녀의 노력이 대단하다. 덕분에 그녀가 바른 립스틱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색인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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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리시 타이겐, “나는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한다.”
꼭 사람들 보는 앞에서 애정을 과시한다. 굳이. 존 레전드의 부인인 크리시 타이겐은 알고 싶지 않은 부부관계까지 노출한다. 프라이버시는 보호하는 것에서 노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상을 자극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바꾼 대가로 크리시는 갑자기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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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이든 스미스, “나는 아무 말이나 하는 나를 사랑한다.”
무의미한 말이라도 하자. 아무 말은 힘이 세다. 제이든 스미스는 “난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어. 진심으로.”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윌 스미스와 사진을 찍을 때도 늘 이마에 주름을 잡아 집에 우환이 있다는 소문을 대량생산해내기도 했다. 케이팝에 관심이 있든 없든, 관심을 끌었으니 일단 성공이다.

 


5. 카니예 웨스트, “나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나를 사랑한다.”
테일러 스위프트와의 자존심 싸움, 프로듀서 밥 에즈린과의 말다툼 등 없는 논란도 만들어 내는 카니예 웨스트.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힌 것과 마크 주커버그에게 640억 빚 탕감을 요청한 일이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 새로운 형태의 ‘관종’이다.

 


6. 샤이아 라보프, “나는 남들이 싫어하는 걸 하는 나를 사랑한다.”
영화제 레드카펫에 ‘나는 더 이상 유명하지 않다’라고 쓰인 봉지 쓰고 들어가기, 표절해 놓고 퍼포먼스라 주장하기, 술집에서 난동 부리기 등 관종 배우 샤이아 라보프는 남들이 싫어하는 것만 골라 한다. 이번엔 트럼프가 싫어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발언’을 담는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해 난데없이 정치 논객이 됐다.

    에디터
    글/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포토그래퍼
    Gettyimgaes, Splash News
    그래픽
    김소연, 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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