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소년은 지긋지긋해요” 니엘

2017.02.23유지성

“향수 뿌리지 마”라던 소년이 “날 울리지 마”라는 어른이 되어도, 니엘은 바로 그 니엘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스웨트셔츠는 YMC, 선글라스는 프랑크 by 헨즈.

5년 하고도 몇 개월 만이네요. 2011년 10월호 때 만났죠? 네. 미성년자 때.

열일곱 살 때. 기억나요? 근데 그때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서. 약간 힘든 기억밖에….

어떤 게 힘들었어요? 일단 이 바닥에 처음 들어왔고, 잠 못 자는 거? 연습량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다시 할 수 있어요? 그때처럼은 못 하겠지만, 다시 한 번 해보고 싶긴 해요.

지금 데뷔해도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죠. 올해 스물 넷. 요즘 솔로로 활동하면서 방송국 가면 제가 제일 선배예요. 기분이 되게 묘하죠. 후배님들이 인사하러 오시는데,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 꽤 되거든요. 내가 언제 벌써 이렇게 됐지? 싶죠.

요즘도 음악방송 대기실로 찾아와서 인사하는 문화가 있어요? 저희가 한참 신인일 때보다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저는 어차피 후배든 선배든 상관 안 하고 막 인사하러 다녀서….

멤버들 없이 혼자 촬영장에 오는 기분은 어때요? 일찍 끝나는 건 좋은데 심심해요. 같이 막 웃으면서 장난치다 정신없이 끝나는 게 더 좋아요.

이제 같이 살지도 않죠? 거의 6년째 같이 지내다 따로 살고 있어요. 저는 음악하는 친구랑, 나머지 멤버들은 다 혼자.

학생 때부터 숙소 생활만 하다 처음 자기 집이 생긴 건데, 어때요? 너무 좋죠.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게. 사실 숙소 생활하면서 처음엔 되게 재밌었어요. 근데 나중엔 서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바로 옆방에 있어도 전화로 “뭐 먹을래?” 이러고. 오히려 따로 사니까 밖에서 만나면 엄청 반가워요. 더 자주 보고.

첫 촬영 당시에 제가 이랬어요. “니엘 씨는 목소리가 귀해요.” 책에 실리진 않았지만. (웃음) 목소리가 많이 특이하니까요. 호불호가 갈리죠. 전 제 목소리가 너무 좋지만.

“커서도 이렇게 미성이면 좀 이상할 것 같아요.캡 형 목소리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죠. 새 EP < Love Affair >에선 긁는 목소리랄까, 그런 거친 보컬이 도드라지지만. 의도했나요? 그런 창법을 되게 좋아해요. 옛날엔 너무 어려서 회사에서 뭔가 제안하면 다 좋다고 했지만, 지금은 연차도 쌓였고 제 느낌을 더 표현하고 싶었어요. 더 애절해 보이기 위해서 새로운 보컬을 많이 연구했죠.

보컬에서 음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 70퍼센트? 특히 제 음색 같은 경우엔요. 목소리만 듣고도 쟤 니엘이네, 하시니까. 하지만 이번 EP에선 곡마다 다 다른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바지는 리바이스.

그룹 활동을 할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틴탑 활동할 땐 대중들의 기대치와 팀의 색깔도 고려해야 하니까 같이 어우러지는 편이죠. 개인 활동 때는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걸 하고요.

솔로 활동 때는 차트 성적이 좀 덜 나와도 괜찮나요? 맞아요. 아직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신인 때 차트에 연연하지 않듯이.

스물넷이란 나이는 어떤 분기점이 되는 때이기도 하죠. 군복무를 마치고 나오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거나. 그런 생각도 해요? 제 또래 친구들한테는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나이죠. 저는 친구들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으니까, 그보다는 한 발씩 더 사회로 뛰어드는 느낌? 아, 헤쳐 나가는 느낌. 빨리 스무 살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20대가 되고 나니까 매해가 정말 빠르더라고요. 좀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그런 나이에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아직 나는 정말 뜨겁게 사랑해야지, 라는 생각은 없어요.

해봤어요? 사랑은 해봤죠.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고. 그런데 뜨~거운 사랑은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언제 어른이 됐다고 느꼈어요?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대화가 안 통한다고 해야 하나? 그럴 때가 있어요. 제가 좀 꽉 막힌 마인드인가 봐요. 친구들이 이제 뭐 하면 되지, 이렇게 하면 되지, 말하면 저는 걱정이 앞서요. 난 사회에서 경험해본 일이고,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정확히 얘기해주는 편이에요? 때마다 달라요. 많이.

니엘의 위치라면 조심스러울 수 있죠. 자칫하면 얘 되게 건방지다,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요즘 취업이 어렵잖아요. 반면 저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고.

가수를 평생 직업이라 생각해요? 네. 평생 직업. 어쨌든 계속 노래를 부를 거고, 나중엔 제가 쓴 곡으로 다른 가수를 프로듀싱해보고 싶기도 해요.

가수를 발판으로 프로듀서나 제작자, 사업가를 꿈꾸는 것과는 좀 다른가요? 제가 만든 곡은 제가 부르는 게 더 좋아요. 프로듀싱도 다른 뮤지션들에게 아예 곡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같이 하는 쪽으로. 제 감정과 생각을 쓴 곡들이니까, 결국 직접 부를 때 제일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t

그런데 남이 쓴 노래를 부를 일이 더 많지 않나요? 스스로 곡을 쓴 지 얼마 안 됐지만 확실히 달라요. 작곡가님들이 설명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가끔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물론 그럴 땐 충분히 상의를 해요. 어쨌든 제가 쓴 곡은 제가 잘 아니까, 뭔가 못 나와도 느낌이 좋으면 그냥 가죠.

데님 셔츠는 오디너리 피플.

데뷔 8년 차, 두 번째 솔로 EP. 이제 스튜디오에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때라 볼 수 있나요? 아니요. 저는 작곡가 분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딱 맞춰요. 그 분들이 생각한 게 있으니까. 그러다 이렇게도 한번 해볼게요, 제안하는 정도. 별로면 바로 포기하고.

가장 중요한 첫 싱글도요? 그래서 ‘날 울리지마’ 녹음을 다섯 번 정도 했어요. 작곡가 분들 맘에도 들어야 하고, 저도 노래를 너무 못 부른 것 같고.

니엘을 알앤비 가수라 말해보면 어떨까요? 특히 두 장의 솔로 EP엔 그런 단서가 많아요. 감사하죠. 그냥 그 말만 들어도 기분 좋아요.

음반 보도 자료에도 ‘전화해’는 “모타운 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곡”이라 쓰여 있고, ‘In The Rain’과 ‘그런 날’은 “네오 솔”이라 명기돼 있죠. 되게 좋지만, 저는 알앤비도 팝도 댄스도 다 해보고 싶어요. 일단 이번 EP를 통해서 쟤 알앤비 잘하네, 라는 말을 들으면 성공이라고 봐요. 니엘은 춤추면서 노래하는 게 멋있다, 라는 얘기도.

벌써 다음 음반을 생각하나요? 이별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음 곡도 이별 노래일 듯해요.

이별했어요? 아뇨. 콘셉트를 잡다 보니, 타이틀곡이 이별 노래더라고요. 올해 두 번 정도 더 나올 텐데, 다 이별 노래라서…. 녹음도 다 끝났어요.

이별 노래 부를 때의 기분은 어때요? 어…. 사실 춤추면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이별 노래가 더 편해요. 춤추면서 웃는 거 정말 힘들고 어렵거든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힘든 표정이 나오는 거죠.

춤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군요. 보는 분들은 쟤가 이별 노래를 불러서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많이 생각해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장점이 되죠.

소년이란 말은 이제 좀 지긋지긋한가요? 특히나 틴탑의 경우라면. 저희는 좀 지긋지긋한 쪽이었죠. 너무 어릴 때 데뷔해서, 지금까지 그 타이틀이 따라다니니까요. 제 나이 얘기하면 다 놀라요. 너무 어리다고. 활동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하시나 봐요. 그래서 소년 티를 벗고자 음반에 변화를 많이 줬죠. 특히 ‘쉽지 않아’ 때부터.

니엘이 제일 덜 변했어요. 저는 거의 안 변했죠.

머리를 짧게 자른 적이 한 번도 없죠? 그래서 짧게 자르려고 했는데, 팬 분들이 너무 말리셔서.

물어봤어요? 네. 그랬더니 눈 보일 정도로만 자르라고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이번 활동 끝나고 하고 싶은 머리가 있어요. 굉장히 짧아요. 회사랑 상의해봐야죠. 아예 머리를 다 밀 생각을….

삭발을 한다고요? 거기까진 아니고 제 딴에는 되게 많이 자르는 느낌? 옆도 다 없애고, 뒤도 다 치고. 어떤 외국 모델을 봤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대로 자를 생각이에요.

데님 재킷은 코스, 바지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목소리의 변성기라면 예전에 지나갔죠.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멤버 혹은 가수로서의 변곡점이라면 지금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번 EP 내면서 특히 그랬어요.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고. 옛날엔 와, 음반 나오니까 활동해야지, 그랬다면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부터 생겨요.

고민할수록 나름의 확신도 생기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멤버들의 의견이 다 다르니까. 저는 한 가지 색깔만 갖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지난 솔로 EP에 루시드폴 선배님과 작업한 곡을 싣기도 했고. 니엘이 저런 노래를 해? 같은 말을 듣는 게 좋아서. 다양하게 가는 게 제 음반의 목적이에요.

틴탑의 ‘쉽지 않아’와 ‘아침부터 아침까지’, 첫 솔로 EP의 ‘못된 여자’를 쓴 작곡가 듀오 블랙아이드필승은 트와이스의 ‘OOH-AHH하게’의 히트 이후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죠. 왜 그들의 곡을 받지 않았나요? 제 곡을 쓰고 계셨어요. 그런데 형들이 바쁘기도 했고, 컴백 예정 시기가 다가오는 와중에 다른 분의 좋은 곡이 나왔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날 울리지마’를 선택했죠. 저나 회사나 비슷해요. 어떤 작곡가의 곡을 받아야지, 가 아니라 좋은 노래가 있으면 그냥 하는 것 같아요. 신인 작곡가님들이라도.

이른바 ‘이별 3부작’을 완성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요령이 있어요? 일단 스케줄 이동 중에 곡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가사랑 멜로디를 같이 만드는데, 이번 EP에 실린 ‘신호등’도 카니발 안에서 썼어요. 차 블루투스 연결해놓고 스태프들한테 다 들려주고 물어봐요. 좋다고 하면 바로 작업실 가서 녹음하죠.

누구의 피드백이 제일 중요해요? 저희 차에 타는 모든 스태프. 워낙 가까워서 되게 냉정하게 얘기해주거든요. 좋은 말만 해주면 나를 망치는 일이니까, 무조건 있는 그대로 말해달라고 부탁해요.

스케줄 끝나면 뭐 해요? 게임 많이 해요.

오버워치? 네. 지금도 천지 형이 PC방 같이 가자고 연락 와서, 인터뷰 끝나면 씻고 가야 돼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심지어 컴퓨터도 샀는데, 집에서 하면 재미없더라고요. 같이 파이팅 넘치게 해야 신나고. 게임할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요. 단지 ‘쟤를 이겨야 된다, 저 팀을 이겨야 된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렇게 홀가분하게 머리를 텅 비운 뒤 스튜디오에 가는 거예요. 거기서 다시 머리를 쓰기 시작하죠.

지금도 빨리 가야하는 거죠? 아, 그런 건 아닌데. (웃음) 밥도 먹어야 하고, 천지 형이 기다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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