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를 타는 젊은 남자들

수십 년이 지나도 새 차보다 아름다운 올드카. 그리고 그 차를 모는 서울의 젊은 남자들.

GM, 트랙커 1600cc, 1993년식

권혁주 | 정비사,1993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바이크를 많이 탔다. 오래되었거나 오래된 느낌의 바이크를 주로 탔는데, 최근까지 탄 바이크는 가와사키 에스트렐라다. 직전에 탔던 자동차는 BMW E46 330 컨버터블이었다.

트랙커만의 매력은? 직업상 주로 고성능 차를 많이 타봤다. 한데 너무 잘나가고 잘 서는 것이 왠지 싫었다. 고사양일수록 고장 나는 곳이 늘어나는데 기계식 자동차는 훨씬 간단하고 고장도 잘 안 난다. 트랙커는 기계식 자동차에 가장 적합한 소형 SUV다. 필요한 것만 딱 있을 뿐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 정비사로서 이런 차는 참 기특하다.

가장 크게 정비한 곳은 어디인가? 원래는 수동 미션 이었는데 자동 미션으로 바꿨다. GM 트랙커는 스즈키가 만든 사이드킥과 이름만 다른 같은 차다. 그래서 사이드킥에 있던 미션으로 바꿨다.

혹시 차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양도 받을 때부터 매립형 내비게이션과 수온계가 붙어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떼고 싶다. 차 내부에 전자장치가 있는 것이 너무 싫다. 그리고 배기량에 비해 차가 잘 안 나간다. 작지만 무거워서 그렇다. 불만은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때가 많다. 그 흔한 ABS(브레이크 밟을 때 자동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도 없다. 빗길이나 코너 돌 때 잘못하면 차가 옆으로 돌아버린다.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는? BMW E30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190E 2600cc, 1990년식

최종혁 | 학생, 1995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외제차 정비소를 하시는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여러 가지 차를 타봤다. 아버지도 올드카를 좋아하셔서 올드카 위주로 많이 탔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지프의 루비콘도 타봤지만, 남들과 다른 차를 타고 싶은 마음에 오래된 차를 선호한다. 특히 BMW Z3m 컨버터블, 1995년식이 가장 애착이 간다.

190E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1990년이면 아버지는 스물여덟 살 청춘이었다. 아버지가 청춘일 때 가장 선망한 차라는 점이 좋다. 이 차가 출고 될 때부터 지닌 옥색 빛깔도 마음에 든다. 또한 엔진 소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울려서 달릴 때 기분을 들뜨게 한다. 요즘 스포츠카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대로 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카세트테이프 여섯 개가 다 따로 보관되는 보관함이나 나무로 된 센터페시아가 아기자기하면서도 귀엽고 독특하다. 이 차는 특히 뒤가 아름다운데 계단처럼 올록볼록한 브레이크 등이 압권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차 옆쪽이 찌그러졌다. 안 그래도 수리하려고 한다. 근데 찌그러진 대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천천히 고쳐도 괜찮다는 것이 올드카의 매력 아닐까?

다음에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가 있다면? 아버지께서 직접 BMW E30 3시리즈 차체에 M 시리즈 엔진을 스왑한 차가 있었다. 그 차를 타보지 못했는데, 아버지께서 어느 날 그 차를 팔았다. 언젠가 그걸 꼭 한 번 타보고 싶다.

 

BMW, e30 320i 컨버터블 2000cc, 1992년식

배민수 | 학생, 1992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올뉴프라이드 2011년 식, 캐러멜 옐로라는 색의 차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탔다.

BMW e30 3시리즈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느새 이 차가 한국에서 ‘올드카’를 대표하는 모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생김새도 예쁘지만, 부품을 수급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 같다. 게다가 컨버터블 버전은 압도적으로 멋지다. E30 3시리즈 본래의 간결한 디자인에 뚜껑마저 사라지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정비를 따로 배우지 않고 올드카 수리를 할 수 있나? 관심을 갖고 배우다 보면 소리만 듣고도 어떤 증상이 생겼는지 대부분 알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부품을 직접 구입해 정비소에 가져간다.

부품은 어디서 구하나? 대부분 외국 부품 전문 사이트인 오토하우즈 펠리칸 파츠에서 구한다. 하지만 무게가 무거운 부품은 오히려 정식 센터에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량을 확인하고 주문해서 수리한다.

차에 대한 불만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차는 단점이 없는 것 같다. 핸들부터 헤드라이트, 외관 선의 날렵함과 최소화된 곡선까지 가장 완벽한 차라고 여기고 있다.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가 있다면? 아버지가 워낙 올드카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수많은 차를 탈 수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차는 사브 900이다. 태어나서 처음 핸들을 잡고 찍은 사진 속 자동차다.

 

기아, 프라이드 1300cc, 1995년식

RD(박상형) | 아메바컬처 디자이너, 타투이스트, 1987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예전에는 마쓰다 MX-5 1세대, 1997년식을 탔다. 타면서 절대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매물이 나오는 바람에 급하게 팔게 되었다. 지금은 BMW e30 318is와 함께 기아 프라이드를 타고 있다. 바이크도 좋아해서 혼다 퓨전, 혼다 커스텀 언더본(커브)을 탄다.

본래 타고 다니는 차가 있는데 굳이 프라이드를 하나 더 사게 된 계기가 있나? 모두(시바견)와 외출할 때 타고 다닐 용도로 구입했다. 워낙 털이 많이 빠져서 시트 관리가 어려운데, BMW E30 318is의 경우엔 소장용이라서 평상시에 자주 타지는 않는다.

프라이드만의 매력이라면? 오래된 차를 타다 보면 여러 가지 고장이 생기고 그걸 고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프라이드는 유지비가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도어 캐치가 4천원밖에 안 한다. 또한 프라이드를 타는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교류도 마음에 든다. 내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혀 모르는 분이 직접 방문해서 교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3백만원대 ‘올드카’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전혀 불만이 없다. 히터의 바람이 정면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 예전 정부에서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해 바람이 앞으로 나오는 걸 규제했고, 그 탓에 실내가 따뜻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는? 샤브 900과 공랭식 포르쉐 964, 디스커버리 2, 볼보 X60, 테슬라 모델 3.

 

BMW,840 ci M-TECH M버전 4000cc, 1998년식

이종철 | 셰프, 1987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가족끼리 타는 차를 몇 번 타본 적은 있어도 올드카는 처음이다.

이제는 단종된 BMW 8시리즈다. 그렇다. 불운의 차라는 꼬리표가 이 차를 더 복원하고 싶게 만들었다. 꼭 순정으로 복원하고 싶어서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그게 재미인 것 같다. 최근에 오리지널 색으로 바꾸느라 공을 들였다. 달리다가 선루프가 날아가 주워오기도 하고, 차체가 망가져 폐차 직전의 다른 차를 구해 복원하기도 했다.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배기량이 워낙 커서 잘 달리는데, 게다가 시야가 낮아서 시속 80킬로미터만 넘어도 두려울 정도다. 배기량이 큰 스포츠 세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친 매력이 있다. 요즘 차와 비교하면 좀 무서울 정도로 운전자를 밀어 붙이는데 그럴 때마다 기계와 하나가 된 듯한 쾌감도 있다. 편의장치나 전자장치는 요즘 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달릴 때 음악과 어우러지는 엔진 소리가 독특하고, 여전히 순정으로 복원할 곳이 남아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곧 8시리즈가 다시 출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차처럼 도전적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타면서 알게 된 불편한 점이라면? 차체가 땅을 파고 들어갈 듯이 낮아서 방지턱을 넘을 때 하부가 닿을까 봐 늘 걱정된다. 오르막길에서 내리막길로 갈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애를 먹는다.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가 있다면? 포르쉐 911 타르가 4S와 포르쉐 930.

 

현대, 갤로퍼 7인승 터보 2500cc, 1993년식

조성일 | 회사원, 1987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지난해에만 차를 열 번 정도 바꿨다. 볼보 C30, BMW e30 320 m-tech1, E34 535i, 로버 미니 등 지금까지 스물다섯 번 정도 차를 바꿨다. 워낙 ‘기기 변경’에 대한 욕심도 많지만, 오래된 차라고 해서 모셔두고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타고 싶은 대로 타다 보니까 여러 번 고치고 차도 일찍 망가져서 어쩔 수 없이 바꾼 적도 많다.

돌고 돌아서 현대 갤로퍼에 도착한 이유가 있다면? 원래는 세단이나 귀엽고 작은 차를 좋아했다. 그러다 SUV 올드카를 타보고 싶었다. 디스커버리 2를 간발의 차이로 놓치고 그 다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차가 갤로퍼다. 차를 살 때 꼭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헤드라이트가 동그란 차를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갤로퍼 초기형의 동그란 램프를 보고 반했다.

갤로퍼에 그렇게까지 반한 이유가 있나? 초기형인 1991~1993년까지만 미쯔비시 파제로의 부품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꼭 한 번 구입해보고 싶었다.

혹시 이 차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사이드미러가 갤로퍼 초기형이 아닌 중신형 버전이다. 원래는 대형 버스에 달린 백미러같이 생겼는데 그게 훨씬 더 멋지다. 마음 같아서는 색도 한번 바꾸고 싶은데 아직은 고민 중이다.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가 있다면? BMW E30 M3이 최종 목표다. 그리고 재규어 XJ8 버건디. 차를 살 때 색은 항상 두 가지만 고려한다. 초록색이거나 붉은 계열이거나.

 

BMW, E28 M5 3500cc, 1988년식

박정수 | 엔지니어, 1989년생.

이 차를 타기 전에 타던 차는? 너무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차는 BMW E36 M3다. 지금은 도요타 86을 같이 타고 있다.

E28 M5의 매력은 무엇인가? BMW M5의 첫 번째 모델이자, BMW에서 ‘풀 핸드메이드’로 만든 마지막 모델이다. 1980년대 초반 르망에서 우승한 M1 엔진을 양산차에 그대로 넣은 유일한 차였다. 오랫동안 세단 중에서 제일 빠른 차로 유명했다. 1988년식이지만 인젝션, ECU 등 대부분이 1990년대 이후의 최첨단 메커니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가장 앞서갔던 차였다.

이 차를 구입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미국에서 일할 때 어떤 손님이 한 할머니를 소개해주셨다. 그 할머니네 창고에 아들이 타던 차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보니 이 차가 있었다. 워낙 귀한 모델이어서 꼭 사고 싶었는데 막상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할머니가 창고 임대료 정도만 주고 가져가라고 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이 차의 생일과 내 생일이 비슷하다는 걸 알고 바로 싣고 와서 고치기 시작했다. 덕분에 30년 무사고 차이고, 오리지널 페인트를 유지한 차를 가지게 되었다. 아마도 평생 가지고 있지 않을까?

혹시 이 차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거의 슈퍼카 정도의 연비.

꼭 한 번 타고 싶은 차가 있나?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돌고 돌아 포르쉐 911 GT3로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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