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김민희의 얼굴

2017.02.27GQ

김민희라는 배우의 성장기는 하나의 드라마다. 발연기 배우에서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되기까지 극적으로 변한 김민희의 인생 캐릭터를 살펴보자.

 

1999~2000년, <학교 2> 신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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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머리, 깡마른 몸에 딱 맞게 줄인 교복, 특유의 나른한 표정 등 반항적인 일진으로 활약하던 시절. 비주얼 자체가 연기였다. 짝꿍인 하지원과 붙어 다니며 막상막하의 국어책 읽기 대결을 펼쳤으나 캐릭터 자체가 과묵한 덕에 상대적으로 욕을 덜 먹었다. 잡지 모델, CF 스타였던 18세 소녀를 연기의 길로 인도한 데뷔작.

 

2002년, <순수의 시대> 홍지윤

연말 시상식의 인기상과 연기력 논란을 동시에 안겨준 애증의 캐릭터. 고수와 박정철 사이를 오가는 비극적인 삼각관계의 여주인공 역을 맡아 ‘패셔니스타에다 인기도 많은데 연기는 못 하는 배우’라는 꼬리표를 얻었다. 7년간 감춰온 사랑을 절절하게 고백하는 고수 앞에 꿰다 놓은 보릿자루같이 서 있을 때마다 전국에서 ‘김민희 때문에 드라마 못 보겠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2006년, <굿바이 솔로> 최미리

극 중 최미리는 김민희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이 많은 건달과 사귀느라 가족을 버린 바보 같은 미리, 사랑에 울고 웃던 미리를 만나면서 김민희의 전매특허였던 로봇 연기가 사라졌다. 노희경 작가의 마법은 놀라웠다. 밀랍 인형 같던 얼굴에 표정이 생기고 밋밋하던 대사에 높낮이가 생겼다.

 

2012년, <화차> 차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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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당찬 도시 여성 전문 배우’라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 잔혹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입체적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 펜션 장면에서는 자다가도 생각 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 이후 김민희는 국내 영화감독과 평론가들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재평가된다. 운명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 <화차>의 경선과 달리 김민희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연애의 온도> 장영
연애의 온도
이 영화에서는 생활 연기의 달인이 된 김민희를 볼 수 있다. 장영이라는 캐릭터엔 <굿바이 솔로> 속 미리와 <뜨거운 것이 좋아> 속 아미의 그림자가 남아있지만 그 몰입도는 완전히 다르다. 말하듯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스크린 속 인물이 김민희인지, 장영인지 헷갈릴 정도. 이 영화로 김민희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016년, <아가씨> 히데코
아가씨
낭독회에서의 히데코를 보라. 제한된 공간에서 특별한 영화적 장치 없이 관객의 마음을 고요한 데서 어지러운 데까지 끌고 간 김민희는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박찬욱은 김민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입혀 뛰어난 연기를 했다.” <아가씨>를 통해 김민희는 연기 욕심에 끝이 없고 아직 한계에 다다르지 않은 배우라는 인상을 굳혔다.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밤해변
<할리우드 리포터>는 홍상수 감독의 이 19번째 영화 속 김민희에 대해 “주연을 맡은 김민희는 시종일관 관객을 깨어있게 한다”고 호평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수많은 국제영화제를 돌아다니는 동안 배우가 수상한 작품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유일하다. 3월 23일 국내 개봉한다. 결국, 김민희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다.

    에디터
    글/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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