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제주를 여행하는 좀 다른 방법

2017.02.28장우철

표선과 남원, 서귀포와 모슬포, 한라산 남쪽의 제주도.

남원읍 범일분식에서는 이른 점심이 마땅하다. 아침 아홉시에 문을 열고 점심 지나 재료가 다하면 문을 닫고 마니까. 이 집에서 파는 국밥엔 제주 방언으로 ‘창도름’이라 부르는 막창이 들어가는데 연하디연하게 씹히는 그 맛에는 참으로 잊기 힘든 무엇이 있다. 2월에 시작해 3월이 다 가기까지는 또한 한라봉의 계절이다. 의귀리 김계림 농부의 밭에 가면 이제까지 먹은 것은 한라봉 비슷한 무엇이 아니었을까 의심할 만큼 알찬 한라봉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거기서 금방인 신흥리 동백나무들도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연말부터 피고 지는 개량종은 이미 꽃잎을 낱장으로 떨어뜨렸지만, 토종 동백은 이제 송이째 몸을 날릴 태세를 갖췄다. 옥돔구이는 흔한 만큼 가짜가 판을 친다는데 삼보식당에서 먹는 거라면 걱정도 없이 한 끼가 마냥 풍요롭다. 예래 논짓물 근처에는 무슨 ‘타운’이 생겨서 어쩐지 기이한 풍경이 되었는데 그래도 거기서 대평리까지 닿는 좁은 길에는 ‘남쪽’이라는 뉘앙스가 사시사철 가득하다. 안덕계곡에는 아침에 들러보길 권한다. 해가 드는 곳과 들지 않는 곳의 경계가 그렇게도 뚜렷한 풍경은 눈이 부시다. 서귀포에는 신라며 하얏트며 제주 제일의 숙소가 즐비하고 요새는 한바탕 세련되게 꾸며놓은 곳도 많다지만 안덕면 청산해림 같은 곳에 묵으면 환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어떤 건지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이 다 든다. 화순의 곶자왈과 추사적거지 주변의 작은 마을들, 위미리의 수줍은 듯한 가게들, 1115번 도로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깊은 계곡들. 제주의 남쪽은 온통 제철을 맞은 듯하다.

청산해림 www.okjejupark.co.kr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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