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방콕의 골목

2017.03.11유지성

 

매년 방콕에 간다. 방콕을 알아간다는 건, ‘골목’을 아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태국어로 ‘쏘이Soi’. 에까마이가 ‘힙’하대, 요즘은 탈랏 노이의 바 호핑이지, BTS(지상철)를 타고 아리 역에 내려, 같은 정보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를테면 에까마이라 부르는 꽤 큰 길, 수쿰윗(주로 서울의 강남권과 비교하는 지역) 쏘이 63을 걷다 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식당 정도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다. 여기가 왜 난리란 건지 의심이 가기 시작할 무렵, 거기서 좌우로 모세혈관처럼 굽이굽이 뻗은 골목이 보인다.

거기에 가게들이 있고, 풍경이 있다. 그런데 방콕의 많은 골목은 어지간해서는 옆 골목으로 통하는 길이 아예 없거나 멀다. 즉, 각자의 골목은 거의 막다른 길. 그래서 그 골목은 그 골목 그대로 고유하다. 골목 안에서 자생한다. 예를 들어 수쿰윗 쏘이 51에 그 유명한 주드랑마 레코즈가 있고, 바로 옆에 발군의 칵테일과 멋진 전시를 자랑하는 WTF 갤러리 & 카페가 문을 열고, 댄스 클럽 스튜디오 램과 햄버거 트럭에서 출발해 자리를 잡은 크라잉 타이거가 들어서는 식이다. 모두 잘 어울리고, 공생한다.

이런 현상은 젊고 새로운 가게들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다. 이를테면 수쿰윗 쏘이 33엔 한도 끝도 없이 일식당과 가라오케가 있다. 하지만 한두 골목만 멀어지면 ‘일색’이라고는 없는 식. 그렇게 이미 제각각 고유함을 갖춘 골목을 벗어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골목을 만난다. 그런 기대로 오래 걷고 좌우를 부지런히 살피며, 기대치 않았던 많은 것을 본다. 택시를 타도 “아리로 가 주세요”가 아니라 “아리 쏘이 2로 가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며 도시를 더욱 세밀하게 알아간다. 어떤 골목에 머무느냐에 따라,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콕을 본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김참,박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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