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좀비 헌터, 김오키

2017.03.13정우영

널리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젝스키스의 백댄서 출신으로, 스물다섯 살 무렵부터 독학으로 익힌 프리 재즈 테너 색소포니스트.” 하지만 김오키는 자신은 재즈 연주자도 아니고 즉흥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차라리 그를 ‘좀비 헌터’라고 부르고 싶다. “좀비 영화의 특징은 결국 다 좀비가 된다는 거예요. 아무리 버티고 싸워도 결국. 아예 빨리 좀비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우리 사회가 그렇듯이, 조그만 데 속하면 위험하고 큰 데 속하면 안전하니까요.” 그가 ‘김오키 동양청년’, ‘The South Korean Rhythm King’,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김오키 퍽킹 매드니스’ 등 늘 새로운 밴드를 통해 새로운 범주의 음악을 선보인 건 좀비가 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다.

주류와 비주류는 모호할 수 있지만, 싸우지 않는 사람과 싸우는 사람은 분명하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비롯된 < Cherubim’s Wraith >, 한국의 현대사를 조롱하는 <격동의 시간여행>, 김수영의 시에서 나온 <거대한 뿌리> 같은 그의 주요 앨범은 한국 사회, 장르 음악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싸우는, 좋은 연주자를 넘어서는 좋은 음악가의 작품이었다. 한국의 청자라면 프리 재즈보다는 김오키에서 시작하기를 바란다. 좀비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항상 벽에 망치를 걸어놓는 그가 ‘김오키 퍽킹 매드니스’로 새로운 앨범에서 선보일 주제는 ‘친일 청산’이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안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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