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꽃과 유도

2017.03.14장우철

꽃이 떨어지고, 몸이 떨어진다. 누군가 유도를 배우려거든 낙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해서임을 안다. 유도는 고요하다. 농구와 스키와 다른 많은 스포츠가 그렇듯이 유도는 저대로 고요하다. 다만 유도는 혼자서 할 수 없으니 상대의 숨과 나의 숨 사이에 흐르는 기운을 어떻게 누구의 것으로 만들지 일대일로 겨룬다. 복싱과 달리 연신 리듬을 반복하지 않고, 레슬링과 달리 달아나거나 늘어지지 않는다. 도복은 빳빳하고 두꺼우며 매트는 조금만 부드럽다. 유도를 수식하는 흔한 말은 올림픽과 한판승일 텐데, 그건 겨우 4년에 한 번뿐이니, 같은 나무에 꽃이 피고 지기를 몇 번이고 지나야 할 만큼 긴 터울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유도는 계속된다. 흐르기 때문이다. 떨어져 끝나지 않으며, 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멋과 이치가 유도에 있음을 알 일이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장우철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