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인이 고른 남의 가게

꽤 괜찮은 가게 주인 다섯 명이 골랐다.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의 가게.

이지연 (P.B.A.B 대표) 1. 당신의 가게를 소개해달라. 어떤 걸 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P.B.A.B는 ‘THE STANDARD OF DAILYWEAR’를 주제로 다양한 캐주얼 브랜드를 골라서 파는 작은 편집매장이다. 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다른 가게를 하나 고른다면? 맨케이브. 서울 중구 소공로 6길 13-7. 070-4101-4980. 3. 그곳은 어떤 가게인가?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소품과 인테리어 용품을 판다. 작지만 옹골찬 느낌이 있다. 4. 언제 처음 거길 발견했나? 4년 전 그 가게가 청담동에 있을 때 처음 가봤다. 5. 왜 그곳을 좋아하나? 참새 방앗간 같다. 들어가면 작은 거 뭐 하나라도 손에 들고 나오게 되고. 6. 얼마나 자주 가고 뭘 사나? 2주에 한번 정도. 향초도 사고 기분에 따라 인테리어에 쓸 소품도 사온다. 7. 손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가게만의 유일한, 굉장한, 독특한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트웸코 벽걸이 시계. 최고다. 8.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거기서 가져와 당장 내 가게에서 팔고 싶은 게 있나? DETAIL INC의 러그와 트웸코 벽걸이 시계. 9. 이상적인 가게란 어떤 걸까? 그 곳에 가면 여럿이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곳. 아주 편하게. 10. 서울 가게들만의 장점과 단점은? 유행을 따라가는데 몰두하다 보니 가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키는 곳이 적다. 하지만 오래된 식당은 좀 다르다. 불친절해도 정겨운 게 있는데, 그런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옷 가게도 그런 곳이 많아지면 좋겠다.

트웸코 벽걸이 시계
트웸코 벽걸이 시계

 

 

강재영 (유니페어 대표) 1. 당신의 가게를 소개해달라. 어떤 걸 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모두에게 좋은 구두를 알리고 신기고 싶은 마음으로 유니페어를 시작했다. 알든, 에드워드 그린, 파라부트, 트리커즈 등 여러 나라에서 오랜 시간 구두를 만들어온 진짜 슈메이커들의 구두를 수입해서 판다. 그 외에 타이, 가방, 스카프, 향수 등 남성 소품도 함께 판매 중이다. 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다른 가게를 하나 고른다면? 팔러. 서울 종로구 통의동 26-1. 02-730-9774. 3. 그곳은 어떤 가게인가? 가게를 만든 사람의 독특한 생각을 현실로 구현한 구두 가게. 4. 언제 처음 거길 발견했나? 2015년 여름, 팔러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5. 왜 그곳을 좋아하나? 팔러의 황재환 대표는 국내에서 안 파는 구두 브랜드를 열심히 찾아서 서촌 골목 안 작은 한옥에 매장을 꾸몄다. 위치, 매장 인테리어, 빈티지 가구까지 다 좋지만 아직 생소한 구두 브랜드들을 채워놓고 천천히 알려가는 모습이 무엇보다 더 멋있다. 6. 얼마나 자주 가고 뭘 사나? 한 달에 한번 정도 들러서 같이 얘기를 나눈다. 아직 아무것도 사진 못했다. 7. 손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가게만의 유일한, 굉장한, 독특한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빈티지 턴테이블과 노먼 빌라타의 스웨이드 처커부츠. 8.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거기서 가져와 당장 내 가게에서 팔고 싶은 게 있나? HORATIO 호스빗 로퍼. 9. 이상적인 가게란 어떤 걸까? 가게 주인이 말하고자 하는 혹은 보여주고 싶은 컨셉이 명확하고 손님들에게 그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10. 서울 가게들만의 장점과 단점은? 서울의 가게들 중에는 부족함 없이 잘하는 곳도 아주 많다. 다만 어떤 가게는 매장 판매원이 스스로 어떤 것을 팔며 어떤 가치를 전달해주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HORATIO 호스빗 로퍼
HORATIO 호스빗 로퍼

 

 

이종헌 (블루스맨 대표) 1. 당신의 가게를 소개해달라. 어떤 걸 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블루스맨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의류, 제화 및 잡화 등을 유통, 판매하는 편집 매장이다.오픈 초기에는 아메리칸 워크웨어가 많았지만 지금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곳에서 기획, 제조된 ‘캐주얼’ 의류를 팔고 있다. 회사 이름을 ‘딜리버리보이즈컴퍼니’로 지었는데 국내외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전달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봐도 좋다. 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다른 가게를 하나 고른다면? 샌프란시스코 마켓.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7-18. 02-542-3156. 3. 그곳은 어떤 가게인가? 국내 편집매장의 선구자이자 편집매장이 가야 하는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4. 언제 처음 거길 발견했나? 유학 시절, 친구들에게 서울에 그런 가게가 있다는 것을 듣고 굉장히 궁금했다. 그 후, 2009년 서울에 왔을 때 처음 방문했다. 5. 왜 그곳을 좋아하나? 클래식과 캐주얼의 균형 잡힌 조화는 이 곳만한 데가 없다. 6. 얼마나 자주 가고 뭘 사나? 한 달에 두 번 정도? 계절이 바뀌거나 새 상품이 들어오면 구경 삼아 가본다. 예전엔 주로 엔지니어드 가먼츠 제품을 샀고, 요즘은 주로 관찰만 하고 있다. 7. 손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가게만의 유일한, 굉장한, 독특한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좋은 게 많아서 물건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다. 가게의 인테리어, 예를 들면 마루 바닥, 러그, 빈티지 집기, 포스터 같은 게 다 훌륭하다. 8.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거기서 가져와 당장 내 가게에서 팔고 싶은 게 있나? 안데르센 안데르센의 스웨터. 9. 이상적인 가게란 어떤 걸까? 옷 가게로 제한해서 생각해 보면, 손님에게 맞는 물건을 권할 수 있고, 손님의 취향이 점점 더 좋아지도록 돕는 가게. 10. 서울 가게들만의 장점과 단점은? 서울의 가게들은 빠르게 바뀌고 유행에 적응하는 능력이 어떤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

베일리 GUTHRIE HAT

 

 

한범수 (캐비넷스 앤 맨하탄스 대표) 1. 당신의 가게를 소개해달라. 어떤 걸 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캐비넷스와 맨하탄스는 두 명의 대표가 각각의 취향과 감성을 따로 혹은 합쳐서 남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편집 매장이다. 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다른 가게를 하나 고른다면? 챕터 원 꼴렉트.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1-15. 02-763-8001. 3. 그곳은 어떤 가게인가? 뮤지엄 같은 곳. 작가의 전시를 보거나 데이트를 하거나기분 전환을 원할 때 언제든 가면 좋은 곳. 감각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4. 언제 처음 거길 발견했나? 작년 여름에 처음 가봤다. 5. 왜 그곳을 좋아하나? 그 가게에 가면 거기 있는 작품이나 물건을 내 집에 들여놓는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시간 날 때마다 들러서 구경하고 내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차분히 계획도 세울 수 있다. 6. 얼마나 자주 가고 뭘 사나?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가지만, 사실은 시간만 나면 가고 싶다. 사무실에 둘 조명이나 트레이, 집에 둘 러그를 사곤 한다. 7. 손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가게만의 유일한, 굉장한, 독특한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제프리 하코트의 CHAISE LONGUE. 이 의자 하나면 다른 건 필요 없을 것만 같다. 8.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거기서 가져와 당장 내 가게에서 팔고 싶은 게 있나? 의자들. 9. 이상적인 가게란 어떤 걸까? 그 가게만의 분위기와 느낌이 분명한 곳. 10. 서울 가게들만의 장점과 단점은? 아주 트렌디한 건 장점, 히스토리가 결여된 건 단점.

제프리 하코트 CHAISE LONGUE
제프리 하코트 CHAISE LONGUE

 

 

진경모 (페니 로얄 대표) 1. 당신의 가게를 소개해달라. 어떤 걸 팔고,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페니 로얄은 옷도 팔고 책과 음반들도 팔고 티도 팔고 이것저것 파는 가게다. 내가 직접 사고 쓸 것만 바잉해서 모아두는 곳이다 보니 브랜드도 적고 제품 가짓수도 일정하지 않다. 손님에게 특별히 상품을 권하지 않고, 차나 한잔 내드리고 같이 앉아서 노닥거리고 보기에 안 어울리면 사지 말라고도 하는 곳이다. 편하게 구경하길 원하면 사무실에 들어가 자리를 피해주기도 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도의 돈만 벌고 진짜 내 삶에 가까운 일을 하고 싶어서 만든 가게다. 2.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서울의 다른 가게를 하나 고른다면? 레더라 초콜렛. 서울 강남구 논현로 865. 02-544-3245. 3. 그곳은 어떤 가게인가? 아주 비싼 레더라 초콜렛을 판다. 4. 언제 처음 거길 발견했나? 5년 전쯤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서 처음 봤고 즐겨 찾았다. 그 후 오랜만에 갔더니 없어져서 무척 당황했다. 다행히 압구정역 근처에 가게가 있는 걸 알게 돼서 이젠 그쪽으로 간다. 5. 왜 그곳을 좋아하나? 세상 모든 물건 중에 초콜렛을 제일 좋아한다. 레더라 초콜렛이 너무 맛있어서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테리어나 매장 직원의 친절도가 좀 그렇지만, 맛있어서 기분이 풀린다. 6. 얼마나 자주 가고 뭘 사나? 일년에 서너 번. 생일날 같은 특별한 날에 간다. 허니 밀크 초콜릿은 무조건 사고 그날 기분에 따라 헤이즐넛 밀크나 다크 초콜릿을 좀 더 산다. 7. 손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가게만의 유일한, 굉장한, 독특한 물건 하나를 고른다면? 허니칩이 바삭바삭 씹히는 허니 밀크 초콜릿. 8.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 볼 때, 거기서 가져와 당장 내 가게에서 팔고 싶은 게 있나? 당연히 허니 밀크 초콜릿. 9. 이상적인 가게란 어떤 걸까?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보면, 전시된 물건과 매장 직원, 음악, 옷걸이, 물건이 놓인 방향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로 어울리는 곳이 이상적인 가게다. 10. 서울 가게들만의 장점과 단점은? 서울의 가게엔 취향이 부족하고, 서울 사람이 가기에 편한 것, 가령 거리와 언어 등은 장점이다.

허니 밀크 초콜릿
허니 밀크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