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랩을 듣는 이유

‘딜리버리가 좋다’는 것이 래퍼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이 옳은가? 달리 말하면, 가사가 잘 들리는 래퍼. 하지만 들리지 않아 좋을 때가 있다 말해보면 어떤가. 지금처럼 토론과 청문회와 공약과 연설이 엔터테인먼트를 대신하는 지경에 이른 때라면(<국민면접>이란 프로그램까지 나온 마당에) 더욱. 분노에 찬 말을 또박또박 내뱉는 것은 진짜 분노일 수 있는가? 어떤 감각의 절정 혹은 진짜 생생한 감정에 닿았을 때, 당신은 완벽히 정제된 언어로 또박또박 말할 수 있나? 물론 인내와 절제 또한 미덕이 될 수 있겠으나, 딜리버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래퍼들이 그리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지는 모르겠다. 랩을 듣는다. 오래전부터.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했다. 물론 가사를 해석한 뒤 황망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때로 태도는 말보다 힘이 있고, 태도를 숨기기는 어렵다. ‘가짜’임을 들켰을 때, 그것이 유치한 방식일지라도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무구한 믿음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진짜와 가짜를 가리고자 한다. 그렇게 제 멋에 흠뻑 취한 랩을 듣는다. 저 사람은 무슨 얘기를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거기서부터 가사에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