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방향

 

한강이 어느 쪽에서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갑자기 눈뜬 장님이 될 때가 있다. 시시각각 바람을 타고 온통 물결을 만들 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우니, 한강은 서해로 나가니까 서쪽으로 흐르는 것일 테지, 꿰어맞추듯 정보를 대입하고서야 간신히 눈치를 챈다. 한강은 드넓다. 거기엔 어떤 의심도 없다. 서른 한 개의 다리를 지나는 동안 한강은 내내 비슷한 폭을 유지하니, 도저하다거나 유려하다거나 과연 그런 말이 어울리는 대목이다. 한강을 기록한 옛 사진은 언제나 휑한 모습이다. 강으로는 백사장이 펼쳐졌고, 강남은 허허벌판이다. 그러다 1980년대엔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일이 있었고, 얼마 전부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마당이 되었다. 그렇게 한강은 무엇으로든 점점 채워지고 있지만 스스로 붙박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강에 있을 때 서울은 잠시나마 품을 여는 것처럼 보인다. 깊은 밤, 한강이 검을 때, 그래서 불빛을 받아낼 때, 이 도시에 남아 있는 나날을 생각한다. 그리고 도시에 사는 멋을 떠올린다. 어쩌다 술에 취해 ‘강을 건널까?’ 중얼거리는 멋. 거칠고 어리석은 도시에서 멋을 내야 한다면 그런 아무것도 아닌 멋을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