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브랜드를 만드는 10명의 남자

2017.03.17GQ

브랜드를 만드는 남자 열 명을 만났다.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남자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업하는 목수, 스스로 브랜드를 론칭한 모델까지. 그들에게 브랜드를 이루는 모든 과정에 대해 물었다.

염동훈 29세, 작가

어떤 일을 하나? 나무를 깎아 숟가락과 포크 같은 주방용품을 만든다. 올해는 개인 작업실을 오픈해 카빙클래스도 열 생각이다. 스스로 디자인한 후 원목을 깎고 다듬어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든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4년 겨울쯤. 이전엔 원목 가구를 주문 제작하는 목공방을 운영했다. 가구를 만들고 남는 나무가 많아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캠핑 갈 때 쓸 숟가락을 만들었고, 어머니께서 주방용품을 모으셔서 이런저런 걸 종종 만들어드리기도 했다. 결국 우드카빙에 푹 빠졌다.

브랜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크든 작든 브랜드엔 고객이 필요하다. 브랜드는 좀 더 좋은 뭔가를 고객에게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를 신뢰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의 믿음이 브랜드의 가치다. 그 가치가 커지면 고객을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된다.

일을 하며 꼭 지키는 가치나 기준이 있다면? 절대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당신의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딱히 다름과 차이를 내세우고 싶지 않다. 진심으로 작업하려 노력할 뿐.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이유는? 키토네 교토 kitone kyoto.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좋다.

당신의 브랜드와 어울리는 도시가 있다면? 도시보단 시골에 어울리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 나무가 주는 정서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아빠, 엄마, 뱃속의 아이를 위해 각각 크기가 다른 수저 세트를 만든 적이 있다. 내내 따뜻했다. 일을 위한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톱밥이나 먼지를 털어내기 쉬운 면이나 데님 소재 옷, 튼튼한 워커.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포트폴리오 페이지로 꾸민 dhwoodworks

 

조항현 29세, 베네데프 이노베이션즈 소속 패션 디자이너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기존의 연작을 이어가지 않고 리부트된 브랜드를 맡아 일한다. 현재 새롭게 만들고 있는 네이더스 NEITHER를 중심으로 슬로우스테디클럽, 담타의 기획, 디자인, 생산 관리를 하고 있다. 사실 거의 네이더스에 집중하고 있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3년 겨울과 2014년 봄 사이쯤 디자이너 안태옥을 만났다.

브랜드를 만들며 중요한 건 무엇인가? 만듦새와 감성. 덧붙이면 고객 피드백에 대한 빠른 대응.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입어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담담한 디자인, 은밀해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재미있는 요소들.

당신의 브랜드와 관련해서 요즘 가장 큰 이슈? 네이더스의 첫 번째 룩북 촬영이 막 끝났다.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싶나? 나이와 성별, 그런 경계를 나누지 않고 모두에게 기분 좋은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는? 마가렛 호웰. 기본에 충실한 옷들이지만 침착하게 볼수록 놀라곤 한다. 게다가 옷을 입었을 때 완성되는 선이 끝내준다.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매거진 에디터를 위해 책을 만들었다. 이미지로만 구성한 룩북이었다. 누군가 “이게 너의 첫 룩북이구나” 하고 건네주었다. 두 손에 그 책이 닿았던 순간.

일을 위한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네이더스 스탠더드 데님 팬츠, 투 포켓 와이드 셔츠.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홈페이지 주소. www.neithers.org

 

이조셉 35세, 하이드 스토어 대표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강남구 신사동에 하이드 스토어라는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1년. 처음엔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조이라이드란 에이전트 회사로 시작했다. 그때 샌들 브랜드 추바스코를 들여왔는데, 그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하이드 스토어를 연 건 2년 전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었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나?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방향, 정체성을 모두 함축한다.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하이드 스토어에선 잘 팔릴 만한, 트렌디한 제품보다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를 주로 다룬다. 예를 들어 FUCT는 스트리트 웨어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스투시와 슈프림보다 먼저 탄생한 1세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또 라이더 재킷의 원조 격인 루이스 레더도 있다. 요즘 우리가 입는 라이더 재킷은 모두 이 브랜드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만든 셈이다. 하이드 스토어를 통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제대로 된 브랜드를 소개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지킬 생각인가? 더 이상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유행을 좇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의 진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만 있다면 지금 정도로 충분하다.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이유는? 아크로님. 건축적인 형태와 구조적인 세부가 딱 내 취향이다.

일을 위한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맘먹고 제대로 일해야 할 땐 빈티지 군복 바지와 후디 그리고 반스 스니커즈. 편하고 좀 더러워져도 괜찮으니까.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hidestore_korea

 

홍성조 36세, 해버데셔스 대표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시계 편집매장인 햅스토어와 시계 브랜드 해리엇을 만들었다. 브랜드의 전반적인 콘셉트를 정하는 일부터 마케팅 관리와 제품 디자인까지 관여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한국에 제대로 된 프레피 패션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다니엘 웰링턴이라는 시계 브랜드를 수입하게 되었고, 점차 시계에 관심이 생겼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브랜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품이다. 요즘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담긴 철학과 감성, 가치관을 소비하니까.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WHY. 이 브랜드여야 하는, 또는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당신의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뭘까? 해리엇은 정직한 브랜드를 표방한다. 할인을 감안해 책정하는 가격, 과도한 광고비, 다단계 유통 구조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 그 거품을 다 걷어내면 훨씬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시계를 만든다.

브랜드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해리엇을 최고의 시계라곤 말할 수 없다. 기본에 충실하고 디자인이 좋은 시계일 뿐이니까. 하지만 좋은 시계를 사기 위해 꼭 많은 돈을 쓸 필요는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지킬 생각인가? 요즘 스웨덴 시계 브랜드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스위스나 일본 시계가 아니어도 충분히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선 해리엇이 그런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일을 위한 유니폼이 있나? 정해진 유니폼은 없지만, 룰은 있다. 최소한 3피스 이상 입는다. 그러다 보니 거의 일 년 내내 셔츠에 타이를 맨다.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harriotwatches

 

김정규 31세, PlusX 선임 디자이너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PlusX의 BX(Brand eXperiences) 팀에서 선임 디자이너로 일한다.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리뉴얼할 경우,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BI를 개발하며 다채로운 심벌 또는 로고 모티브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운다. 최근엔 29CM 리뉴얼과 카카오페이지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끝냈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의미일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건 브랜드의 가치를 사는 것이다.

브랜드를 만들 때 중요한 건 무엇인가? 정돈된 브랜드 철학을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작업보단 사람을 앞에 둔다. 프로젝트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엔 사람만 남는다.

요즘 가장 큰 이슈는? 백패킹. 봄이 되길 기다린다.

일할 때 자신만의 룰이 있나? 나만의 규칙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정서의 간격을 줄이는 게 관건.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인양품. 그들은 “이것으로 충분하다(This is Enough)”라고 말한다.

생각과 달라 당황했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면?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그 브랜드의 생태를 이해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게 정말 어렵다.

독자와 공유하고 싶은 주소가 있다면? www.plus-ex.com

 

박태일 36세, 벨보이 대표이자 <벨보이 매거진> 편집장

어떤 브랜드를 만들었나? 벨보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같은 이름으로 온라인 매거진도 만들었고. 벨보이 특유의 분위기로 <벨보이 매거진>과 여러 클라이언트의 콘텐츠를 완성한다. 회사의 대표이자 마케터로, 기획자이자 재무 담당을 자처한다. <벨보이 매거진>에선 편집장이기도 하고.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5년.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한 매체가 아니라 그 외 모든 영역에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이 일을 하기 전에 했던 일은? <지큐> 패션 에디터.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일까? 브랜드는 누군가의 취향을 수식한다. 브랜드를 벗어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태어나면 누구나 이름이라는 브랜드를 갖게 되니까.

일을 하며 중요한 가치나 기준이 있다면? 타인의 취향을 설명해주는 일이니까, 취향을 다듬는 것. 아름다움과 명석함 사이에서 벨보이만의 분명한 기준을 갖추는 것.

당신의 브랜드와 관련해서 요즘 가장 큰 이슈? 점심 메뉴. 얼마 전에 사무실을 청담동으로 옮겨 점심시간이 되면 이리저리 방황한다.

앞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지킬 생각인가? ‘벨보이다움’을 우주 저 멀리 보낼 생각이다. 지구에서 비슷한 집단을 찾을 수 없도록.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는 뭔가? 요즘엔 뭐니 뭐니 해도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다.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굉장한 균형 감각 때문에.

당신의 브랜드와 가장 어울리는 도시는? 벨보이가 있는 서울이 아닐까?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프룻 오브 더 룸의 티셔츠, 무채색 데님 팬츠, 검은색 운동화와 첼시 부츠.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홈페이지. bellboymagazine.com

 

양상모 31세, 그룹IDD 기획자(AE)

최근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에잇세컨즈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전파한다. 최근 브랜드는 좀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저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브랜드가 가진 매력과 가치를 쉽고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4년. 막연히 광고 일을 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며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다. 좀 더 명확해졌달까.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빛깔. 점점 색을 잃어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 누구나 좋아하는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브랜드를 찾아 사용하면서 자신의 색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시도. 새로운 기술부터 인스타그램 라이브 같은 채널 내 새로운 기능까지. 누구보다 먼저 시도하려 노력한다.

당신의 브랜드와 관련해서 요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지드래곤과 함께할 새 캠페인.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지킬 생각인가? 디지털이라 불리는 생태계는 모든 게 재빨리 생기고 금세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곳이라 어떤 분야보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에잇세컨즈가 갈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장소를 여행할 생각이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이유? 이케아와 무인양품. 혼자 살면서 더 관심이 많아졌다. 제품도 좋지만 브랜드 철학이야말로 매력적이다.

일을 위한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사진가, 에디터, 영상팀, 디자이너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 뛰게 된다. 에잇세컨즈 옥스퍼드 셔츠와 진, 뉴발란스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미팅할 땐 좀 다르고.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8seconds_kr

 

김문균 38세, 섀빌로 & 트락션 아이웨어 대표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가치와 전통이 있는 안경 브랜드를 탐색한다. 지금은 영국 브랜드 섀빌로와 프랑스 브랜드 트락션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안경 사업을 하던 친구의 권유로 2011년 시작했다. 사실 그땐 안경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어쩐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일생 가장 잘한 일이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건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브랜드는 삶의 가치를 대변하는 수단이자 상징이다. 역사와 속성, 디자인, 가격, 서비스의 집약체니까. 또 피부처럼 내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나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경이야말로 또 하나의 얼굴이 아닐까.

브랜드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뭘까? 신뢰와 기본을 지키는 것. 브랜드의 유산은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다른 안경 브랜드는 한 해에 수많은 신제품을 출시한다. 유행에 아주 민감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섀빌로는 안경의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기본 형태를 고수하면서 소재와 색깔 정도만 바꾸고, 부품을 좀 더 견고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게 전부다. 포르쉐가 그런 것처럼. 섀빌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단점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오히려 강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는?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 GQ KOREA >를 브랜드로서 바라본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존심을 고수하는 태도가 섀빌로나 트락션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savilerow_koreatraction_korea

 

최태혁 38세, <매거진 B> 편집장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매월 한 브랜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는 <매거진 B>를 만든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매거진 B>를 창간한 건 5년 전. 잡지를 만들기 시작한 건 2006년부터다. 처음엔 디자인 전문지의 에디터로 시작했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과거엔 품질과 양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판단했지만, 요즘은 태도나 철학, 가치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 이젠 좋은 물건과 서비스만으로 좋은 브랜드가 되긴 어렵다. 건강한 삶이라든지 지속 가능한 가치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비전을 얘기하지만 좀 더 현실적인 의미에서 정직성을 꼽고 싶다. 거짓은 아무리 잘 포장해도 결국 탄로나니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브랜드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자신의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 유행하는 글이나 사진, 일반적인 매거진의 구성을 따르지 않는 것. 재미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유연하게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싶었다. <매거진 B>를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라고 부른 이유다.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는 뭔가? 표백한 것처럼 지나치게 정돈된 브랜드보다 지역적인 정서나 온도가 느껴지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펜들턴, 에이스 호텔, 디앤디파트먼트 같은. 좋은 브랜드는 머리로 만드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애정과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브랜드에서 일하며 느낀 현실의 차가운 벽은 어떤 것인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관점과 태도가 바뀌길 바랐다. 하지만 <매거진 B>는 단순히 ‘예쁜 책’, 우리가 소개하는 브랜드는 ‘갖고 싶은 물건’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사람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달까.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taehyuk_choi

 

박성진 28세, 실렌시온 퍼스트 크리에이티브

어떤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나. 스포츠웨어 브랜드 실렌시온에서 디자인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다.

언제 처음 이 일을 시작했나? 2015년 여름쯤. 좋은 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현대사회에서 브랜드는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나? 좀 부정적으로 말해도 되나? 어떨 땐 브랜드가 쉽게 돈을 버는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브랜드를 잘 포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니까. 이 점을 악용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가짜 브랜드도 굉장히 많다.

브랜드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 두 번째는 초심을 지키는 것. 유행이 바뀐다고, 혹은 어떤 제품이 잘 팔린다고 갑자기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꾸면 안 된다.

당신의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 뭐가 다른가? 많은 브랜드가 시장조사를 한 다음 디자인을 한다. 하지만 실렌시온은 철저히 내 위주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것을 바탕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다음 시즌엔 파이트웨어 같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복싱을 열심히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우고 지킬 생각인가? 일단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것. 또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 자신이 만든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지 못하는 디자이너도 많이 봤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뭔가? 에롤슨 휴의 아크로님. 실용적이고 구조적인 디자인에 반했다. 비트라도 좋아한다. 나중에 사무실을 비트라로 채워보고 싶다.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있나? 일러스트에서만 존재하던 디자인이 실제 제품이 되어 사무실로 도착했을 때.

일을 위한 유니폼 같은 옷이 있나? 딱히 정해진 유니폼은 없다. 데님만 아니면 된다.

소개하고 싶은 인스타그램. silencionofficial

    에디터
    오충환,윤웅희
    포토그래퍼
    곽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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