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있다, 요런 정도?” 배우 이선빈

배우 이선빈은 고양이 같은 눈매로 강아지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자주 껄껄껄 웃는다.

TV에서 처음 보고 “예쁘다” 그랬어요. 이런 말 어떤가요? 어, 저는, 딱 봤을 때 예쁘다, 이 느낌은 아니고 우와 신기하다, 매력 있다, 요런 정도인 것 같아요. 근데 저 오늘 진짜 부었죠, 엄청? 저 최고로 부었죠? 환절기라서 그래요. 거울 보면서 큰일 났다, 그랬어요. 아무튼 저는 냉정하게 말해서, 지나가다가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은 아닌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예쁘다는 말보다는 매력 있다는 말이 더 좋은 거 같아요. 매력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요.

한쪽 머리카락을 콧수염처럼 만들어 반대쪽 귀에 걸고 있는 지금 모습도 그 매력에 포함이죠? 커허허허. (풀지 않은 채) 이래서 제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빨리 퍼진 것 같아요. 방송에서도 다 보이나 봐요. 저는 내가 어떤 성격처럼 보여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전 정말 이런 성격이에요. 신비주의, 간지러워서 못 하겠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씽나인> 촬영 현장을 찍은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도 정말 지금처럼…. 놀러 온 거 같죠? 흐흐. 왜냐면, 정말 놀러 간 기분이었으니까요. 촬영하는 내내 정말 이상할 정도로요. 저희가 다 같이 일하려고 모인 것이지만, 어느 순간 함께 놀고 있는 거예요. 아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이래도 의외로 웃어서 NG 내는 적은 거의 없어요. 근데 <미씽나인> 촬영장에선 웃음이 터질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죠.

연기나 캐릭터 면에서는요? 마음껏 발산했나요? <38사기동대>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극적이고 통통 튀었던 것에 비하면 <미씽나인>에선 감정선을 막 보여줄 장면도 많이 없었고, 강단 있는 평화주의자로 나오다 보니 좀 색다른 걸 보여줄 새가 없었던 것 같아요. (옆자리의 소속사 스태프에게) 많이 보여줬나, 그래도? 나 좀 보여줬어? 히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거침없고 꾸밈없는 성격이 어떤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혹시 장애가 되지 않을까요? 아,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지금 저에게 들어오는 역할들이 한정적이지만도 않고요. <마담 앙트완>에선 고등학생 역할이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캐릭터가 달라졌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엄청 소심한 사람이 밝은 척하는 건 잘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저처럼 엄청 밝은 사람이 그걸 줄이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웃음)

무엇에도 제한받지 않고 다음 작품을 한다면 어떤 걸 하고 싶어요? 느와르는 진짜 해보고 싶고요, 수사물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진짜 하고 싶고 자신 있는 건 로맨틱 코미디예요. 제가 옛날에 진짜 좋아한 <풀하우스> 같은…. 기억나세요, 그 드라마? 너무 재밌지 않아요? 여주인공이 말광량이인 데다 약간 우악스럽고 왁자지껄하고 덤벙대고 칠칠치 못하고 실수투성이이고 근데 또 자존심은 세고, 그거 진짜 저거든요.(웃음)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역할이 들어온다면요? 다 좋아요, 전. 사실 주인공, 두 번째 주인공, 서브, 이런 건 말이 좀 그렇지 않나요? 작품을 하나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능에 나와서 노래하는 모습, 웃고 떠드는 모습에선 아이돌의 모습도 겹쳐요. 걸그룹 연습생 생활도 했어요. 근데 제가 아이돌로 데뷔했다면 어땠을지는, 정말 상상이 안돼요. 이쪽 일이 워낙 운과 때가 중요하니까, 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데뷔했을지, 그때의 유행과 트렌드에 어떻게 맞았을지…. 근데 그거 하난 알 수 있어요. 멤버들 속에서 그래도 제 캐릭터 하나쯤은 확실히 각인시켰을 것 같은?

성격에도 유행이 있다는 말 같아서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요즘은 확실히 내숭 없고 털털한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 같아요. 비슷한 이미지의 다른 배우들 사이에서 이선빈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그래도 저, 좀, 귀엽다는 얘기 많이 들어요. 털털한데 귀엽기까지….(웃음)

이 표정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제 성격을 콘셉트로 다시 화보를 찍는다면, 그냥 절 내버려두시면 알아서 다 잘할 거예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몇 살로 가보고 싶어요? 과거? 미래? 고등학생이요. 이 일을 좀 더 일찍 시작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라는 꿈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연습생 생활 시작한 게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니까 그거보다 더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놀던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해요. 몰래 문방구 가서 뭐 사 먹고, 여자애들 다섯 명이 피시방 가서 말 타는 게임 하고….

그렇게 일찍 데뷔하면 고등학교 추억이 사라질 텐데요? 아, 전 어쨌든 어딜 가나 재미있는 추억이 안 만들어질 수가 없는 사람이라….(웃음)

지난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이 일을 짧게 하고 그만둘 게 아니니까 스스로도 편하게 일하고 싶고, 그렇게 보였으면 한다”고 말한 걸 봤어요. 이 일 아니면 나 정말 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이게 순서가 있어요. 나는 연예계 일을 하고 싶어서 스스로를 이쪽에 맞춰온 사람이니까 이거 아니면 할 게 없네. 그러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어, 이거를 열심히 하려면 내가 오래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면 안 질리고 안 지치고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그럼 원래 하던 대로 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에요. 성격을 감추고 가식 떨고 막 맞춰진 상태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세도 불편해지고 눈빛도 불편해지고, 그럼 나중에 스트레스 쌓여서 여기 옆에 있는 팀장님, 스태프한테 뭐라고 한다니까요? TV 앞에선 고귀하게 연기해놓고 뒤에선 이렇게 막 힘들어하고, 왜 그래야 되냐고요. 다들 아시잖아요. 예민한 연예인 분들 얼마나 많아요. 그게 밖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니까요?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다들 알고 있으세요!” 이렇게 다 알려주면 편하고 좋잖아요. 전 촬영할 때랑 차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랑 똑같아요.

장기적 전략이었네요. 물론 말 조심해야 하고 지킬 건 지키는 게 당연한데, 상대방도 나를 어려워하지 않게 하고 나도 상대방이 어렵지 않아야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디테일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한 지 이제 2년 남짓인데, 원하는 속도로 가고 있나요? 약간 ‘덜덜덜’한 것 같아요. <38사기동대> 찍고 나서 예능을 여섯 개인가 하고, 갑자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빨리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좀 무서웠어요. 근데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염소자리예요. 염소자리가 원래 이렇게 일을 너무 좋아한대요. 쉬는 날도 집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정 나갈 수가 없으면 집에서 화장하고 셀카 찍고 그래요. 예쁘게 찍힌 사진 많이 모아놨다가 휴대전화로 막 꾸미고.

최근 신나게 논 건 언제예요? 친구들이 집에 자주 놀러 오는데, 그때마다 재미있어요. 고스톱도 치고, 맛있는 거 시켜 먹고. 노래방은 무조건 가고요.

노래방이요? 어제도 갔다 왔어요. 노래 잘 부르려고 가는 거 아니고, 뛰고 놀고 소리 지르려고 가요.

에너지가 끓어넘치는 것 같아요. 다운될 때도 있긴 있겠죠? 비오는 날요. 비 알레르기 있어요. 장마철엔 거의 소파에 녹아 있다고 보시면 돼요. 틀어박혀 우울한 노래를 계속 들어요. 우울할 때 기분 좋은 노래 들으면, 마음에 없는 얘기 듣는 것 같아서….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면 하루동안 뭐 하고 싶어요? 저 하루만 안 놀걸요? 저 진짜, 봄에 큰일 나요. 바리게이트 쳐놔야 해요, 제 주변으로. 엔도르핀이 이상 수치로 나올지도 몰라요. 아마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을걸요? 이어폰이랑 지갑만 챙겨서 막 돌아다녀요. 파워 워킹 할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해놓고, 혼자 걸어다니면서 뮤직비디오를 찍어요. 솔직히 그런 상상 다 해봤을걸요?

오늘처럼 저녁 7시 반에 일이 끝나면 뭐 해요? 밥 먹어야죠. 채린이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 친구들한테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뭐예요? 그냥 ‘ㅋㅋㅋㅋ’ 인 것 같아요. 친하다 보니 서로 좋은 말 안 해요. 제가 이상하게 나온 사진 있으면 캡처해서 보내고, 놀리고요. 수고했다, 밥 사라 정도?

더 유명해지면, 관계에도 변화가 올까요? 저 진짜 안 그래요. 더 친해지겠죠.

한 5년 뒤에 다시 만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의 이 대화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네. 자신 있어요. 근데 5년 뒤에야 할 수 있는 거예요? 내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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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