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차린 가게

U턴 세대라고 하나? 서울에 살다가 인천, 춘천, 경주 등 자신의 고향에 내려가 가게를 차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고향에서 연 가게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인천, 서프코드 Surfcode

주소.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남로 52길 1,2층 문의. 070.4150.2106 영업시간. 월-금 10:00-18:00, 토-일 11:00-20:00 휴무일 없음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urfcode

1. 이 가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개한다면요? 저희는 산꼭대기의 서핑가게라고 표현해요. 직접 작업실에서 만든 서핑보드도 팔고, 캘리포니아의 이름 난 브랜드인 레인보우 샌들, 말러스크의 제품도 팔고 뉴욕의 세러데이 서프 NYC 제품도 팔고 있어요. 서울 보광동의 헬카페 형한테 졸라서 받은 맛있는 커피도 팔고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다에서 파도를 타는 것만 서핑이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핑이 있고, 파도가 없는 곳에서도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저희 가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뉴욕과 도쿄, 캘리포니아에 있는 서프샵들은 대부분 해변가에 있지 않거든요.

2. 가게 주인은 누구인가요? 가게 주인인 우리(김인섭, 황은민, 김선홍)는 고등학교 때 예술부 서클을 만들면서 가깝게 지냈습니다. 겉으로는 그래피티를 하는 동아리였지만 사실은 은민이만 그래피티를 할 줄 알았고 나머지는 옥상 동아리방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고 낮잠이나 퍼져 잤던 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푸르렀고 즐거운 학창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서프코드가 시작된 계기는 은민이 덕분(?)입니다. 바다와 인접한 강원도에서 학교생활을 하던 중 쉐이퍼(서프보드 만드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그 일을 해오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손님으로 만났다가 캘리포니아, 시드니, 발리에 서핑 트립을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이종호 형이 새로 합류하게 됐어요. 서퍼들을 위한 선크림 제품을 만들자고 합심해서 서프코드의 새로운 식구로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서핑을 이야기하고 보고, 즐기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3. 고향에서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이유는 쉐이핑 때문이었어요. 소음이나 분진 때문에 도심으로 가기엔 어려움이 있었어요. 우리만의 공간에서 서핑과 관련한 재미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어릴 때 놀던 동네로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월세가 쌉니다.

4. 왜 자유공원 앞에 가게를 열었나요? 지금 가게는 저희가 중, 고등학교 시절 자유공원에서 놀 때 슈퍼마켓이 있었던 곳이에요. 이곳 앞에 있던 자판기에서 음료수도 자주 뽑아먹었어요. 그때만 해도 여기에 롤라장도 있고 신포동 자체가 유흥가여서 사람도 많았었거든요. 그 기억을 가지고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예전이랑 다르게 사람들의 발길도 없고, 건물도 6년째 텅텅 비어있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곳에서 시작하면 우리가 그리고 싶은 대로 편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임대를 주지 않겠다던 사장님을 3개월 쫓아다녀서 들어왔는데 지금은 소주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으니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습니다.

5. 이 가게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레인보우 샌들이에요. 서퍼이기도 한 제이 스파키 롱리(Jay Sparky Longley) 사장은 오로지 서퍼들을 위해 아웃솔과 아치를 개발하고 이 신발에 대해 평생 보증을 약속했어요. 제리 로페즈, 앤디 니블라스 등 유명 서퍼들을 홍보 대사로 내세워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그러한 활동이 사회 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외 계층 지원 사업도 적극적으로 하고 관련 서핑대회도 협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2년 동안 준비해서 완성한, 서퍼들을 위한 WKND 선크림도 추천하고 싶어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의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한 브랜드입니다.

6. 이 가게와 관련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자유공원이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편이라 가게에 연예인들이 종종 오는 편이에요. 근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탤런트 김영철씨예요. 드라마 때문에 들렀었는데 저희 제품이 본인의 취향과 잘 맞는다면서 자주 오셨어요. 그 뒤로는 저희가 오전 회의하는데도 오셔서 같이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부터 영철이형이라고 부릅니다.

7. 추천하고 싶은 고향의 음식점은 어디인가요? 단연 ‘다복집’입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도보로 15분, 차로는 5분 거리에 있는데 스지탕과 냉족발이 일품입니다. 주말에는 영업을 안 하니까 미리 전화하고 방문하는 게 좋아요.

 

춘천, 포지티브즈 Positives+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부대성로 205번길 10 문의. 010-4027-0164 영업시간. 월-토 11:30-21:00, 일 11:30-18:00 마지막 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nstagram.com/positives_coffee

1. 이 가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개한다면요?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집이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빛과 공기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곳이에요. 작은 마당과 어울리도록 계절마다 인테리어를 바꿔 매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의 재료들은 직접 키운 것들 혹은 지역 농산물만 사용합니다. 커피도 모두 손으로 내리고요.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고 나면 기운이 차려지는 것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드시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듭니다.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호두나무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오전의 햇살을 좋아합니다.

2. 가게 주인은 누구인가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춘천에서 자랐으니 춘천토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잠시 쉴 겸 고향 춘천으로 돌아왔습니다. 늘 목표만 바라보고 살다가 이 나이 아니면 언제 해보고 싶은 것을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한 네팔에서 마을 공동체의 사람들이 큰 공장에서 양털을 받아와 그걸로 신발을 만들어 자식들을 교육시키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춘천에 작은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우리가 보존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3. 고향에서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춘천은 사계절이 예쁘고 살기 좋은 도시예요. 추운 기운마저도 너무 아름다워요. 하지만 서울과 문화적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새로운 자극에만 익숙해져서 서울과 외국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자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늘 고향은 생각나더라고요. 지방에는 아무래도 문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적으니까 제가 겪었던 것들을 통해서 문화적 풍요로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포지티브즈 전주점도 준비 중인데, 전주의 작은 동네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던 친구들을 만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4. 왜 효자동에 가게를 열었나요? 춘천에는 오래된 집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 개발이 진행되면서 예쁜 집들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습니다. 포지티브즈의 옛 자리는 40여 년간 삶의 터전이었고, 동시에 낡고 허물어 방치된 공간이었습니다. 보수하고 보존해, 세월과 사람의 손길이 묻어나는 오래된 공간이 그대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포지티브즈 전주점 역시 20년 동안 운영되었던 다방 공간입니다.

5. 이 가게의 대표적인 메뉴는 무엇인가요? 계절별로 새로운 메뉴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희 아버지께서 직접 수확한 복숭아로 만든 복숭아 음료(저농약)를 추천합니다. 복숭아를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커피 메뉴로는 손으로 내린 카페오레가 유명합니다.

6. 이 가게와 관련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포지티브즈는 카페 영업이 끝난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숙소로 이용할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난방 공사가 다 안되어서 정말 추운 공간이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춘천에 살아서 그렇게 추운 줄 몰랐거든요. 남자친구가 캠핑도 좋아해서 하루 우리 숙소에서 재운 적이 있는데 평생을 남도에서 살아서 그런지 얼어 죽을뻔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후로 난방 공사를 더 확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7. 추천하고 싶은 고향의 음식점은 어디인가요? 춘천 명동에 있는 ‘산더덕 숯불닭갈비’입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걸어서 15~20분, 차로는 10분 정도 걸립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숯불닭갈비 중 제일 맛있었어요. 특히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의 무를 밥에 비벼 먹는 걸 추천합니다.

 

경주, 노르딕 Nordic 

주소. 경주시 포석로 1099 노르딕 문의. 054-772-0512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주말 10:00-21:00 인스타그램: instagram.com/nordic.official

1. 이 가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개한다면요? 경주를 여행 온 분들이 아침을 먹으며 하루의 계획을 짤 수 있는 브런치 가게입니다. 오전에는 아무래도 손님들이 붐비는 편이고요, 여유롭게 즐기려면 오후 1시 이후나 저녁에 방문하는 걸 추천합니다. 저녁에도 브런치 메뉴를 동일하게 판매해요.

2. 가게 주인은 누구인가요? 저(박진우)는 이태원에서 8년 동안 거주하며 포스트 펑크 밴드를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이성 친구(이나영)와 친한 형(신호용)과 한참 떨어져 지내다가 1년 전에 고향 경주로 내려와 이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음악, 영상, 패션, 디자인, 음식에 관심이 많으며 사소한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물론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이 가게 안에서 보여주기 힘들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조금씩 묻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3. 고향에서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이 가득했던 서울 생활은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해줬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싼 물가 때문에 수중에 모아둔 돈으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고향인 경주에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고향으로 내려와 가게를 열었습니다. 여유와 맑은 공기, 그리고 탁 트인 풍경도 마음에 들었고요.

4. 왜 대릉원 앞에 가게를 열었나요? 가게를 등지고 보이는 대릉원의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이 가게를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월세 및 보증금이 아주 합리적이었습니다.

5. 이 가게의 대표적인 메뉴는 무엇인가요? 노르딕 샐러드입니다. 로메인, 양파, 올리브, 제철과일, 아보카도, 베이컨, 소시지 등 여러 재료가 균형 있게 어우러져 식사 대용으로 좋습니다. 크랜베리와 호두가 들어간 치아바타 위에 크림치즈와 아보카도, 구운 새우, 베이컨 등이 올라간 오픈 샌드위치도 맛있어요.

6. 이 가게와 관련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게를 연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요. 화장실 문이 닫힌 줄 알고 문을 열었는데 여자 손님께서 계셨어요. 엄청나게 당황했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손님이 울면서 나가셨어요.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사과 드리고 싶어요.

7. 추천하고 싶은 고향의 음식점은 어디인가요? 경주시 건천읍에 위치한 ‘육림한우식당’입니다. 저희 가게에서 차로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에요. 엄청 맛있는 암소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보통 경주에 여행 오면 관광지 주변 음식점들만 가는 것 같은데 온 김에 조금 떨어져 있는 이런 음식점도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